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부사장 "마케팅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
갈 길 먼 국내 기업들…'이익 최대화'보다 '이익 최적화'에 집중해야

"앞으로 5년 안에 각각 존재하던 마케팅, 세일즈 부서는 그 이름이 사라지고 통합될 겁니다. 이제 마케팅과 세일즈는 완전히 동일한 개념이니까요."

24일 강남구 삼성동 SMC 건물에서 만난 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부사장.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기자를 만난 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부사장은 30여 년간의 마케터 일생을 돌아보며 ‘마케팅의 미래’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기술과 콘텐츠에 관심이 없는 마케터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 전 부사장은 1989년 아디다스코리아의 말단 홍보직원으로 입사해 32년간 근무하며 전 세계에 10명 뿐인 아디다스 브랜드 디렉터가 된 집념의 마케터다. 오래 몸을 담았던 아디다스코리아를 떠나 다음 달부터 디지털 광고그룹 더에스엠씨의 운영총괄대표(COO)을 맡을 예정이다.

강 전 부사장은 "마케팅 산업은 무척 변화가 빠르고,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면 바로 도태된다"며 "지금 마케팅에 다가온 물결은 ‘고도의 통합(연결)’"이라고 했다. 과거 마케터들이 다루던 단순 프로모션과 수요 분석 등을 넘어 온·오프라인 플랫폼과 커머스, 콘텐츠가 연결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마케팅 산업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강 전 부사장은 이를 글로벌 기업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DT(Digital Transformation)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판매과정에서 쌓인 고객관리 데이터(CRM)를 활용해 세일즈 영역이던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채널과 상권에 맞게 재정비하고, 마케팅 영역이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전 과정이 통합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 활용되는 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이다. 그는 "복잡해 보이지만 오늘날 마케팅은 결국 재고를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를 완벽하게 맞추는 세일즈"라고 했다.

24일 강남구 삼성동 SMC 건물에서 만난 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부사장.

강 전 부사장은 "광고는 영원하지 않지만 콘텐츠는 영원하다"라고 했다. 이어 "각종 기술로 타겟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이를 기반으로 소비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콘텐츠"라며 "콘텐츠는 '브랜드를 믿어야하는 이유'와 '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든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브랜드의 진정성을 담아낸 콘텐츠는 제품의 강점을 강조하는 일회성 광고와 달리 소비자의 뇌리에 박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강화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강 전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의 DT는 10단계 중 3단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 이커머스 생태계를 짚었다. 그는 "그나마 쿠팡이 AI를 활용한 물류센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에 DT에 가장 가깝지만, 공급망 전체로 보면 디지털화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금 기업들은 이익 극대화보다 이익 최적화에 집중해 기술 투자를 늘리는게 마케팅과 세일즈를 모두 잡는 길"이고 말했다.

전통 유통기업들의 온라인 전략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롯데는 몇 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에 더 집중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 롯데온을 출범했다. 하지만 턱없이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며 "신세계의 SSG닷컴도 조금 나을 뿐, 전통 기업들은 '통합과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통합'이라는 대전환에 보수적이고 느리다"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집단에서 새 임무를 맡게 되는 데 걱정은 없느냐는 질문에 강 전 부사장은 "32년간 같은 곳에 있었을 때도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며 "마케터로 사회에 첫 발을 들인 만큼 한국에서의 이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새로운 세대들에게 도움을 줘야하는 게 남은 역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