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안하고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 돼버린 신혼"… 규제 피해 살길 찾는 사람들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20.06.25 06:00 | 수정 2020.06.26 14:48

    6·17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1~2년 전에 청약 받은 집이 규제지역이 될 경우 대출 한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강남권에서는 세입자가 대거 내쫒길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제도 어딘가에 숨어있는 허점을 찾아 내집 마련 또는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러스트 = 김성규
    ◇ "종부세 개정 어렵고, 대출 상품 나온대요" 숨 돌린 법인 투자자

    25일 경기도 안산·충청북도 청주·인천시 송도 인근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17 대책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거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던 법인 투자자들이 예상 외로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세 지역은 법인투자자가 많이 몰렸던 곳들이다. 대책 발표 당일엔 매도 의사를 표시한 이들이 꽤 있었지만, 막상 거래를 타진하면 주저하는 모양새다.

    경기도 안산 고잔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규제 당일엔 다 팔 것처럼 하더니 급한 불 껐다고 좀 더 두고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충북 청주 오창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만 걸었던 법인 투자자들은 좀 놀란 듯하지만, 18일까지 대출 신청을 완료해 괜찮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대해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움직임이 있다. 8월 이후 나오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부터 확인하고 더 나아가 국회 통과까지 지켜본 다음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학습효과에 개인보다는 법인 과세도 의외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더해져서다.

    한 법인 투자자는 "당장 임대주택 사업을 대규모로 하는 ‘부영’에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안길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그럴 순 없다고 판단된다. 하물며 작은 사업자들에게만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또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대출 상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일단 지켜보자고 하는 이유다. 법인 투자자들은 제1금융권은 아니더라도 저축은행 등지에서 부동산 매매법인의 주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움직임도 그렇다. 복수의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한 건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나, 여러 채를 가진 부동산 매매 법인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것이나 담보 효력은 같다"면서 "부동산 담보에 대한 길이 막히면 주식담보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 "예외라 대출 받아 집 살 수 있잖아요?" 예외조항 달달 외는 사람들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되고 싶거나, 1주택자지만 더 넓은 집으로 갈아타고 싶은 이들은 예외조항을 살펴보고 있다.

    6·17 대책 일부
    주택 매수를 위한 대출 길이 자꾸 막히고 전세자금대출은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예비 남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입자로 살고, 예비 아내가 전세자금대출과 집 매매가의 차익만 부담하면서 1주택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결혼한 임모(36)씨는 "비록 남편과 혼인신고도 못하고, 세입자와 사는 여자가 되어버렸지만, 전세자금대출을 다 갚을 때 혼인신고를 하면 된다"고 했다.

    1주택자 중에서는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예외조항을 활용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는 이들도 있다. 당국이 지난 17일 발표한 대책에도 무주택 자녀의 분가나 부모 별거 봉양 등은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

    직장인 한모(49)씨는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주택 한 채를 가지고 있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위해 상도동 근처 아파트를 하나 추가 더 구입할 생각이다. 한씨는 "예외조항에 따르면 무주택 자녀를 분가하기 위한 대출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서울에 방 한 칸 얻어줘서 나가는 월세를 감안하면 차라리 대출 받아 집 사주고 이자를 내는 편이 나은 것 같다"고 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4)는 내년에 돌아올 해외 지사 파견을 지렛대 삼아 주택을 추가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씨는 "해외 파견엔 절차가 있고 비공식적인 ‘순번’이 있는데 정식 발령이 나기전에 전세를 낀 채로 집을 사고, 발령을 이유로 내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소명하면 될 일이라고 본다"면서 "5년 정도는 해외 체류가 예상되는 만큼 토지거래 허가제가 떨어진 강남 3구의 한 곳의 집을 매수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 별거 봉양을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노년층의 졸혼(이혼은 하지 않고 별거만 하는 것) 사례가 빈번한 데다 맞벌이 자녀를 위한 육아를 위해 따로 떨어져 살게 되는 노년층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곧 예비 아빠가 되는 이명직(31)씨는 "서울 집은 사두면 오른다던데 아이를 봐주러 오셔야 할 어머님 앞으로 집 한 채를 사두면 좋을 것 같다"면서 "예외조항이라 대출도 나오는 데다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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