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IPO·M&A 어려운 스타트업,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

조선비즈
  • 김보연 기자
    입력 2020.06.22 10:25 | 수정 2020.06.22 15:24

    [위풍당당 초선 경제통]

    ⑥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

    "CVC 도입? 대기업 지적 자산 공유 우선돼야"
    "창업 후 실패 용인하는 제도적 뒷받침 필요"
    "전일보육, 학교 아닌 지역사회·기업 앞장서야"
    "보편적 복지 중요하나, 취약계층 지원 시급"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경제학 박사, 변호사, 창업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홍정민(42·경기 고양병) 의원의 이력이다. 홍 의원은 지난 2001년 서울대 경제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삼성화재에서 4년간 근무한 뒤 출산 후 육아를 위해 퇴사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도전해 2008년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뒤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기업 자문 및 규제 연구를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최연소 부장을 달았다. 이후 연구소를 나와 2018년 인공지능(AI) 기반 스타트업 '로스토리'를 창업했다. 민주당의 영입인재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홍 의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돼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홍 의원을 만난 것은 정부가 대기업 지주사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제2 벤처붐을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대기업 CVC 허용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창업가 출신인 홍 의원은 금전적 지원보다는 대기업의 방대한 지적자산을 나누는 것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국내 인재들이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싶다"고도 했다.

    一 워킹맘, 변호사, 스타트업 창업. 이력을 보면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정치권에 입문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어느 날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인재영입이 국회의원이 되라는 뜻인지 몰랐다. 당 자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한달쯤 거절했다. 그러다 혁신성장이 매우 중요한데 입법기관이 그에 대한 대비가 안돼 있다, 같이 좋은 기반을 만들자고 (설득)해 수락하게 됐다.

    내가 대학교 졸업 후 취업할 때만 해도 IMF 외환위기가 끝난 직후 IT붐이 불던 때였다. 새로운 채용이 늘어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청년들은 새로운 사회에 과감히 도전했다. 실패라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는 것이 자산이 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에도 다시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고 이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一 직접 겪어본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어땠나.

    "내가 창업을 한게 2018년이다.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창업) 생각을 했는데, 2017년 당시 창업 자금 지원 제도 등 관련 정책이 많이 생길 때였다. 일단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당시 창업기업들의 스케일업(Scale-Up·고성장) 지원도 좋아졌다. 벤처 투자가 활성화되고 스타트업에 멘토링과 초기 자금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도 많이 생겨났다. 2019년 모태펀드 자금이 1조9000억원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돈이 시장에 유입된 거다. 창업 생태계가 무르익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一 스타트업을 하면서 제도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점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회사가 규모가 커져도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국내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까지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 부분에 있어서 자본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혹했다. 법인이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사업이 실패하면 부채 등의 부담에서 자유롭기 위해서인데, 국내 기업 대표는 지분이 50%가 넘으면 과점주주 해당해 세금, 4대 보험료도 면책을 못받고 떠안는다. 회사를 청산했는데 10년째 빚을 갚고 있는 사람도 봤다."

    一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떤가.

    "예를 들어 미국은 기업 파산제도 등이 잘 마련돼있다. 미국만의 철학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Business is fail' 기업은 망하는게 너무 당연하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미국에 첫 발을 딛은 영국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파산자였고, 당시 배를 띄우는 것조차 큰 모험이었기 때문에 '도전'에 방점을 두고 실패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부터 빚을 갚지 않으면 낙인(烙印)을 찍고 죄악시 하는 문화가 있었다."

    一 창업을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자금난이었나.

    "인재 유치가 힘들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어렵게 인재를 유치해도 유지하기가 어렵다. 급여가 높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가는 심정은 당연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인력이 자산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머리를 맞대고 같이 아이디어를 기획했는데 회사를 나가버려 사업이 좌초된 사례도 있다.

    또 중장기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대기업은 시장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선투자해서 개발한다. 그러나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해보니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서 빠른 시간 내 상용화해 매출로 이어지는 아이템이나 기술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렵더라. 대기업에서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제도를 국가가 마련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一 그렇다면 정부가 최근 대기업 지주사 CVC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스타트업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금융기관은 이미 많다. 정부 지원 자금도 많고, 엔젤투자자(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도 많다. 창업을 할 때, 그리고 회사를 키우기 위한 의사결정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기회는 굉장히 많아졌다.

    오히려 대기업 연구소 등에서 스타트업에 지적 자산을 공유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CVC는 대기업 편법증여, 기술 탈취 우려로 인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대기업이 먼저 지적 자산 공유 등의 사회적 공헌을 꾸준히 이행한다면, 추후 (CVC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순위를 조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一 창업 활성화를 위해 준비 중인 법안이 있나.

    "대학에서부터 창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진흥하는 법안을 고민 중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는 대학 교수 출신이 많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교수들의 창업 실적을 인정해주는 곳은 카이스트밖에 없다. 전세계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 확률은 5%도 안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없다.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크고, 실적도 인정이 되지 않는데 누가 창업을 하겠나. 창업은 학교에서 시작돼야 한다. 교수가 아이디어를 내고 학생들이 참여해 창업을 경험하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一 경력 단절을 극복한 '워킹맘'의 스토리가 큰 관심을 받았다. 가장 필요한 보육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 직장을 그만 둔 게 2003년이었다. 그때는 육아휴직 제도도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바로 일을 그만두는 직장 내 분위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육아휴직과 아동 수당 지급 대상의 확대로 미취학 아동은 키우기 쉬워졌다. 최근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가 가장 힘들다. 이때쯤 육아휴직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분이 많다. 아이가 학교에서 다녀온 뒤 맡길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등하원 도우미도 구하기 어렵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풀타임(전임근무)으로 일을 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별로 없다."

    一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일보육제'를 제안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제안한 전일보육제는 초1∼중3을 대상으로 오전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보육을 책임지는 형태다. 교육기관에 보육을 전담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또 보육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학교가 많다. 지역구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보육은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교는 교육을 전담하고 지역사회, 기업이 보육을 분담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직장 어린이집은 기업이 보육을 분담하는 것 아닌가. 직장 어린이집은 더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의 측면도 있다."

    一 기본소득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소득제는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열풍이 불며 논의가 시작됐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 소비의 주체인 사람들이 어디서 소득을 얻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서 시작했다. 생산과 소비 주체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으로 나온 개념이다. 이 논의가 이렇게 빨리 공론화될 줄을 몰랐다. 그런 시대가 오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와 생산 주체의) 괴리가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또 기본소득제가 복지의 일환인지, 경제적 관점에서 봐야할 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최소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전 국민에게 매달 일정 현금을 지급한다는 점은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지만, 수요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는 경제성장론의 일환으로 볼 수 있어 정치권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복지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제를 본다면, 보편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순위에 있는 취약계층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산업구조가 바뀜에 따라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고용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

    一 정치인으로서 롤모델이 있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필요한 제도를 잘 마련해 G7~10위권인 우리나라가 G5로 올라설 수 있게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입법이 이를 잘 뒷받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이 롤모델이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 성취를 이뤄낸 뚝심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一 국회 온지 한달 정도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아직도 (언론) 인터뷰, 현안 브리핑이 어색하다. 지역구 축사도 어색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정치에 대한 아쉬움과 정책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실제로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많이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과 함께 노력하면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