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은행, 예금 보유량 사상 최대... '돈맥경화' 공포 우려

조선비즈
  • 유진우 기자
    입력 2020.06.22 09:25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댈 구석은 역시 현금 뿐이다.’

    미국 은행들의 예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전례없는 미국 정부의 초거대 경기부양책 덕에 ‘뭉칫돈’이 풀렸지만,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소비 대신 저축을 장려한 셈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본격적으로 뒤흔든 지난 4월 한 달 동안 미국 내 은행에 늘어난 예금은 8650억달러(약 1048조원)에 달했다. 한달 단위 예금액으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지난해 1년 내내 미국인이 저축한 금액보다 많다.

    올해 1월부터 6월 3일 사이를 놓고 봐도 미국 시중은행 예금 보유액은 2조달러(약 2400조원) 정도 늘었다.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CNBC는 "현재 미국 시중은행 예금은 15조4000억 달러(약 1경 8665조원)에 이르렀다.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를 표방해도 은행에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그만큼 경기가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미국 시애틀의 한 시티은행 부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 치자 보잉, 포드 같은 기업들은 곧장 신용 한도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응할 ‘총알’을 쌓아두기 위해서다. 이 돈은 고스란히 기업 예금으로 전환돼 은행에 쌓였다. 기업이 위기 순간 과감한 투자 대신 자금 확보를 선택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 전역에 봉쇄령이 떨어지면서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정작 이 돈을 쓸 데가 없어진 소비자들 저축이 급증한 것도 예금액이 치솟은 중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재무부 산하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4월 개인저축률은 사상최고 수준인 33%를 찍었다. 4월 개인소득은 10.5% 증가했다. 재난 특별 지원금과 실업 급여로 개인 계좌에 쏟아진 돈이 상당 부분 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미다.

    기업과 개인이 허리띠를 졸라 마련한 자금은 위기의 순간이 닥쳐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유명 은행에 쏠렸다. FDI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행에 입금한 예금액 2조 달러 가운데 3분의 2는 대부분이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같은 자산규모 기준 상위 25개 은행에 몰렸다.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예금 증가 추세는 확실히 이례적"이라며 "은행에 현찰이 넘쳐나고 있다. 은행들이 돈으로 가득 찬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주체들이 은행에 돈을 예치만하고 좀처럼 꺼내 쓰지 않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곧 ‘돈맥경화’ 현상이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금 경색 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유동성 해갈은 일시적인 돈풀기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 자금이 실물 경제로 퍼지지 않으면 미국 경제 활력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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