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마다 위헌 논란… “재산권 침해하고도 집값도 못잡아”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06.18 16:00

    정부가 21번째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또 다시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2년간 해당 주택에 의무 거주해야 한다는 조치가 그 대상이다. 그간 부동산 대책은 발표될 때마다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되는 등 ‘해결되지 않은 논란’으로 여겨졌다. 법조계에서는 기본권 침해를 용인하는 부동산 대책의 구조적 특성을 짚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한 가운데 2019년 8월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 재건축 조합원 되려면 2년 의무 거주… "재산·평등권 침해"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서는 주택을 소유한 시점부터 분양 신청을 할 때까지 기간 중 2년 이상 직접 거주한 조합원만 분양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조치는 오는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후 최초 조합 설립인가 신청 사업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아파트 매수 당시에는 2년 뒤에 재건축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할 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데도 이에 대한 제재를 강제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같은 개발사업이지만 재개발에는 없는 2년 거주 의무기간을 재건축에만 적용한다는 점도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선의의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거주 의무는 예측하지 못하는 요소에 대해 수요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면서 "수요자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거주이전·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까지 침해한 대책"이라고 했다.

    여론의 비판도 거세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 조치의 부당함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전날부터 18일 오후 2시 현재까지 200여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재건축 분양 전 2년 이상 거주 요건 정책안에 대한 개선 요청'과 ‘임대사업자의 재건축 2년 거주를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등 청원이 어제 하루에만 3건 게시됐다.

    ◇ 대책마다 위헌 논란에도 강행 이유는… 재산권 약하게 보기 때문

    정부·여당이 부동산 대책이나 법안을 발표할 때마다 위헌 논란은 따라왔다. 최근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무기한 계약갱신청구권’ 법안이 논란이 됐다. 통상 2년인 전세계약 기간에서 세입자가 원할 경우 무기한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있게 해 집주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월에는 국토부가 주택 매도인들에게 매도 금액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2.16 대책 직후에는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기로 하자 발표 하루 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소원 심판 시작을 기다리는 헌법재판관들. /연합뉴스
    사실 부동산 대책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이어서 구조적으로 위헌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시행할 수 있는 이유는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헌법 조항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대책에서는 특히 재산권이 약한 기본권으로 취급받는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 등이 흐지부지 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 기본권 침해하고도 집값 올라… "정부, 비판 피하기 어렵다"

    다만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력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뛰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산권 등 침해를 감수했음에도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수단의 적합성'에 위배됐다고 말한다. 수단의 적합성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판단 기준이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집값을 잡겠다는 공익적 목적은 좋지만,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은 기본권만 재한되고 입법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나올 때마다 집값이 오르니 현실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기면서 규제 일변도가 아닌 다른 정책을 찾아봐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익적 목적의 규제는 인정될 수 있지만 과잉금지 원칙 등으로 봤을 때 규제가 과도하다는 부분에서 논란이 벌어진다"면서 "시민들은 부동산 대책으로 엉뚱하게 피해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효과도 없는데 기본권 침해는 너무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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