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시대 과잉진료⋅과다진료 빈번… 예방접종비 최대 4.7배 차이
농식품부, 수의사법 개정 통해 동물병원 진료비 고무줄 막는다… 내년 시행 예정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 용지못(호수공원)에서 시민과 강아지가 산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

직장인 최정국(가명·33)씨는 이달 집에서 키우는 2살 연령의 반려견 푸들의 목욕을 시키던 중, 왼쪽 부위 눈의 동공 안이 탁해지고 하얗게 변해버린 것을 발견했다. 집 근처 동물병원 수의사 권유로 직접검안경 검사·간접검안경 검사·세극등 검사·시각 반응 검사·안압측정 검사 등 각종 안과 검사를 진행했다.

초진비로 약 20여만원이 나갔다. 검사 결과는 백내장. 각막 염증에 추가되는 약제비용으로 5만원이 들었다. 이후에도 최씨는 강아지 눈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기 위해 이틀 혹은 3일 간격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고 재진비용으로 검사를 할 시마다 평균 4~5만원의 비용을 내야 했다. 안과 검사와 약제비 등에 사용된 돈만 약 40여만원에 달했다.

반려견 의료비 지출 부담으로 고민하던 최씨는 다른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과 진료 검사비, 백내장 수술비 등을 알아봤다. 똑같은 안과 질환이라 하더라도, 진단 검사에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백내장 수술비도 적게는 150여만원에서 많게는 400여만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최씨는 "검사비와 치료비에 투입되는 비용이 병원별 차이가 크다"면서 "수의사의 전문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개·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지만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사람 치료비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반려동물 의료비는 진료비를 100% 전액 부담해야 한다.

‘과잉 진료’ 혹은 ‘진료비 과다’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수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비용이 2∼4.7배, 1일 입원비도 최대 4.5배 차이가 났다.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거나 게시한 곳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끼리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과잉진료 대처법', '진료비 폭탄 대처법', '진료비 저렴한 곳'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한 회원은 "똑같은 질환이라도 하더라도 최소 3군데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편이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A동물병원과 B동물병원 의료비가 6배 차이가 났다. 의료비 차이가 치료 효과로 입증되지도 않았다. 결국 과잉진료라고 의심해 볼 수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람 질병의 경우엔 특정 질병에 대한 질병코드가 있고 거기에 따르는 수가가 매겨진다. 반면 동물병원의 경우엔 질병 항목별 진료코드가 병원별로 제각각이다보니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지원을 받는 사람의 의료비 기준으로 공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동물병원 의료비를 산정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비해 동물 의료비가 비싸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의사들도 할 말은 있다. 반려동물 의료체계를 정비하려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유독 동물병원 의료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 커피값이 어떤 곳은 900원이고 어떤 곳은 6000원인 매장별 차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동물병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동물병원 의료비를 통제하고 표준가격을 제시하려면 거기에 따르는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람의 경우 건강보험을 청구할 때 질병별로 ‘코드화’ 했다. 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예산을 들여 체계를 만든 것이다"면서 "동물병원을 공적 영역에 묶어 두려면 지원 체계가 필요하고 관할 부처의 기능도 확대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는 동물 의료 관련 담당 직원이 2명에 불과하다. '동물 의료정책과' 도입 등도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동물병원 진료비의 잣대가 될 수 있는 표준 수가제는 폐지 된지 20년이 넘었다. 동물병원의 경우 ‘자유로운 의료 행위’ 보장이라는 취지 하에 지난 1999년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폐지했다. 당시 공정위는 " 표준수가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정면배치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진료비를 손보기 위해 지난 4월 수의사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의사는 수술과 수혈 등 중대한 진료를 할 경우 진료내용과 진료비 등을 설명하고, 동물 소유자는 설명을 들은 뒤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병원 개설자는 진료비용을 책자와 홈페이지 등으로 사전에 알려야 한다. 농식품부는 또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분석해 평균 가격과 가격 범위 등을 소비자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최명철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과장은 "광견병, 중성화수술 등 각종 의료비에 대해 개별 병원마다 진료항목 명칭, 진료행위 등이 서로 다르고 진료비 구성 방식도 달라 소비자가 판단하기 곤란한 점이 있었다"면서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 동물 소유자는 수의사로부터 진료비 부담이 큰 중대 진료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수술 등 중대한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법이 통과되면 내년에 본격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형주 대표는 "반려동물 가족들이 늘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인식이 개선된 부분도 있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 진료 관련 문제가 한 단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