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속 아파트값 오른다?… "부동산·경제 분리 시작됐다"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6.14 07:00 | 수정 2020.06.14 08:50

    저성장·저물가 기조 속에서 아파트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을 올해 상반기 멈춰세운 데에는 12·16 대책 등 규제와 더불어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발 위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최근 급매물이 잇따라 거래되는 등 서울 집값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내집 마련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경. /조선DB
    ◇ 최악의 불황이라는데 아파트 값 왜 오르나

    14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WB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5.2%로 7.7%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약 3배 가파른 경기 침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를 초래한 것은 코로나19 쇼크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0주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의 6월 둘째 주 부동산시장 조사 결과다. 전문가들도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괴리가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성장이 사라진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산가격의 버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파트는 싸지 않지만 유동성의 힘은 역대 최대로, 코로나 이후 부동산 중에서도 주거용 부동산(아파트)의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코로나 경제와 부동산 경제가 분리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부터는 부동산시장이 코로나 영향보다는 기존 시장경제 논리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보다 저금리와 유동성,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 등의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경우,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감소하지만, 대기수요가 여전히 있는데다 6월 급매물 소진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춘 영향으로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울과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는 이미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저가 주택 매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지방에서도 재개발·재건축 시장 및 입주권 거래에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의 역설

    결국 집값이 다시 오를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민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전세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9주째 상승했다. 집값이 너무 오른 상황에서 주택자금대출을 막으니 내집 마련을 하기 어려워지고, 전세수요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전세 물량이 줄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기조가 지속되면 반전세가 느는 등 서민의 주거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거듭될수록 시장에 왜곡이 생겼다"면서 "수요가 몰리는 중저가 아파트의 물량이 감소하면서 서민이 더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4억원 이하 아파트는 지난 2017년 5월만 해도 39만5324가구였으나 올해 5월 기준 현재 13만9387가구로 64.74%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지역별, 자산별) 핀셋 규제의 빈틈을 부동산명의신탁, 법인 등 투기수요가 파고들며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촘촘하지 못한 대책의 빈틈을 정부가 서둘러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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