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여기, 타임캡슐에 담다] ⑨연남동 뜨고 명동 진 2020년 서울, SNS는 상권 지도를 다시 그린다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6.12 06:00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

    2020년은 21세기의 원년인 2001년 출생한 사람이 성년이 되는 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제와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졌다. 혼란과 불안의 정서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나라 곳곳에서는 옛 건물이 허물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도시가 계획되고, 새 철길과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사는 모습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창간 10주년을 맞은 조선비즈가 2020년의 대한민국 모습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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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iz.chosun.com/interactive/archiving/article9.html

    인기 식당과 가게들이 모인 상권(商圈)에 붙는 ‘000길’의 원조를 꼽으라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정도가 꼽힌다. 이후 ‘제2의 가로수길’이나 ‘제2의 경리단길’이 넘쳐나지만, 이렇게 반짝 뜬 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례는 드물다. 상권이 활발해지면 임대료가 오르면서 점포 구성이 바뀌게 되고, 원래 있던 상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유행이 빠르게 바뀐다는 점도 상권 지도를 뒤흔드는 요인이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잡을 만한 깊은 매력이 없는 동네는 빨리 뜨거워진 만큼 빨리 식는다. 2020년 대한민국 서울에는 어떤 상권이 뜨고 있고, 어떤 상권은 지고 있을까. 소셜미디어 언급 횟수와 유동인구,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을 반영해 추린 서울 8대 상권을 2020년 소비 지형을 설명할 세 가지 열쇳말인 소셜미디어(SNS), K팝, 코로나19와 맞물려 분석해봤다.

    그래픽=송윤혜
    ◇ 진화하는 소셜미디어 상권···가로수길 팝업스토어·연남동 카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무엇을 입고 먹는지 보여주고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소셜미디어는 어느새 상권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기 좋은 음식 메뉴와 인테리어, 탐낼 만한 신상품을 갖춰야 입소문도 탈 수 있다. 또 그래야 새로운 고객을 맞을 수 있다. ‘인스타 맛집’ ‘먹스타그램(먹다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 ‘플렉스(Flex·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를 과시한다는 뜻)’ 같은 단어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한다.

    전국의 인기 상권에 붙는 ‘00길’의 원조 중 하나인 가로수길은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과 신상품을 선보이는 팝업스토어, 다양한 식당들이 어우러진 상권이다.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12길을 중심으로 압구정로 10길과 압구정로14길까지 가로수길 상권이 조성돼 있다.

    당초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옮겨온 소규모 카페와 의류 상점들이 주를 이루던 가로수길 상권은 3단 변신을 시도 중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대형 의류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가로수길 상권을 만들었던 1세대 가게들은 이미 빠져나간 지 오래다. 한동안 침체했던 이 곳은 최근 예술과 결합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이 됐다.

    2020년 6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애플스토어 /조인원 기자
    나이키는 2020년 5월 조던 브랜드의 단독 매장인 조던서울을 가로수길에 열었다. 조던 브랜드 의류와 운동화를 총망라한 이 매장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조던 운동화를 전시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도 갖췄다. 한국에 단 한 곳뿐인 애플 공식 매장인 애플스토어가 들어선 지역도 가로수길이다.

    역시 전통의 명품 상권인 청담동은 패션브랜드들의 성지다.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2, 3번 출구에서 압구정로를 따라 청담사거리쪽으로 걷다 보면 길 양 옆으로 샤넬, 루이뷔통, 구찌, 디올, 리모와, 버버리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flagship store)가 줄지어 있다. 대부분 2010년대 후반 들어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건물들이다.

    대형 단독 매장인 플래그십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력 브랜드의 디자인 콘셉트와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한다. 매장 전반이 브랜드의 스타일에 맞는 예술작품과 인테리어로 꾸며져있고,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끔 돼 있다. 건물 전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건물 외관도 브랜드에 어울리게 짓는다.

    디올의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인 하우스오브디올 /이태경 기자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의 청담동 매장이 대표적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찬 드 포잠박(de Portzamparc)이 설계한 이 건물의 외관은 디올의 물결치는 드레스 자락을 형상화했다.

    청담동 명품거리 끝에 자리한 버버리의 플래그십매장 외관은 건물만 봐도 버버리 매장임을 알 수 있다. 개버딘 소재처럼 촘촘한 구멍이 있고 양각과 음각으로 조형된 금속 소재 레인스크린으로 건물 외관을 감쌌다. 레인스크린 사이에 장치한 조명이 켜지면 건물 전체가 체크 무늬를 입는다.

    소비자들의 소셜미디어에 침투할 장치들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편집숍의 원조인 10꼬르소꼬모는 청담 매장 한 켠에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고, 디올도 하우스오브디올 건물 한 층에 카페를 마련했다.

    소셜미디어가 쥐락펴락하는 상권 지도는 대형 상권의 옆 골목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태원과 접한 한남동과 홍대 옆 연남동의 부상이 그 예다. 대형 상점 대신 주택가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한 가게가 들어서고, 건물 반지하층에 만든 테라스형 카페가 인기를 끄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의 푸드코트인 고메494 출입구 전경 /유한빛 기자
    한남동은 고급스러운 틈새 상권으로 인기를 얻었다. 연예인들이 집을 마련했다는 소식으로 유명세를 얻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유엔빌리지 등 고급 빌라·단독주택 단지 인근 주택가엔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단장한 식음료매장과 편집숍들이 들어서고 있다. 미국 커피체인점 블루보틀은 성수·삼청·역삼·압구정점에 이은 한국 5호점을 2020년 3월 한남동에 냈다.

    2020년 5월 31일, 한정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패션매장 앞에 줄 선 모습 /김지호 기자
    이 같은 한남동의 부상은 신생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업체들이 매장을 속속 여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강남권 백화점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운영하던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한남동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마포구 연남동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기 상권이다. 연남동 초입의 경의선숲길을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댄 ‘연트럴파크’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골목의 건물 전체에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섰다 /유한빛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연남동은 근처에 한성화교학교가 있어 중식 만두전문점과 요릿집들 몇몇이 터를 잡은 동네 정도였다. 이연복 셰프의 목란을 비롯해 하하, 포가 등이 유명하다. 미식가들이 중식당을 찾아 발걸음하던 연남동이 핫플레이스가 된 데도 소셜미디어의 공이 컸다. 젊은 감각으로 만든 베이커리와 디저트카페들로 새로운 유명세를 얻었다. 골목 사이사이마다 단독주택이나 건물 전체를 개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고, 새로운 가게를 준비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 홍대·강남의 재발견, K팝···코로나19로 추락한 명동·이태원

    홍대, 강남, 압구정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지역의 특징을 꼽으라면 지하철역 광고판을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제품 광고 사진이 아닌 팬들이 찍은 사진과 생일 축하, 응원 문구가 걸린다는 것.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또다른 특징은 K팝의 유행으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놀거리를 찾던 마포구 홍대와 강남구 강남역 상권이 2020년 6월 현재 코로나 사태로 갈 곳이 막힌 한국 20·30세대로 대부분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한국인도 외국을 나가는 경우가 드물지만,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졌다. 이태원의 경우 한 클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면서 특히 큰 변화를 겪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의 광고판 /유한빛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다시 3일째 두자릿수를 기록한 2020년 5월 24일 오후, 인파로 붐비는 서울 홍대거리. /장련성 기자
    강남 상권은 지하철 2호선·분당선 강남역부터 9호선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와 대로 안쪽 먹자골목이다. 이곳은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5월 평일 오후 시간에도 오가는 행인들로 분주했다. 주말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인 인파로 고깃집과 호프집, 클럽 입구가 붐볐다.

    2020년 5월 평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위)와 주말 저녁 먹자골목. /유한빛 기자, 고운호 기자
    한국감정원이 코로나19 전후 서울 주요 지역의 상가 공실률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 상권의 공실률이 오른 가운데서도 홍대와 강남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외국인의 빈자리가 커도 내국인이 어느 정도 채운 셈이다.

    반면 이태원은 3개월 만에 공실률이 9%포인트 상승했고,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거의 두 배가 됐다.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급감한 지역들이다.

    그래픽=송윤혜
    2020년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중심거리인 명동8길은 주말임에도 한산했다. 여느 때라면 이 거리를 점령했을 군것질거리 가판도 자취를 감췄다. ‘쇼핑 1번지’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를 찾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특히 컸던 영향이다.

    명동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꼽힌다. 단위 면적당 공시지가 상위 10위가 모두 명동에 있다. 전국 1위인 화장품가게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 건물 부지의 공시지가는 3.3㎡당 2억원에 육박한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각국에 여행 제한이 걸리자 이 곳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한여름 날씨에도 유동인구가 많던 2019년 7월 서울 명동(위)과 주말에도 한적한 2020년 5월 모습 /오종찬 기자, 유한빛 기자
    중심가에서 한 블록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임차인을 찾는 플래카드가 붙은 빈 가게와 임시 휴업 안내문을 붙인 가게들이 한 건물 걸러 하나씩 보인다.

    2020년 5월 명동 대로 안쪽의 휴업 중인 가게들 /유한빛 기자
    명동 쇼핑거리는 한국인들의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외국인 관광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지만, 여행에 제약이 생기면 헐거워지는 약한 고리였던 셈이다.

    그래픽=이민경
    더욱이 한국인들의 소비 방식은 점점 더 온라인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 신한카드 이용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이동한 점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그동안 2030세대의 전유물 같던 온라인쇼핑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처음 시작한 40대 이상 소비자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

    특히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 경보가 2020년 2월 23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3월 들어 처음으로 온라인 결제를 해본 소비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27%), 30대·50대(22%), 20대(20%), 60대(9%) 순이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권은 점점 더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란 뜻이다.

    2020년 5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휴일임에도 한산했다. /오종찬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다가 클럽·칵테일바 등 젊은층의 유흥문화 중심지로 되살아난 이태원 상권도 명동과 사정이 비슷하다. 지하철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다. 미국식 햄버거 가게나 이탈리아 본토식 피자집, 중동·아프리카 등 이색 음식점과 주점으로 처음 인기를 얻었다. 이태원로의 임대료가 뛰자 작은 가게들은 경리단길과 해방촌으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이태원 전성기를 열었다.

    이 같은 이태원 상권의 영화도 2020년 현재는 빛이 바랜 상태다. 4월 말~5월 초 황금 연휴를 틈타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이란 신문기사가 쏟아지면서 인적이 드문 거리가 됐다.

    앞으로 서울 상권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화들은 무엇이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와 교통망 개선에 따른 집적 효과, 콘텐츠가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서울 창동에 조성될 서울아레나의 조감도 /서울시
    서울시는 노원구 창동에 국내 첫 K팝 전문공연장을 짓는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창동역세권 개발과 함께 인근 약 5만㎡ 부지에 1만9300석 크기인 실내공연장과 대중음악 지원시설,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K팝 관광객들의 발길을 강북 지역으로도 끌어오기 위한 기획이다.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가칭)도 2020년 착공을 기대하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의 하나로,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 630m 구간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와 지하철, 위례신사선, 버스 환승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2019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송파구 잠실 일대가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상권이 생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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