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살려주세요"… 뒤늦게 속도내는 '금산분리' 규제완화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6.11 06:00

    7년만에 처음 위축 벤처 투자액 살리는게 발등의 불
    정부·국회, 대기업 지주회사 벤처캐피털 허용 법 추진
    업계 "늦었지만 환영… 현실성 있는 정책 나오길"

    일러스트=박상훈
    대기업 지주회사가 출자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이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벤처 투자가 지난 1분기 7년 만에 처음으로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제도를 손봐서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기업도 벤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금산분리(산업 자본의 금융 소유 금지)’ 목적으로 대기업 지주사가 금융사로 분류되는 벤처캐피털(VC)을 계열사로 두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VC는 투자자(LP)로부터 돈을 받아 벤처기업 투자를 집행하는 운용사(GP)를 말한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삼성벤처투자)이나 한화(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은 CVC를 보유하고 있지만 SK나 LG등은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만 CVC를 운영한다. 롯데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 계열로 처분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연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돈줄까지 끊기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벤처 투자액은 74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줄었다. 벤처 투자액은 201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해왔는데 올 들어 처음으로 꺾였다. 정부는 CVC가 허용되면 수조~수십조원대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의 자금이 벤처 시장에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행보에 맞춰 국회도 최근 지주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는 법안을 잇달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이원욱 의원은 각각 지난 5일과 8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개정안 모두 VC를 금융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바꿈으로써 지주사도 VC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21대 국회 초기에 정부, 국회가 의지를 갖고 CVC를 추진하는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CVC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 발의했지만 1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고 있다"며 "대기업이 CVC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DB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CVC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인 건 넘어야 할 고비다. 대기업 계열 CVC는 부의 편법 승계, 방만 경영, 지배구조 확장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또 CVC를 허용하면서 내거는 제약이 과해서 유명무실한 법 개정이 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지주사가 CVC를 소유할 경우 투자 현황과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관계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사항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돈 쓰기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은 "보고 의무를 지우는 게 투자 활성화에 저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투자 할때마다 보고하게 하면 부담스럽겠지만 공정위의 걱정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획재정부에서 준비 중인 정부 발의안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주사가 CVC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11일 업계와 정부 양측 얘기를 듣기 위해 CVC 개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병욱, 이원욱 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출신의 김경만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관한다. 토론에는 각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와 국회입법조사처, 공정위 관계자가 패널로 나온다. 김병욱 의원은 "현행 공정거래법은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선도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CVC 활성화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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