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SPC그룹 부당내부거래 혐의 포착...SPC "사업효율성 높이기 위한 정상거래"

입력 2020.06.10 10:08 | 수정 2020.06.10 18:08

계열사 간 식자재 거래에 ‘SPC삼립’ 끼워넣는 부당 거래 포착
혐의 확정되면 최고책임자 고발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 중인 SPC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서 이른바 ‘통행세’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세는 거래 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끼워 넣어 수수료를 받는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한다. 이는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의도적인 행위로, 공정위가 근절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익 편취 행위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후 비슷한 혐의가 포착된 하이트진로(000080), LS그룹 등은 최고경영진과 법인이 예외없이 검찰에 형사 고발됐다. SPC그룹에 대한 제재수위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SPC그룹 홈페이지./SPC
◇공정위, 중견기업 SPC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 제재 임박

10일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SPC그룹이 계열사간 식자재 구매에 실질적 역할이 없는 SPC삼립(005610)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통행세 받아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SPC삼립은 허영인 회장 등이 지분 32.89%를 보유하고 있는 총수 일가 지배 회사다.

이 같은 거래 과정에서 SPC삼립에게 이익이 돌아갔다면, 그 이익이 최종적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주중 전원회의를 열어 SPC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론지을 예정이다.

SPC그룹은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명시적인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처벌에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23조 2항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점검대상 기업집단을 적용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SPC그룹에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불공정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PC삼립 주주현황 ( 단위 : %, 자료 : 금감원 전자공시)
내부 식자재 거래에 자회사 끼워넣은 SPC

SPC 그룹의 부당 거래는 총수 일가 지배회사인 SPC삼립을 계열사 간 식자재공급 거래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SPC삼립은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 샌드스마일, SPC GFS, 비엔에스 등 총 6개 비상장 계열사를 자(子)회사로 두고 있었다. 에그팜은 빵에 들어가는 액상계란을, 밀다원은 제빵용 밀가루를, 그릭슈바인은 육가공 제품을 파리바게뜨 등에 납품해왔다. 이들 회사는 SPC삼립이 지분을 100% 보유한 곳이었다.

이들 세 곳 매출은 ‘각 자회사→SPC삼립→파리바게뜨 등’을 거치는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공정위는 식자재 생산, 유통 과정에 실질적인 기여가 없는 SPC삼립이 거래 과정에 끼어있는 것이 총수 일가 지배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SPC삼립은 밀다원과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 3개 자회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그쯤 SPC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공정위는 SPC삼립이 이들 회사를 흡수하기 전까지 이들 자회사와 계열사간 식자재거래를 중개하면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데도 수수료를 챙긴 것은 분명히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심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뉴시스
◇’무관용 원칙’ 펼친 공정위…제재 수위에 관심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SPC그룹 측에 부당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고 SPC그룹의 소명절차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종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 개최가 지연돼 왔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SPC그룹에 매길 제재 수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PC그룹은 명시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통행세는 대표적인 사익편취 행위에 해당된다는 측면에서 ‘법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적용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비슷한 혐의로 적발된 하이트진로그룹과 LS그룹은 예외 없이 공정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 조치됐고, 검찰은 총수 일가를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구자홍 LS그룹 회장 등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난달 27일 미래에셋대우(006800)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 브리핑 당시 "(한화, SPC, 하림 등) 남아있는 일감몰아주기 사건은 사건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위법성 정도에 따라 형사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삼립과 계열사 간 거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상적인 거래였음을 충분히 소명하고 있으며, 전원회의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통행세와 사익편취는 총수 개인이 소유한 비상장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SPC삼립은 총수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로 사익편취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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