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100척 수주 소식에 거제 부동산 꿈틀… "외지인 문의 쇄도, 웃돈 올라”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6.05 14:00

    "카타르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거두고 있어요. 한때 미분양이던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프리미엄)은 금세 2000만원 올랐습니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조선(造船)업계의 부활에 ‘청신호’가 켜지자, 경남 거제 지역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총 23조600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이끌어낸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와 모잠비크 프로젝트에서도 연내 대규모 LNG 운반선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거제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큰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밀집해있다. 지역 기반 사업인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2016년 9월부터 지난 3년여간 거제 아파트 값은 30%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 부활의 콧노래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LNG선 수주 소식에 급매물 잡으려는 투자자들

    5일 거제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시세보다 싼값에 내놔도 거래가 안돼 애태웠던 아파트 급매물들이 갑자기 쏙 들어가면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의 낭보가 터진지 이틀 만이다. 외지인들로부터 급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한편, 매도자들은 처분을 위해 싼값에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두고, 호가를 올렸다.

    김성진 경남아너스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카타르 계약 뉴스가 나오자 급매물을 찾는 외지인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급매물이 나오면 직접 보지 않고 전화로 사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새 아파트의 분양권 호가도 오름세다. 거제 장평동 B공인중개업자는 "카타르 계약 뉴스가 나온지 불과 1~2일만에 ‘포레나 거제 장평’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이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올랐다"면서 "현재 이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은 평형대별로 3000만~40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거제유로아일랜드’도 분양권 웃돈이 5000만원선까지 형성돼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걸어갈 거리인 ‘포레나 거제 장평’은 2018년 10월 처음 분양됐지만, 조선업 불황에 따른 거제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잔여 물량이 다수 남았던 단지다. 분양가를 3.3㎡당 860만~960만원대로 낮추고 중도금 30% 무이자를 적용하는 등 혜택을 제공해 지난 달 겨우 모두 팔렸는데, 지역 기반산업이 활기를 띄면서 상황이 바뀐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포레나 거제 장평’의 전용면적 84㎡ 12층, 13층의 분양권은 이달 각각 3억67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면적 25층짜리 분양권은 3억426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동일면적 10~19층대 분양가가 3억4400만원임을 감안하면 약 2000만원 오른 셈이다.

    ‘e편한세상 거제유로아일랜드’의 경우 전용 84㎡(20층)짜리가 3억796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분양가(3억4760만원) 대비 3000만원 가량 비싼 값이다.

    거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정한 미분양관리지역이지만,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거제 지역 주택 미분양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1605가구, 2월 1498가구, 3월 1417가구, 4월 1363가구로 매월 감소세다.

    ◇"거제 분위기 상승 초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제 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 초입 단계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표가 후행하는 탓에 매매거래량이나 아파트 가격은 아직 떨어지는 모양새지만, 상승 분위기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수치상으로는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추이상 바닥을 다지며 이미 상승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거제 아파트의 가격은 1월부터 5월까지 전달 대비 0.08~0.25% 가량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거제 지역에 신규 공급이 없는 점(0건)에 주목한다. 공급 부담이 줄어 미분양 물량 해소와 주택 가격 상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합수 위원은 "누적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거제, 창원, 통영 등 일대가 최근 물량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남 지역 공급·입주 물량이 감소 추세"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아직은 수치상 뚜렷한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올해 이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 계획이 한건도 없어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선업계가 호황을 띄면서 서서히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의 부활이 현실화하고 지역 경기가 살아나면, 본격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지역 경제의 주축인 조선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로 거제 지역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제뿐 아니라 울산, 창원 등 경남권 시장에 훈풍이 퍼져 주택가격이 강보합 내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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