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눈엣가시'로 여기더니... '폐점 도미노’에 대량 실직 어쩌나

조선비즈
  • 윤희훈 기자
    입력 2020.06.05 06:00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마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매장 철수와 매각에 나서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달 말 양주점·천안아산점 영업을 종료했고, 이달 말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을 폐점한다. 다음달 말엔 VIC킨텍스점과 천안점·의정부 점 등 세 곳을 추가로 정리한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월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200개를 3~5년 내 정리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20여개 매장을 연내 폐점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도 현재 안산·둔산·대구점 3개 매장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는 이들 점포에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안산점을, 딜로이트안진이 대구·둔산점을 맡는다.

    홈플러스 노조가 3일 서울 종로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매장 매각 결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홈플러스 노조 사이트 캡처
    ◇ 대형마트 구조조정 본격화에 노사 갈등 촉발

    유통기업들의 매장 정리가 본격화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진은 구조조정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하지만, 노조 측에선 사업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일방적인 인력 감축이라고 반발한다.

    롯데마트는 점포를 정리하더라도 직원들은 인근 매장 등으로 전환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장 간 거리가 있는 만큼 직원들이 전환배치된 매장으로 통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다음달 폐점할 VIC킨텍스점의 경우 김포한강신도시점이나 롯데마트 은평점, VIC영등포점, 서초점, 잠실점, 청량리점, 경기양평점 등으로 직원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중 경기양평점은 거리가 70여km에 이르는 데다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VIC킨텍스에서 40여km 떨어진 서초점이나 잠실점도 자가용으로 2시간이 걸린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식의 전환 배치는 사실상 '해고 통지'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대한 인근 매장으로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지만, 통근 거리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안산·둔산·대구점 등 매장 3곳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 측에선 "알짜 매장을 팔아 자본금을 챙겨 떠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3일 서울 종로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추진하는 이번 매각은 통상적으로 해오던 매각 후 재임대방식(세일즈앤리스백)이 아니라 폐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번 매각으로 3개 매장 직원 수천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홈플러스 당기순이익은 7332억이었지만 MBK는 동기간 배당금으로 1조2130억원을 가져갔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는 이 때에 수천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이번 폐점은 고용을 지켜야 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친 반노동 행위"라고 했다.

    이달 말 폐점 예정인 롯데마트 빅마켓신영통점./롯데쇼핑
    ◇ 온라인 성장에 코로나까지…위기의 대형마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던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4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16.9% 늘었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소비 편중 현상이 짙어지면서 대형마트들의 실적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매장 정리도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대형마트의 고위 관계자는 4일 "대형마트에선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되면서 고객 방문이 급감했다"며 "일주일 뒤 5월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 발표될 듯 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시장이 '온라인 vs 오프라인'으로 재편됐는데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에선 '대형 유통업체 vs 소상공인'의 구도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를 여전히 지역 상권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보고 규제 일변도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현재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일 의무 휴업, 영업 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출점 규제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대형마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한 것도 규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경제계에선 대형마트의 구조조정을 계기로 규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고용 창출 효과와 소비자 후생 등 사회적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매장 정리가 예고된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대량 실직으로 인한 지역 경제 한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매장 정리를 계기로 실직 문제가 대두되면서 반사 효과로 유통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