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과 잉여 사이"…외줄 기로 선 상가 운명은?

조선비즈
  • 전태훤 선임기자
    입력 2020.06.03 08:16

    모바일∙온라인 구매가 대세인 시대에 상가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 이후 자리매김이 뚜렷해진 비대면 상권이 기존 오프라인 상권 쇠퇴를 빠른 속도로 부추기면서, 이제 상가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편익시설에서 잉여시설로나 여겨질 정도로 존재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지만, 상가는 오프라인 재화거래가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공간이자 지역 경제의 밑받침인 자영업자들이 모여 가계를 꾸리는 상권 형성의 기본 단위. 잉여시설로 추락 중인 상가의 가치를 되살릴 새로운 제도적 보완과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아, 옛날이여"…온라인에 뺏긴 위상

    한때 상가라고 하면 짭짤한 임대 수익이 보장돼 ‘묻지마 투자’조차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부동산 투자재였다.

    요즘 ‘돈 좀 된다’ 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에 수십대 1에서 수백대 1의 청약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 상가만 하더라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백대 1의 낙찰 경쟁이 벌어졌던 ‘원조급' 투자처였다.

    그랬던 상가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의 변화 속에 모바일∙온라인 시장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투자 매력도 퇴색 중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타고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부담스런 분양가도 미분양을 자초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여기에다 최근 불어닥친 코로나 19 여파가 오프라인 상권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상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3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3월 온라인 쇼핑으로 거래된 금액은 모두 12조5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8% 증가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지난해말(12조6846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온라인 쇼핑몰 거래 규모는 2018년 3월 9조3757억원에서 ▲2019년 3월 10조6879억원 ▲2019년 9월 11조261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문화∙여행 관련 온라인 거래가 급감한 것이 3월 증가폭 감소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구매를 대체하는 비대면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곤두박질 수익률에 빈 상가는 늘고

    상가정보업체 상가정보연구소가 얼마 전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가의 평균 투자 수익률이 면적에 상관없이 1년 만에 하락했다.

    지난해 중대형 상가의 전국 평균 투자 수익률은 6.29%로, 2018년(6.91%)보다 0.62%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의 중대형 상가 투자 수익률도 2018년(8.2%)보다 0.3%포인트 하락한 7.9%에 그쳤다.

    소규모 상가 투자 수익률도 하락했는데, 2019년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투자 수익률은 전년(6.35%)보다 0.79%포인트 내려간 5.56%에 머물렀다. 대전(0.77%)과 전북(0.1%)의 소형 상가의 투자 수익률만 올랐을 뿐 대부분의 지역의 소형 상가 투자 수익률이 하락했다.

    미분양 상가도 역대 가장 많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7%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LG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에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잇따라 타격을 받게 된 것이 상가 공실 증가로 이어졌다"며 "지금 같은 코로나 19 파장에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상가 투자 수익률이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획일적 공급 제도 역기능 우려

    꽤 많은 곳에서 상가가 애물단지 혹은 잉여시설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활편익시설로서의 가치가 있고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상권 활성화 차원도 고려한다면 상가가 효율적으로 공급되고 운영돼야 한다.

    서울 도심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은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인 공급 방식과 규제가 상가 문제를 낳고 상권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당장 개발 사업을 할 때 연면적의 일정 비율을 상업시설이 포함된 비주거 부분으로 반드시 지어야 하는 규정이 비효율적이고 상권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기반시설 용량이나 상권 활성화 여부, 입주민 특성 등과 상관 없이 상업 지역의 경우 ‘용도용적제(주거 비율에 따라 용적률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를 통해 주거비율을 일괄 제한하고 있으며, 상업지역에서 주거복합 건물을 지을 경우 비주거 의무비율 20%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획일적인 의무 비율 탓에 꽤 많은 곳들이 넘쳐나는 미분양 상가로 골머리를 앓으며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기도 한다. 코로나 19 이후로 비주거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터라, 비주거 부문의 의무 공급 비율을 줄이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위치에 따라 상업시설 공급이 부족한 곳도 있고, 넘치는 곳도 있는데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만 들이댄다면 공실 부담에 따른 개발 리스크가 커지거나 상권 활성화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주변 상황을 고려한 탄력적인 공급 기준을 건축심의 등의 절차에 반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제도도 문제지만 지나친 고분양가도 상업시설에서 등을 돌리게한 원인이란 것을 개발 주체가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상업지역의 비주거 의무비율도 상황에 따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하면 주택이 부족한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고, 기존 상권도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잉여시설 되살릴 대안 고민해야

    미분양 상업시설을 애물단지에서 구할 방법도 모색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 미분양으로 둘 경우 오히려 지역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공실 문제가 큰 상가라면 공간 재활용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선철 무궁화신탁 도시재생사업그룹장은 "상가 공급이 많아 사업초기부터 미분양이 예상된다면 일반분양만 고집하지 말고 지역 커뮤니티 등과 협의해 공적인 공간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상업시설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지역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도 된다"고 제언했다.

    미분양 상업시설이 도심 물류센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철 그룹장은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물류센터 수요가 급증했는데, 심각한 미분양을 겪고 있거나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심 상가를 소규모 물류 허브시설로 활용한다면 상권도 살고 물류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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