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27) “수제맥주, 쌉싸름하면서도 단맛 나야 잘 팔려”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5.29 09:53 | 수정 2020.05.29 10:16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헤이지(Hazy) IPA ‘첫사랑', 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아
    쌉싸름한 첫맛은 살리되, 귀리, 밀 넣은 덕분에 쓴 끝맛은 없애
    "편의점, ‘네 캔에 만원' 고수하는 탓에 고급 수제맥주 못 들어가 아쉬워"

    첫사랑은 어떤 맛일까? "첫사랑은 해피 엔딩이 어려운 거야. 그래서 첫사랑이 더 애틋한 거지..." 꼰대 선배들은 이렇게 말했다. 달달하게 시작했다가 씁쓸하게 끝나기 일쑤인 그런 인연이 첫사랑이라고.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의 맛을 수제맥주로 재현한 맥주 덕후(맥주 매니아)가 있다. 잘 나가는 글로벌기업을 박차고 나와 서울 성수동에 브루펍(맥주를 현장에서 만들어 파는 맥주 전문업소)을 차린 맥주 덕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했다. 이후 한국 P&G, 베인 앤드 컴퍼니(서울 및 암스테르담 근무)에서 10년간 근무했다. 다들 부러워할 성공 비즈니스맨의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수제맥주도 살짝 단맛이 나야 잘 팔린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장소는 경기도 이천공장. /박순욱 기자
    그러나, 미국 유학 중 맛본 크래프트(수제)맥주 맛에서 결국 헤어나지 못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서울에서 수제맥주 펍 창업을 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41) 이야기다. 그는 국제공인 맥주심사관 자격증, 국제 공인 맥주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시카고에서 맥주 양조 코스웍까지 수료했다. 2015년에는 ‘비어 투어리스트'(리디북스)라는 맥주 여행기도 펴냈다.

    2016년, 20~30대 감성의 카페들이 몰려 있는 서울 성수동에서 1호 펍을 연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현재 서울 건대입구, 잠실 등에도 대형 업소를 잇따라 열었다. 2019년에는 경기도 이천에 연산 1200톤 규모의 브루잉 공장도 지었다. 양조과정 견학과 갓 만든 맥주를 시음하는 투어코스는 맥주 덕후들의 필수 코스. 지금은 코로나 예방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투어는 중단된 상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대박이 난 것은 2017년에 내놓은 ‘첫사랑'이 빅히트를 치면서부터다. ‘첫사랑’은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도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2020’을 수상, 전문가들로부터도 품질을 인정받았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펍에서 취급하는 수제맥주는 30종이 넘지만 ‘첫사랑’ 하나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다. ‘첫사랑’의 인기 비결을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경기도 이천공장. 연산 1200톤 규모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규제완화로 다른 회사 제품도 OEM으로 생산할 수 있게 돼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수제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수제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즐기면서도 끝맛이 쓴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첫사랑’은 쌉싸름한 맛은 주되, 쓴 맛의 여운은 거의 없도록 만들었어요. 살짝 단맛을 느끼도록 수제맥주에 보통 넣지 않는 귀리, 밀도 조금 넣었어요.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은 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20~30대 여성고객을 겨냥해 만들었는데, 40~50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즐겨 찾는 ‘스테디 셀러'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여성고객을 염두에 두고, 쌉싸름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수제맥주를 만든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수제맥주 하면 쌉싸름함을 넘어서 쓴맛이 도드라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 이런 수제맥주 스타일과 다르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첫사랑’은 어떤 맥주인가?

    "2017년에 출시한 IPA 계열의 맥주다. IPA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수제맥주인데, 첫사랑은 IPA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헤이지(Hazy) IPA다. ‘헤이지’는 탁하다는 뜻이다. 일반 IPA보다 홉을 더 많이 넣어 맥주 색상이 더 탁하다. 과일 주스처럼 색이 탁한 것은 홉을 많이 넣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밀과 귀리가 첨가됐기 때문이다. 귀리에는 단백질이 많아 맥주 색깔이 탁해지지만, 대신에 단맛을 낸다. 밀도 약간 달달한 맛을 내려고 넣었다."


    -맛이나 향은 어떤가?

    "달달한 맛도 나지만 전반적으로 끝맛은 쌉싸름한, 쓴맛이 난다. IPA특징이 그렇다. 그러나, 일반적인 IPA에 비해서는 훨씬 덜 쓰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일반 IPA에 비해 홉을 30%나 더 넣었지만 쓴맛이 덜 나는 것은 밀, 귀리 때문이다.
    밀, 귀리가 약간 부드러운 맛을 내고, 단백질 성분이 많다 보니 단맛이 도드라져서 쓴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밀, 귀리는 전체의 10~15% 정도 넣는다. 일반 IPA에는 밀, 귀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IPA의 쌉싸름한 맛을 어느 정도 살리되, 쓴 맛을 밀, 귀리로 잡은 셈이다. 우리는 대중적인 입맛을 지향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이천공장 2층의 시음회장. 투어 참가자들은 양조장 설비를 둘러보고 이곳에서 갓 만든 맥주를 시음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수제맥주는 쓴맛이 특징 아닌가?

    "영어의 ‘쓰다, 쌉싸름하다'의 의미인 ‘비터(bitter)’는 맥주업계에선 부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시장 사정은 다르다. 수제맥주 덕후들도 맥주 첫모금의 쌉싸름한 맛은 좋아하지만, 뒷맛이 쓴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쌉싸름한 향은 많이 나지만, 쓴맛은 도드라지지 않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첫사랑’이다. 일반 IPA보다 홉은 30% 정도 더 넣어 쌉싸름한 향은 강조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귀리와 밀을 넣어 ‘쓴 끝맛’은 잡았다. 그래서 ‘첫사랑’은 알코올 도수가 6.5도로 높은 편인데도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여성들이 남자들보다는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어떤 홉을 사용했나?

    "시트라, 심코, 모자이크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홉을 넣었다.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다. 미국 최대 홉 산지인 야키마(Yakima)에서 홉을 직수입, 원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배송한다. 대개 에일맥주는 시트러스한 향이 나는게 특징인데, 시트라 홉을 쓰기 때문이다. 시트라 홉에는 자몽,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과일류 향이 난다. 약간의 레몬 느낌. 모자이크나 심코 홉은 소나무향이 난다. 소나무에서 나는 향긋한 향이 난다."

    -홉은 양조 단계에 언제 넣나?

    "홉을 첨가하는 방식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양조 초기, 맥즙(분쇄한 몰트에 더운 물을 부어, 60~70도로 높여 당화시킨 후 여과한 액체성분을 말하는 것으로 발효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된다)을 끓일 때 넣는 것을 보일링 호핑(boiling hopping)이라고 하고, 발효할 때 넣는 홉 방식을 드라이 호핑(dry hopping)이라고 하는데, 드라이 호핑은 향엔 임팩트는 주되, 쓴 맛은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대개 두가지 방법을 다 쓴다. 보일링 홉은 비터한 맛을 주기 위해, 또 드라이 호핑은 향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다. 첫사랑은 드라이 호핑 때 홉 사용량을 30% 정도 늘렸다. 맥즙을 만들 때, 다시 말해 끓일 때 홉을 넣으면 홉 향이 우러나와 맛이 쓰져버린다. 드라이호핑은 맥주가 상온에서 발효될 때 홉을 넣는 방식이라 쓴맛은 주지 않고 향만 입히는 것이다."

    -제품은 몇 종류 정도 되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품은 다 합치면 30~40종류 된다. 이중 첫사랑, 성수동 페일에일, 어메이징 라거 세 제품이 간판상품이다. 밀땅이라는 밀맥주도 있다.
    주류 전문샵에는 진작부터 캔 제품 형태로 팔고 있었다. 5월부터 서울숲 수제라거, 노을 수제페일 두개 제품이 3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들어갔다."

    -‘성수동’은 어떤 맥주?

    "우리 회사 1호 제품인 성수동은 페일에일 계열 맥주다. IPA보다는 홉 양이 적고, 맥주 색깔도 좀 맑다. 우리는 노을빛이라고 표현하는데, 황금빛보다는 조금 붉은 정도다. 보통 라거는 투명하고 황금빛인데, 성수동 색상은 붉은 색을 띠는 골드다. 자몽,오렌지향과 가벼운 바디감이 특징이다. 맛은 시트러스하지는 않고, 소나무향이 좀 강하다.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는 페일에일 맥주다. 알코올 도수도 첫사랑은 6.5도인데 비해, 성수동은 4.5도로 낮은 편이다. 홉을 적게 넣은 만큼 쓴맛(Bitterness)도 첫사랑보다 덜하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서울 성수동 브루펍. 30여종의 수제맥주를 잔당 균일가 4900원에 팔고 있다. /박순욱 기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서울 성수동(첫번째 업장)에서 시작했으니까, ‘성수동을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성수동 페일에일을 만들었다. 성수동 주민들과 같이 공동양조를 해서 만들었던 제품이다. 주민들을 모셔와서 맥주 양조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맥주 양조 체험 기회를 드렸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처음에 성수동 맥주를 만들 때는 ‘지역주민 참여형 양조’를 한 셈이다. 지역명을 쓴 맥주인 만큼, 성수동 주민을 팬덤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이었다. 성수동 페일에일은 라벨, 포스트 디자인 등도 성수동에서 태어나서 지금도 살고 있는 디자이너가 했다. 성수동은 구성원이 아주 다양하다. 우선, 공장이 많은데 그 중에도 피혁, 구두 공장이 많아 디자이너분들이 많다. 그외도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회사도 많다. 식당, 카페도 많다. 그래서 성수동을 대표하는 직종 종사자들을 모셔다가 같이 만들었다. 그렇지만 성수동 브루펍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첫사랑이다. 그 다음이 성수동이다."

    -대기업 맥주인 라거 제품(어메이징라거)은 왜 만들었나?

    "어메이징라거는 2019년 5월 이천브루어리를 짓고 나서 만든 맥주다. 라거의 대표인 필스너 맥주다. 고소한 몰트 풍미와 최상급 노블홉의 조화, 시원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최고의 라거맥주라고 자부한다. 국내 대기업 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고급 라거다.

    라거맥주는 진작부터 만들고 싶었는데, 성수동 양조 설비는 용량이 적어 만들지 못했다. 라거맥주(하면발효)는 만들기가 에일맥주(상면발효)보다 좀 더 어렵다. 그래서 좋은 장비를 사고 나서 시작했다. 라거맥주는 온도 조절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온도컨트롤이 잘 되는 발효조를 사고 나서 양조를 시작했다.

    수제맥주 하면 페일에일, IPA를 떠올리지만, 어쨋거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맥주는 라거다. 그래서 상업적인 목적(잘 팔리는 맥주를 만들자)에서 만들었다. 페일에일 맥주를 서빙해보면 ‘좀 진하다, 많이 못먹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런데 어메이징라거 맛을 보면 ‘이건 익숙한 맛이라, 몇잔도 마시겠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가볍고 시원하게 여러 잔 마시는 맥주로는 라거를 따라갈 수 없다. 작년 10월에 출시돼서 아직 매출 비중이 높지는 않다. 첫사랑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고, 라거는 전체의 10%를 점하고 있다. 라거는 계속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밀땅’은 독일 바이젠 밀맥주다. 부드러운 밀과 달콤한 바나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깔끔한 바이젠이다. 밀을 사용했기 때문에 좀 달달하고,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헤페 바이젠’의 헤페가 효모라는 뜻이다. 효모 자체가 좀 뿌옇다. 탁한 느낌이 있다. 밀맥주는 라거 만큼이나 저변이 넓다. 꽤 많이 나간다. 이천공장 오픈하면서 만들었다. 첫사랑과 성수동은 성수동 브루펍 시절부터 잘 나갔고, 어메이징 라거와 밀땅은 이천공장 지으면서 대중성을 겨냥한 제품이다. 가장 잘 나가는 첫사랑이 전체 매출의 30% 약간 넘고, 성수동이 20%, 어메이징라거와 밀땅이 10%씩 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동 펍의 맥주 탭(꼭지)들. 고객이 직접 맥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박순욱 기자
    -수제맥주 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수제맥주 시장엔 여성 고객이 남성보다 더 많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업장의 경우, 7대 3 정도로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맥주펍에 남성들로 득실대는 외국과 달리,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다. 외국 맥주업계도 신기해한다. 트렌드와 맛을 중시하는 여성들은 브루펍을 일종의 ‘맛집’으로 여긴다.

    일반 맥주집은 사실 치킨 말고는 이렇다 할 안주가 없지 않나? 하지만 수제맥주 펍은 ‘요리’라고 부를 정도로 고급스런 안주가 즐비하다. 그러다 보니, 맛집을 잘 찾아가는 여성들이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커졌다. 여성들은 수제맥주 자체를 ‘음식’으로 본다. 시원하기만 하고, 사실상 맛의 차이는 거의 없는 라거맥주와 달리, 수제맥주는 다양한 맛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기업 맥주같은 천편일률적인 맛이 아니기 때문에 브루펍에서는 자신의 취향별로 맥주를 골라 마시는 즐거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주세가 수제맥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맥주 주세가 종가세(제조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에서 종량세(제조원가와 상관없이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로 전환되면서 수제맥주는 세금이 30% 정도 줄었다. 수제맥주는 일반 맥주보다 제조원가가 높아 그동안 세금 부담이 컸는데, 이런 걸림돌이 해소된 것이다. 그래서 성수동 브루펍을 비롯해 직영 업장에선 소비자가격을 많이 내렸다. 가령, 첫사랑은 한잔에 7900원 하던 것을 4900원으로, 성수동은 6900원에서 4900원으로 각기 내렸다. 종가세는 원가가 비쌀수록 세금이 많아진다. 그래서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원가가 비싼 제품일수록 세금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원가가 제일 비싼 첫사랑이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것이다.

    그런데 가격을 내리지 않은 점주들에겐 욕도 많이 먹고 있다. 우리 회사 직영이 아닌 이들 업소는 우리 제품을 공급받아 팔고 있어, 우리가 최종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종전 가격대로 팔면 그만큼 마진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세금이 줄어 제조원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종가세 시절에는 좋은 재료를 쓸수록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세금 상승으로 인한)으로 작용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앞으로는 세금 추가 상승없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앞으로는 세금 추가 상승없이 고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가격을 내린 만큼, 소매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지 않나?

    "종량세 도입 이후 편의점에 들어가는 수제맥주가 다소 늘어나고는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왜냐면 ‘네 캔에 만원'이라는 왜곡된 가격정책이 편의점 맥주 매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네 캔에 만원(한 캔에 2500원)'에 팔 수 없는 고급 맥주는 편의점에 아예 들어갈 수가 없는 실정이다.

    종량세 도입으로 가격이 다소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네 캔에 만원'에 맞출 수 있는 수제맥주는 많지 않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품 중 ‘네 캔에 만원'을 충족시키는 맥주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네 캔에 만원' 정책을 맞추기 위해 편의점 전용 상품으로 최근 ‘서울숲 수제라거'과 ‘노을 수제페일’ 두 제품을 새로 만들었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이다. 가격을 ‘네 캔에 만원' 에 맞추다 보니, 홉 함유량도 다소 낮출 수밖에 없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동 브루펍 내부 전경. 고객 중 여성 비중이 70%에 달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네 캔에 만원' 정책이 수제맥주의 소매시장 진출 걸림돌인가?

    "편의점은 ‘네 캔 만원' 아니면 맥주를 팔 수 없는 시장이다. ‘네 캔 만원'이 얼마나 고약한 제도인가 하면, 퀄리티 프리미엄, 브랜드 프리미엄도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가격정책이다. 품질이 좋든 나쁘든 똑같은 가격을 요구한다. 획일가를 강요한다. 가령, 한 캔에 2500원을 맞출 수 없는 제품은 편의점 매대에 올라갈 수가 없다. ‘네 캔 만원' 정책이 사실상 수제맥주의 가장 큰 적이다. ‘네 캔 만원'이 수제맥주를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일부 수제맥주는 네 캔에 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 좋은 품질의 수제맥주 유통을 막고 있는 최대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다. 가격이 2500원을 넘는 제품은 소비자를 만날 수가 없다. 왜냐면 편의점 본사들이 ‘네 캔 만원'을 충족시키는 맥주만 받으니까 그렇다.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에 ‘네 캔 만원' 제품도 있고, ‘세 캔 만원', ‘두 캔 만원'도 있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편의점 물 매대만 가보시라. 삼다수부터, 에비앙까지 가격대가 얼마나 다양한가? 또, 어떤 것들은 ‘1플러스 1(하나 사면 하나는 덤)’, ‘2 플러스 1(두개 사면 하나는 덤)’ 이런 식으로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쟁이다.

    그런데 맥주는 이런 자유시장 경쟁이 허용되지 않는다. 무조건 ‘네 캔 만원'이다. 당연히 항의를 했다. 그런데, 편의점 본사들의 대답이 가관이다. "유독 맥주는 네 캔에 만원 하는 제품 말고는 안 팔린다"고 답한다.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나는 어차피 맥주 맛을 잘 몰라서 ‘네 캔 만원'하는 값싼 맥주가 좋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물도 일률적으로 ‘한병에 1000원’하는 제품만 팔아야 하는게 아닐까? 유독 맥주만 이런 왜곡된 가격정책을 고수하는게 안타깝다. 일부 편의점 업체에서는 고가격의 고품질 맥주를 팔고 싶어한다. 그런데 다들 프로모션(맥주 네 캔에 만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니, ‘네 캔 만원'을 포기하는 순간 바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네 캔 만원' 가격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더욱 안타깝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가 이천공장에서 맥주의 발효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5월부터 우리 제품도 편의점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첫사랑은 못 들어간다. 그래서 부득이 가격을 맞춘(네 캔에 만원) 별도 제품을 만들었다. 새로 나온 라거맥주 ‘서울 숲'과 페일에일 ‘노을'이 편의점용 맥주다. 제조원가를 다소 다운해서 가격을 낮추었다. 기존 우리 제품은 종량세 이후에도 ‘네 캔 만원'을 맞출 수 있는 제품은 없다.

    -‘네 캔 만원' 정책은 맥주 가격 내리기에 기여했다고 아는데.

    "물론 그런 긍정적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맥주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 ‘일률적인 가격 맞추기’는 자유시장 경제 흐름에 역행한다. 제품 가격은 생산량에 반비례한다. 많이 생산할수록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는얘기다. 생긴 지 3, 4년 된 우리 회사 제품과 100년 넘은 하이네켄 제품과 똑같이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경쟁인가? 칭따오 같은 맥주는 중국 현지에서 300원, 500원 하는 맥주를 한국 편의점에서는 2500원에 파는데, 사람들은 ‘이건 2500원이 아니라, 1500원에 팔아야지,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안한다. 반대로, 기네스는 본고장인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서 마셔도 3000원은 줘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기네스가 아일랜드보다 싸다. ‘네 캔 만원' 균일가 정책이 빚어낸 왜곡된 현상들이다.

    종량세 도입을 계기로 수제맥주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네 캔 만원' 가격정책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네 캔 만원'을 못맞추는 맥주들은 편의점에서 사지 못하고 펍에 직접 가서 마셔야 하는 실정이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펍 시장이 많이 침체됐고, 회복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잘 안나오니까. 그런데, ‘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편의점은 좋은 맥주가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고품질 맥주는 소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종량세가 되면서 좋은 점은 두가지다. 가격을 내린 점도 좋은 점이지만, 다양성도 좋은 점이다. 그런데 지금 모든 사람들은 가격에만 눈이 가 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어차피 맥주 맛 몰라'란 말이다. 사람들이 왜 맥주 맛을 모르겠나? 똑같은 맥주만 파니까 제대로 된 맥주 맛을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물도 가격이 다 다른데, 맥주는 무조건 2500원에 가격을 맞춰놓으니, ‘사람들은 맥주 맛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맥주의 맛이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맥주 폭이 넓은지 소개하고 싶어도, 2014년에 시작된 ‘네 캔 만원'이라는 왜곡된 가격정책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다 올랐지만, 맥주값만 7년째 25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수제맥주 업계의 가장 큰 숙제다. 시장을 키우려면 편의점을 공략해야 하는데, 2500원이 넘는 제품들은 편의점에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제품만 팔리다 보면 나중에는 ‘수제맥주 맛도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서)별게 없네'라는 반응이 생길 것이다. 잘못된 균일가 정책이 제품 고급화, 수제맥주의 다양성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편의점 진출이 어렵다면 수제맥주 배달전문점 운영을 비롯한 유통채널 다변화밖에 답이 없다.

    -수제맥주 배달전문점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운영 현황은?

    "서울 논현, 금호 두군데 하고 있다. 법 규정상 맥주만 배달하지 못하고 음식을 같이 배달해야 한다. 작은 주방이 있어 치킨과 같이 배달한다. ‘수제맥주를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컨셉으로 만들었다. 편의점과 달리 네 캔에 만원 같은 걸림돌도 없다. 여기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여기선 첫사랑 500ml 캔을 4900원에 팔고 있다. 펍과 가격은 같은데, 펍에서는 잔 사이즈가 조금 작다. 300ml 정도다. 어느 정도 목표한 매출이 나오면 수제맥주 배달전문점을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로 확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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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욱의 술기행] (26) “후추, 생강 넣은 막걸리 맛, 궁금하지 않나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5) “맥주, 와인 같기도 한 막걸리, 한번 맛보세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4) “공기 통하는 옹기에서 숙성한 화요는 쓴맛 없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3)”식초 넣어 만든 별산막걸리, 최고상 받았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2)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스퀴즈브루어리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1)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산머루와인 ‘비원퓨어'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0)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만든 과하주, 이제 사계절 즐겨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9) “좋은 술은 정직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8) 전통주점 인기 1위 술은 ‘탄산 막걸리’인 이화백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7) “세종대왕께 진상한다는 정성으로 술을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6) “전통누룩 제대로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 아니죠"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故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 딸이 이어받아 우리술 대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 기자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에 '100점' 받은 와인의 정체 박순욱 선임기자
    감미료 없어 숙취 없는 이 막걸리… 목넘김도 비단결 같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⑩삼해소주가 김택상 명인 “10년 이상 숙성시킨 위스키보다 부드럽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⑨우리술 박성기 대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막걸리 만한게 있나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⑧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⑦정준하의 새로운 무한도전, ‘전통주 소믈리에’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⑥30대 청년 넷, 서울쌀로 '무감미료 막걸리' 만들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④논산, 평택의 명품 막걸리 주조 현장을 가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박순욱 기자
    '카스:테라' 전쟁 시작… 테라, 39일만에 100만 상자 팔렸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① "佛에 수출한 한국 스파클링 와인 아세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32) "무지개빛 C막걸리, 주당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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