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몰아낸 국산 반도체PCB 검사장비... 요즘은 일본서 주문 쇄도

조선비즈
  • 최락선 기자
    입력 2020.05.29 06:10

    ‘반도체 패키지 기판’ 2차원 검사장비 세계 1위
    외산 휩쓸던 국내 시장 판도 바꾼 게임체인저

    기가비스는 외국 회사가 장악한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2차원 자동광학검사기(AOI) 시장에서 2004년 창업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기술력, 가격, 애프터서비스(AS)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스라엘, 독일, 일본 업체를 밀어냈다. 점유율은 70% 후반대로 국내 1위다.

    기가비스는 전자 제품을 열면 보이는 초록색 플라스틱 기판을 검사하고 자동으로 수리하는 장비를 만든다. 일반 기판보다 밀도가 높고 작은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을 2차원으로 검사하는 초고해상도 검사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자동광학검사기 생산공정. 검사기의 대당 가격은 최대 100만달이다.
    기가비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갈 유망 200대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정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술력의 뿌리는 기가비스 창업 멤버 4명이 삼성전기에서 검사장비를 국산화하고 양산까지 했던 경험이다. 1990년대 초 삼성전기에서 불가능에 가까웠던 검사장비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을 전해준 일본 업체에서 삼성전기 제품을 사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97년 IMF 사태로 회사가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자 퇴직금을 끌어모아 1억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강해철 대표(사진)는 "국내 시장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던 외산 장비를 몰아내겠다는 각오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첫해부터 수출길이 열렸다. 삼성전기 재직 시절 기술교류를 가졌던 일본 업체에서 창업 소식을 듣고 2대를 사갔다. 2년간 검증을 거친 뒤 대량 구매가 이어졌고 2010년에는 수출액이 100억원을 넘겼다. 일본과 대만에 지사도 냈다.

    국내에서는 악착같이 기술개발에 매달린 결실이 2006년부터 나타났다. ‘친정’인 삼성전기와 거래를 텄고 LG이노텍에도 장비를 공급했다. 갤럭시 시리즈 돌풍으로 삼성전자의 핸드폰용 기판 검사기 수요가 생기면서 매출이 치솟았다.

    하지만 국내외 PC시장 침체와 핸드폰용 기판 검사기 수요가 정체되면서 매출이 줄고 2016~2018년 3년 간 이익이 나지 않아 위기에 봉착했다. 기회는 다시 일본에서 찾아왔다. 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이 대규모 서버 구축을 위해 일본 업체의 고성능 기판을 주문했고, 일본 업체에서 기가비스 검사기를 사갔다.

    강 대표는 "지난해 일본에서 들어온 주문이 340억원이었데 이 중 140억원 규모 물량은 올해 공급하게 된다"면서 "회사 매출이 작년 322억원에서 올해 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창업 때부터 ‘기술로 앞서가자’며 연구개발비를 매출의 10%를 유지한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직원 77명 중 50%가 연구원이다. 선폭 10 ㎛(미크론), 5㎛ 검사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현재는 2㎛까지 정밀도를 높인 장비 개발에 나섰다. 머리카락 굵기가 80미크론정도다.

    회로 불량 검사와 수리, 데이터 전송 시스템 세트 제품은 2017년부터 공급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 등 지식재산권은 20건이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검사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이비덴 등 글로벌 회사에서 주로 매출이 나온다. 매출 사이클 곡선이 있는 업계 특성상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2차 전지나 탄소섬유강화복합재 검사장비 연구하는 등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강 대표는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생각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하다 보니 성장속도가 더뎠다"며 "외형적인 성장을 추진해 주주와 직원들이 과실을 공유할 수 있게 히든챔피언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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