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강국' 코리아 60여개 '기업 전사'들 "코로나 우리가 잡는다"

조선비즈
  • 전효진 기자
    입력 2020.05.27 07:00

    정확도 99% 진단키트 수출 4달 만에 2억달러 돌파…
    치료제 개발 첫 공동 출자·공동개발 역사적 협업

    항체 치료제 7월말 인체 투여 준비
    6월초 백신 임상시험 돌입 예상

    /사진=Getty Images Bank /그래픽=송윤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기존 유행병을 진단하는 방식을 차용해 2주 만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제작하자 미국·중국·남미 등 세계 100여 개국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상위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응급용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지구적 위기 앞에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전례없는 협업을 선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처음으로 신종 감염병 치료제 도출을 위해 공동 출자, 공동개발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일부회사는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아낌없이 자금 지원을 한다는 방침 아래 연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성공시 전면 무상으로 지급한다고 선언한 기업도 등장했다.

    ◇ 韓 진단키트 수출 4개월만에 2억달러 돌파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지구촌 감염 사태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정확도 99%에 가까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가장 빠르게 제작·수출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3400달러에 불과했던 진단키트 수출액은 2월 들어서 64만2500달러, 3월에는 2410만1200달러로 급증했다. 4월 한 달 동안은 2억123만3500달러를 수출해 전 달 대비 8.3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국가도 1개국에서 누적 218개국(4월 기준)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산업 전반이 얼어붙었지만 국내 바이오의약품과 진단키트 등 'K-방역품목' 덕분에 1분기 보건산업(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수출액은 나홀로 선방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총 43억8200만달러를 수출, 전년 동기대비 22.5%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자동차(- 11.5%), 디스플레이(-20.7%), 석유화학(-12.2%) 증감폭과 비교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46개사 72개 제품이다. 여기엔 국내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6개사(바이오세움·바이오코아·씨젠·솔젠트·SD바이오센서·코젠바이오텍)도 포함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곳도 4월 이후 늘어나고 있다. 오상헬스케어가 지난 4월 18일 국내 기업 중에는 최초로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이후 씨젠, SD바이오센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랩지노믹스, 진매트릭스, 바이오코아가 뒤를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셀트리온 연구원(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②). ③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3일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경기 용인시 GC녹십자를 방문해 연구 시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셀트리온 연구원(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②). ③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3일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경기 용인시 GC녹십자를 방문해 연구 시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셀트리온·SK케미칼·연합뉴스
    ◇ 코로나 백신·치료제, 민관 협력 개발 박차

    코로나19 진단을 넘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서도 국내 기업이 앞장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 일정 및 계획을 밝힌 업체는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20여 곳이다. 정부는 지난달 약 2100억원을 투자하고 민관협력으로 결과물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기업들도 이윤 상관 없이 개발을 우선으로 하는 '노마진' 방침을 밝혔다.

    우선 치료제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보인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로 개발 중인 'GC5131A'를 국내 환자들에게 전면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을 골라 개발한다. 이미 상용화된 동일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서 신약 개발과 달리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오는 7월 인체 임상을 앞둔 항체치료제를 원가에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셀트리온은 회복환자의 혈액에서 항체 후보군(라이브러리)을 구축하고 항원에 결합하는 300종의 항체를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7월 말까지 인체 투여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으로 회사의 가용 개발 자원을 총동원해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 약물 중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을 활용한 기업도 있다. 이뮨메드는 연내 인간화항체 'HzVSF'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6월 중 임상시험 계획(IND)을 신청하고 7월 안으로 임상 2상을 시작한다.

    'K-바이오'에 기대를 거는 외국인의 투자 사례도 눈에 띈다. SK그룹의 백신 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달러(약 44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지원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례 등을 분석해 항원 부위를 선별하고 서브유닛 백신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항원은 인체에 투여해 면역력을 위한 항체를 형성하는 물질이고 서브유닛은 바이러스의 일부를 포함한 항원을 말한다.

    빠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제넥신, 바이넥스, 제넨바이오, 국제백신연구소, 카이스트, 포스텍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코로나19 DNA 백신 'GX-19'의 임상을 위한 원제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생산을 완료했다. 6월 초 임상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제약바이오업계는 협회 차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출자, 공동개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산 신약을 만들어 이익이 나면 함께 나누고 실패하면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동투자하는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유럽의 IMI(혁신의약기구)와 같은 민·관 공동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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