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딴 부동산 강공 예고에… 전문가들 "당근도 써야 효과"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5.26 06:10

    "과세강화, 거래절벽·시장 침체 키울까 우려"
    "임대규제, 매물 줄이고 슬럼화되는 문제도"

    대출을 옥죄고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고 전매 제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을 통제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것일까.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거듭 경고음을 내며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강화, 전·월세 신고제 도입과 함께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이 앞으로 나올 카드로 거론된다. 하지만 '양날의 칼' 같은 제도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고위관계자가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라는 강경 기조를 밝히고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새로운 규제책을 예고하는 등 주택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기재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를 위해 공정과세 원칙에 맞게 주택보유부담을 강화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양도소득세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세법 개정안 통과 등 12.16대책의 후속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정부가 입법 처리를 촉구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법 개정안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이는 방안이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상향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내년 시행을 목표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임대차 계약 시 보증금·임대료·계약금 등 세부적인 계약사항을 관할 당국에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일명 임대차 보호 3법을 모두 도입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또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분양받은 주택에 최대 5년의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만큼 거론되는 정책들은 모두 조만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세를 강화하면,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월세신고제 등 임차인 보호 제도 도입을 함께 추진하려는 게 정부의 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과세 강화 정책과 전월세 신고제 등의 도입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더라도, 결국 임대차 시장의 혼란과 주거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지적도 계속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부담이 커지면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결국 서울 강남 고가 주택 시장의 가격 안정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주택 보유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소비 감소, 내수경제 악영향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살아나지 못하면 건설부동산 관련 전후방 산업이 잇따라 무너지는 등 파급효과가 상당한데, 이미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고 시장이 가라 앉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책이 나오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 정부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고 원장은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거래세는 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살릴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임대인에 대한 채찍이 아닌 ‘당근’을 쓰는 편이 더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했던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임대 공급 및 투자가 줄어들었다"면서 "주택이 부실해져도 수리를 안해주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결국 임대인에게 패널티가 아닌 혜택을 주면서 임대료를 안정화하는 정책으로 바꿨다"면서 "당근을 함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신고제 등 제도를 시행해보는 것도 필요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부작용보다 시장 안정 효과가 크려면 민간 임대 공급 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이 뒷받침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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