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입는 레깅스... 실내 패션에서 아웃도어 패션으로 진화

조선비즈
  • 윤희훈 기자
    입력 2020.05.24 08:00

    면티에 레깅스만 입고… 달라진 산 정상의 풍경
    민망함 아닌 자연스러움… 남녀 가리지 않는 레깅스 패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집콕’ 생활을 하던 밀레니얼 세대들이 야외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안정된 지금, 활동적인 청춘 남녀들의 발걸음은 가까운 산과 캠핑장으로 향한다. 타인의 비말(침방울)을 접촉하기 쉬운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보단 깨끗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땀을 흘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점령한 산 정상과 캠핑장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원색 계통 바람막이와 등산바지를 입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 일색이었다면, 지금은 딱붙는 레깅스에 가벼운 면티, 혹은 넉넉한 후드티 차림을 한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레깅스 패션 대세 스타인 에이핑크의 손나은./손나은 인스타그램
    ◇ 레깅스 매출 급증…너도나도 '애슬레저' 브랜드 론칭

    올 봄 대세 패션 아이템으로 ‘레깅스’가 손꼽힌다.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는 원래 요가나 필라테스 등 자세 교정이 필요한 운동을 할 때 입는 복장이었다. 스타킹처럼 반바지나 치마 속에 받쳐 입는 경우도 많아 ‘입는다’ 대신 ‘신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랬던 레깅스가 지금은 통상적인 야외 활동 복장이 됐다.

    ‘몸에 딱 붙어 보기 민망하다’는 레깅스에 대한 인식은 이젠 ‘기능성이 좋고 편하다’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또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이나 배우 이시영 등 몸매가 좋은 연예인들이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레깅스는 ‘자신감있게 입고 싶은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22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한 달 동안 레깅스를 포함한 요가복·필라테스복 하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1% 늘었다. 레깅스 전문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국내 트레이닝복 브랜드 ‘안다르’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레깅스 전문 브랜드 젝시믹스도 올 1월 20일부터 3월 15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레깅스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패션회사별로 레깅스 제품 출시를 늘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최근 애슬레저 라인을 출시했다. 주요 제품은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로 사용자의 운동 강도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기능과 소재를 세분화했다. 특히 레깅스엔 착용자가 날씬해보이도록 무광택 원단을 사용하고 허리와 옆구리살을 잡아주는 하이웨이스트 밴드를 적용했다. 물놀이 때 입을 수 있는 ‘워터레깅스’ 제품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일상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레깅스 패션이 여성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SPA 브랜드 탑텐도 지난 2월 첫 애슬레저 라인 '밸런스'를 론칭했다. 고객들의 체형을 고려한 다양한 사이즈를 선보였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3월 여성 특화 애슬레저 라인 ‘휠라 스튜디오’를 론칭했다. 운동과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편안함을 지향해. 레깅스를 중심으로 이너탑, 스웨트셔츠 등을 출시했다.

    젝시믹스는 남성용 애슬레저 라인 젝시믹스 맨즈를 출시했다./젝시믹스 제공
    ◇ '레깅스=여성 패션'은 옛말…남자도 입는다

    레깅스를 입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레깅스를 '쫄쫄이'로 부르며 기피했던 것은 옛말이 됐다. 등산을 즐기는 한 식품회사의 홍보부장은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등산을 자주 한다"며 "'편해 보인다, 어디가면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레깅스가 남성들의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의 피트니스 채널 등을 통해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된 영향이 크다. 일상에서 타이즈 형태의 싸이클복과 UFC와 같은 격투기 종목에서 딱 달라붙는 트렁크를 입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레깅스를 구입하려는 남성 소비자가 늘면서 패션 브랜드에선 남성 전용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안다르는 이달 초 첫 남성용 라인업인 '맨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레깅스로 가장 많이 찾는 9부와 8부 기장으로, 입체 패턴을 적용해 낭심 부위가 부각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젝시믹스도 지난 15일 '젝시믹스 맨즈' 라인을 추가했다. 한국인 남성의 체형을 패턴화해서 제작해 편안함을 강조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젝시믹스 제품이 여성의 Y존이 드러나지 않아 히트를 쳤던 것처럼 맨즈 라인도 남성의 중심부가 드러나지 않게 세심하게 디자인했다"며 "상의도 얇은 티셔츠를 착용했을 때 드러나는 젖꼭지 부분의 노출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젝시믹스는 남성 라인의 모델로 가수 겸 예능인 김종국을 발탁했다. 방송 활동을 통해 '상남자' 이미지를 구축한 김종국을 통해 레깅스가 갖고 있는 '여성 패션'이라는 선입견을 지우고 활동적이고 건강한 남성을 위한 레깅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네파 제공
    ◇ 레깅스에 꽂힌 아웃도어 브랜드…"그래도 산 갈 땐 위험한데"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레깅스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네파는 올 여름 신상품으로 편안함을 강조한 '세라 레깅스',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 '엑시온 레깅스', 레깅스 핏의 편안한 바지 '비타 프리모션 팬츠' 등 3종을 출시했다. 신축성 좋은 원단으로 땀 배출이 용이하면서도 비침은 최소화했다. 비타 프리모션 팬츠의 경우 딱 달라붙는 레깅스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엉덩이 라인 등이 부각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도 핏감과 쾌적함을 극대화했다.

    아이더는 쿨 소재를 사용한 '아이스 레깅스'를 선보인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옷을 내세웠던 만큼 레깅스에서도 시원함을 강조했다. 노스페이스는 달리기와 요가, 필라테스 등 실내외 활동은 물론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올 트레인 쇼츠 레깅스'를 출시했다. 레깅스 위에 반바지가 덧대진 디자인으로 허리에 휴대용 주머니를 적용해 편리함을 더했다.

    레깅스가 대세 아이템이 되면서 너나 할 것없이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웃도어 브랜드 내에선 '레깅스 등반'을 보는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레깅스가 편안하고 활동성이 좋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등산바지에 비해 외부 충격을 보호하는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산은 대부분 바위산으로 등산을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긁히는 경우가 많은데 레깅스는 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

    이와 관련,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레깅스와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둘레길을 걷는 수준의 하이킹에는 적당한 차림이지만 바위산을 오를 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근교에 있어 편하게 생각하는 북한산과 관악산도 낙상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곳"이라며 "특히 신발만큼은 바위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를 신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애슬레저 : 애슬레틱(운동)과 레저(여가)를 합친 용어로 '가벼운 스포츠' 혹은 일상복과 스포츠웨어의 경계를 허문 패션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