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發 ‘사무실 무용론' 확산… 업무용 부동산 운명은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05.25 06: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사무실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의 업무용 부동산 시장에도 최근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무실 무용론'이 확산할 지 주목된다.

    필수 용무 외 외출 금지가 내려진 지난 3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사옥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실리콘밸리=박순찬 특파원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는 업무용 부동산의 수요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4월 전국 업무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508건으로 지난해 동기(595건) 대비 14.6% 감소했다. 특히 서울 거래량은 188건으로 지난해(264건)보다 28.8%나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거래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25.8% 떨어졌다.

    주목할 것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국내 업무용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기업에서 재택·원격근무 등이 확산되면서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업무와 직원 채용 시스템 등에서 지속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여러 차례 보도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은 그간 사옥과 사무실에 많은 투자를 했다. 고급 사무실을 꾸며 그 안에서 놀이와 휴식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식당에서도 최고의 식단을 제공했다. 애플은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들여 우주선 형상을 본뜬 사옥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가장 먼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기업 생산성에 재택근무가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재택근무를 고착화하겠다는 기업도 생겨났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직무 성격이나 여건 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이 원할 경우 영원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또 다른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은 급여를 25% 삭감하는 대신 원격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개발자를 고용하는 등 채용 문화까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 역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사무공간 임차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업계에서는 3년 뒤인 2023년에는 도쿄의 도심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현재보다 약 9배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통 관습과 정서 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사무실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국제적인 탈(脫)사무실 추세를 일부 추종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사무 공간에 대한 생각과 수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사무실에 모이지 않아도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오피스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일부 대기업 등 사무실의 입지가 구성원의 자긍심과 소속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사무실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공장형 사무실 등 오피스 형태가 다양한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상 사무실을 아예 없애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1인 등 소규모 기업의 창업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다만 올해 업무용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 조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올해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돼 상가나 오피스 시장 거래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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