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떠난 지 3년…풍력발전 구조물 제작으로 활로 찾는 군산中企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5.22 06:10 | 수정 2020.05.22 07:45

    군산조선소 폐쇄되며 기자재 업체 86곳 중 75곳 문 닫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풍력발전기 구조물 제작으로 활로 모색
    국비 등 297억원 투입…"군산, 그린뉴딜 정책 중심지 될 것"

    전북 군산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등 친환경 설비 제작업체로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뒤 3년째 일감을 찾지 못한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기존 장비와 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아 나선 것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군산산업단지에 조선기자재 업체 9곳이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야적장 등 인프라가 구축될 예정이다. 오는 2022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97억원이 투입, 3만평 규모의 공장부지에 야적장, 중장비 등이 단계적으로 들어온다.

    새만금 방조제 군산 진입부에 세워진 풍력발전 시설. /전북도 제공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협동공장에서 해상풍력구조물·발전설비플랜트·후육강관을 제조하게 된다. 특히 풍력구조물의 경우 조선 기자재를 만드는 것과 공정이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군산산업단지 내에 있는 번영중공업의 박건영 부사장은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도 결국 철판이기 때문에 용접하고 도색하는 업무는 기존 조선기자재를 만드는 공정과 동일하다. 90%가량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번영중공업도 이번에 풍력발전기 구조물 제작으로 업종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30년 이상 경력의 기술자 30명이 최근 합류했다.

    이곳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관련 산업의 수요 증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해상풍력 엔지니어 등 400명 이상의 고용 창출까지 예상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북 군산 번영중공업 공장이 텅 비어있다. 군산조선소가 3년 전 문을 닫으면서 일감이 끊긴 탓이다. 조선 기자재를 만들어왔던 번영주공업은 최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등 친환경 설비 제작으로 업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번영중공업 제공
    사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업종전환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009540)이 군산조선소를 폐쇄한 이후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배를 만들지 않게 되면서 조선기자재 업체의 일감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장 일감이 없으니 은행에선 대출도 안 나왔다.

    번영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번영중공업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춘 2017년부터 하루하루가 ‘고난의 행군’이었다. 연 매출은 1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직원도 100명에서 40명으로 줄었다. 일감이 끊기면서 늘어난 건 빚뿐이었다.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 이재우 사무국장은 "업체마다 부채 규모가 10억~20억씩 됐다. 벼랑 끝에 몰린 일부 업체는 제3금융권에도 손을 뻗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군산을 떠날 수도 없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조선소가 문을 닫았지만 언젠간 현대중공업이 돌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또한 선거 때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한다.

    군산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조선 기자재 인프라가 군산에서 사라지면 조선소가 돌아올 이유가 사라진다"며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사외 조선기자재 업체 86곳 중 75곳은 문을 닫고 말았다. 600명이 넘던 종사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근근이 해오던 일감마저 끊겼다. 이들에겐 업종전환만이 유일한 활로가 돼버렸다.

    텅 빈 군산조선소 모습. /조선DB
    정부 지원은 끌어왔지만, 아직 첫발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업체들은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일감부터 확보해야 한다. 발전기 하부구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야적장과 이를 옮길 수 있는 항만과 운반선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선 현재 전북도와 협의 중이다.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 김광중 이사장은 "비록 현대중공업은 떠났지만 군산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수년간 피땀 흘리는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군산이 그린뉴딜 정책의 중심지가 돼 풍력과 태양광 산업을 지역산업과 함께 연계 발전시켜 지역발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