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지출 역대최대 감소… 세금은 늘었다

입력 2020.05.21 12:0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1분기 가계의 소비지출이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육이나 외식·숙박 등 소비가 줄었고, 교회 예배도 중단되면서 헌금 등의 이전 지출도 줄었다. 지갑이 닫혔는데도 공공 일자리 사업 등 확장 재정정책에 따른 경상세금과 가계 대출 이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올해 1분기(1~3월) 월 평균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39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 여파로 텅 빈 명동거리./조선DB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은 소비지출이다.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0% 줄었다. 이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폭 감소다. 물가 변동 영향을 뺀 실질소비지출은 7.1%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식료품·비주류음료(10.5%), 보건(9.9%) 등은 증가했지만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에서 소비가 크게 줄었다. 팬데믹으로 가내소비는 늘었지만, 가외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상적으로 보면 전년도 4분기에 비해 다음년도 1분기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계지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전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해 이례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코로나 확산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는 경제 위기가 있었던 98년이나 2008년 소비지출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및 지출 동향./통계청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도 106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감당해야할 세금이 늘어 지속 증가추세였던 비소비지출은 2013년 1분기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가구간 이전, 비영리단체 이전 지출이 각각 10.1%, 12.7% 감소한 영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회에 가지 못하면서 종교 기부금 등이 줄었고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면서 가구간 이전 지출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은 소득세, 재산세 등으로 이뤄진 경상조세 외에 비경상조세, 연금, 사회보험지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공적이전지출(경상조세·연금·사회보험)에 해당하는 경상조세(1.3%), 비경상조세(37.9%), 사회보험료(10.7%)는 연속해서 지출이 늘었고, 가계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7.2%)도 증가했다. 경상조세는 소득세, 재산세처럼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이다. 사회보험료는 2018년 4분기(11.6%) 이후 가장 많이 늘었는데, ‘문재인 케어’ 등으로 건강보험료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여파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데도 세금성 지출이 늘었고, 가계의 이자비용도 증가한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부동산 취·등록세 등 일시적으로 내는 세금인 비경상조세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라 취득세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1%로, 지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월 소득의 5분의 1 가량이 세금, 건강보험료, 대출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상태였다. 다만 코로나 영향으로 외출이나 모임, 종교 기부금을 통한 이전 지출이 줄어들며 2018년 1분기 이후 9분기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 소득(429만1000원)도 비소비지출이 감소로 전환되면서 5.1% 늘었다. 가구 저축 여력을 보여주는 흑자율도 32.9%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포인트(P) 증가했다.

소득 총액에 대한 소비 지출 총액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 동기대비 7.9%P 하락했다. 이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최대폭 하락이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여파가 소득보다 소비에 더 빠르고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염병 확산으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며 대면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타격이 컸지만, 소득의 경우 집계 기간(1~3월) 중 3월이 지나서야 그 영향이 본격화됐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흑자율은 통상적으로는 가구가 지출을 하고도 얼만큼의 저축여력이 있느지를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소득여력이 있음에도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컸다"며 "이동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서 일부 항목의 지출 수준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해석에 있어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은 소득 3분위(-11.8%)에서 가장 크게 줄었고, 그 뒤는 소득 1분위(-10.0%), 소득 2분위(-7.3%), 5분위(-3.3%), 4분위(-1.4%) 순이었다. 소비지출 비중은 소득 1분위의 경우 식료품·비주류음료(21.8%), 주거·수도·광열(18.3%), 보건(13.8%) 순이었고, 소득 5분위 가구는 교통(14.5%), 식료품·비주류음료(12.3%), 음식·숙박(12.3%) 순이었다. 비소비지출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15.1%)와 2분위(-6.4%)에서 크게 줄었고, 3분위(0.4%), 4분위(0.0%), 5분위(-0.2%)는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소득 5분위는 8.3% 증가했다. 2분위(2.2%), 3분위(1.7%), 4분위(4.6%)로 소득인 높은 4분위와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더 늘어났다. 소비에서 기본적인 의식주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지출이 줄었어도 처분가능소득이 고소득층보다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각종 수당과 연금을 합친 공적이전소득은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36.2%)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 4분위도 28.1%로 두자릿수 증가했고, 1분위(10.3%), 2분위(9.4%) 모두 증가했지만, 3분위(-12.4%)는 감소했다. 정부가 민간에 푼 각종 혜택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와 4분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각분위별 공적이전소득 금액 등은 공적이전소득 금액을 다 합해서 소득분위를 나누기 때문에 공적연금이 많으면 소득 4~5분위로 분류될 수 있다"며 "정부정책이 얼마나 누진적 혹은 역진적인지 그 효과를 보려면 공적이전소득이 나눠지기전에 시장소득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로나19 여파로 재정지출이 점차 확대되면서 세금 등 국민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확장 재정이 유지된 데다 이번 코로나 유행에 따른 현금성 복지 확장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있어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각종 현금성 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민간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향후 복지수요가 확대되면서 세금성 지출만 늘어 민간의 가처분 소득 여력이 위축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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