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SKT 규제하던 ‘통신비 인가제’ 폐지… 다양한 요금 VS 요금 인상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5.20 17:55 | 수정 2020.05.20 21:08

    2개월 걸리던 정부 심사 없이 ‘원스톱’ 처리
    15일 내 문제 삼지 않으면 곧바로 적용 가능
    SKT "다양한 요금제로 소비자에 보답"
    시민단체 "통신료 급등 막을 장치 사라져"

    1위 통신업자는 반드시 정부 허가를 거쳐아만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통신비 인가제’가 폐지됐다. 1991년 처음 제도가 도입되고서 약 30년 만이다. 이제 2, 3위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사업자인 SK텔레콤 등 모든 통신사들은 ‘신고’만으로도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통신비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표결에 앞서 "인가제 폐지가 통신비 인상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20대 국회 과반수는 개정안 찬성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은 통신비 인가제가 통신사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발의됐다.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내놓으면 인가 심사가 진행되는 2~3개월 동안 KT, LG유플러스가 거의 똑같은 요금제를 따라 만든다는 것이다. 규제 탓에 오히려 요금 하한선이 생겨버렸고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가로막았다고 한다.

    신고제로 바뀌면 SK텔레콤이 접수한 요금제를 정부가 15일 내로 문제삼지 않는 이상 곧바로 이용자에게 적용된다. 통신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가제가 처음 생겼을 때와 달리 지금은 알뜰폰 시장도 생기고 1위 사업자로서의 지위가 많이 약해졌다"며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무작정 요금을 올릴 수 없다. 앞으로 더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통신료 급등은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통신료 인가제 폐지로 요금 급등을 막을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고 반발해왔다. 특히 접수 후 15일이 요금의 적정성을 심사하기에 충분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장이 자유경쟁이면 알아서 맡겨도 되지만 과점 또는 독점일 경우 정부 개입이 필요하고 본다"며 "인가제일 때와 비교해 심사 기간이 많이 줄어 제대로 심사가 이뤄질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신고제 전환 후) 자유경쟁체제로 가면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심사를 집중적으로 하면 충분한 기간이라 봐서 15일로 정했다"고 했다. 정부가 5G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와중에 인가제가 폐지됐다고 업계가 요금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가제에서도 요금제 경쟁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뀌면 오히려 그동안의 암묵적 담합을 더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한국은 이동통신 시장이 인구 2000만명을 넘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과점도를 보이는 국가"라며 "해외는 통신료가 점점 제로(0)로 수렴하는 상황인데 그 변화가 한국에선 일어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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