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수사팀 "한만호 비망록, 법원이 이미 허위로 판단... 의혹 제기 유감"

조선비즈
  • 정준영 기자
    입력 2020.05.20 16:50 | 수정 2020.05.20 17:57

    검찰, 한명숙 수사 위해 한만호에 진술 강요했나...
    수사팀 "비망록, 재판 때 이미 제출돼 허위 결론"
    "친박 정치인에 돈 줬단 진술 없었다, 허위 기재"
    조서없는 반복소환, 부모조사... "강압수사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한 진술은 검찰 회유에 따른 거짓이었다"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이 "이미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문건을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여권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팀은 20일 검찰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한 전 대표의 소위 '비망록'은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다"며 "새로울 내용도 없고, 관련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법원은 1~3심 재판에서 비망록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이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이 내용을 모두 검토했다"고 했다.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는 같은해 12월 증인으로 나온 한 전 대표가 검찰 조사 때 한 진술을 뒤집는 등 이듬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 유죄로 뒤집혔고, 2015년 8월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했다.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 계속 중이던 2011년 7월 위증 혐의로 기소됐고,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 1~3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아 2017년 5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출소 후 2018년 사망했다.

    한 전 대표는 구치소 수감 중 참회록, 변호인 접견노트, 참고노트, 메모노트 등 다수 이름을 붙인 노트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검사가 회유·협박하고, 허위 진술을 외우게 해 증언을 조작했다는 주장 △불법자금 9억원 중 6억원은 친박계 정치인에게 줬다는 주장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비망록 관련 "한 전 대표는 노트에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하려는 계획과 함께 다수의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며 "사법부는 노트에 담긴 주장이 모두 근거없다고 판단해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 등을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확정하고, 한 전 대표의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했다"고 했다.

    수사팀은 비망록의 세부 내용과 이를 인용한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수사팀은 검찰이 허위 진술을 외우도록 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2010년 8월 한 전 대표가 구치소에서 자신의 부모와 접견하며 나눈 대화 일부를 발췌 공개했다. 수사팀이 제시한 접견 기록 등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당시 부모에게 "(검사님이) 저한테도 잘 해주시고 분명히 재기할 수 있다고 그분한테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수사관님도, 다들 잘 해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수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허위증언 암기를 강요당했다는 사람이 검사와 수사관에게 호의를 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 1심 법정에 출석해 기존 검찰 진술을 번복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관해서는 '강압수사나 증인을 힘들게 하거나 이런 적은 전혀 없다'고 수 차례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대법원이 한 전 대표의 검찰진술 신빙성을 인정하며 "검찰에서 허위 또는 과장·왜곡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시한 부분도 인용했다.

    수사팀은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중 6억원은 친박계 정치인에 건넸음에도 검찰이 모두 한 전 총리가 종착지인 것처럼 진술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수사팀은 "한 전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외 다른 정치인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가 구치소 수감 중 자신의 노트에 6억원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는 취지로 적은 사실은 있지만 이는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금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노트에 담긴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당시 수사팀이 한 전 대표를 70차례 가량 소환 조사하고도 조서는 5번만 작성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과거 한 전 총리 재판 때도 변호인 측이 문제삼았던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수차례 소환조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며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을 나눠 해명했다. 수사팀은 "수사 당시 금품 공여 사실이 기재된 '채권회수목록' 문건에는 한 전 총리 외 다른 사람도 공여 대상으로 적혀 있었다"며 "수사팀이 문건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불법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고 했다.

    이어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다 기소된 후 비로소 법원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기소 후 공판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한 전 대표를 소환조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이 한 전 대표를 소환조사한 것은 증거수집 및 공소유지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단지 소환 횟수와 조서 작성횟수만 비교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이 부모까지 조사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한 전 대표 측을 겁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모가 한 전 대표의 위증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경위를 파악한 것이다"며 "조사한 자료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고 반박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가운데는 추미애 법무장관./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과거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 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도 했다.

    는 유죄 판결을 확정한 사법부와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염려된다"면서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증거를 갖춰 재심 신청을 하면 되고, 그 이전 단계에서 확정 판결에 대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지면 그것이야말로 사법 불신에 대한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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