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내몰린 항공사 협력업체 직원들

조선비즈
  • 최지희 기자
    입력 2020.05.20 13:13 | 수정 2020.05.20 15:00

    "어디서부터 꼬였을까요. 우리 같은 을(乙) 중의 을은 하청료가 유일한 수익원인데 일감은 뚝 끊기고 매각할 자산도 없습니다. 당장 한 달을 버티기가 힘들어 퇴직 신청 받으면서 ‘코로나만 끝나면 1순위로 재고용할 것이니 희망을 잃지 말라’고 약속하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을 준 협력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기내 청소와 수화물 분류 작업을 하는 2차 협력업체의 A대표는 여러 차례 탄식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째, 코로나라는 대형 암초에 월 매출은 20억원에서 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장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회사 비용의 85%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해 직원 500명 중 300명을 줄이기로 했다. 12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나머지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신청을 끝까지 거부한 근로자 8명은 지난 11일 해고됐다.

    해고당한 근로자 B씨는 "외벌이하는 가장(家長)이라 일을 포기할 수 없었고, 자칫 이번 조치가 다른 협력사에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봤다"며 "원청인 항공사들이 수조원의 긴급 수혈을 받는 와중에 말단의 하청업체에서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근로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 약한 고리인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닥친 해고 칼바람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영세 사업장에 몸담은 근로자 수천명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고, 회사 측은 "위기 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은 ‘빛 좋은 개살구’로, 우리 같은 영세업체들은 직원을 자르는 게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고용 안전장치인 고용유지지원금(유급 휴직·휴업 지원금) 신청마저 꺼리는 회사가 적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정부가 직원 휴업수당의 90%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지원 시점. 앞서 언급한 협력업체는 "코로나 때문에 신청 기업이 대거 몰려 지원금을 받기까지 두 달 이상 걸린다"는 공무원의 설명에 지원금 신청을 포기했다. "당장 닥친 월급도 체불돼 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와중에 앞으로 3~4개월간 직원 수백 명 월급을 무슨 수로 마련합니까."

    상황은 이런데 정작 약한 고리를 보호할 지원책은 전무하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대상은 항공, 해운 등 업종에서 총차입금 5000억원·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됐다. 대기업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쓰러져가는 항공산업을 정말 살리고자 한다면 "정부는 항공산업의 고용 형태가 항공사부터 조업사, 협력사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가장 취약한 협력 근로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업계의 호소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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