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맹이 없었던 부총리와 5대그룹 CEO 간담회

조선비즈
  • 최효정 기자
    입력 2020.05.19 16:01 | 수정 2020.05.19 17:12

    "갑작스럽게 공개된 일정이어서 저희도 아직 파악이 안된 상태입니다.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대기업 전문경영인(CEO)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6월초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 등에 정책제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일반적으로 부총리 일정은 미리 공개된다. 하지만 이 간담회는 당일 오전 갑자기 공개됐다. 그마저도 참석자나 장소 등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기재부에 문의하니 "(저희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통상 부총리의 비공개 일정이 공개되는 경우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중대 이벤트를 알리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경제수장과 주요 5대 그룹 CEO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무게감은 더 컸다. 5대 그룹에서는 사장급 임원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고위급 임원들을 만나면서 나온 부총리의 메시지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기업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경기 진작을 위해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해달라"는 교과서적인 내용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열려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그룹 사장급이 나왔지만, 간담회 자체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신속하게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측에서는 부총리와 배석하는 자리인만큼, 각 사 대표를 보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홍 부총리가 준비했던 메시지가 길지 않았고, 협의가 진행될 만한 안건이 존재하지 않아 회의를 오래할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측에서는 미리 준비된대로 홍 부총리에게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규제개혁, 리쇼어링(해외에 있는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 확대를 위한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 향후 정책에 반영토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 기업, 노동자, 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심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상투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기재부가 뒤늦게 배포한 보도자료는 작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의례적인 이벤트’를 소개하는 설명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 전달하는 메시지가 빈약하고 과정마저 석연찮으니 의도의 진정성마저 의심됐던 것이다. 비상시국에 겉치레는 모두에게 시간 낭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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