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넷플릭스 망사용료 부담은 미디어 다양성 구현 위한 책무

조선비즈
  • 한진만 강원대 명예교수(전 한국방송학회 회장)
    입력 2020.05.19 10:30

    최근 국회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2018년 5월에 페이스북이 임의로 트래픽 경로를 변경해서 발생한 국내 이용자들이 입은 피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의 국내 지배력 강화는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책임 문제 뿐만 아니라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 무임승차, 조세회피, 해외 콘텐츠에 의한 문화 종속, 미디어 다양성 훼손 등 많은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미디어를 연구한 학자로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의 지배력 강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미디어 다양성 훼손 문제는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매우 심각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디어 다양성은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에 다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소수 계층과 집단의 목소리와 이해관계도 담아냄으로써 사회적 다양성을 촉진하고,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할 것이다.

    최근 미디어 서비스가 글로벌화되면서 미디어의 산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필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공동체의 민주적 가치와 다원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미디어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고,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금번 법 개정으로 인해 글로벌 콘텐츠사업자가 국내 통신망의 이용 대가를 부담하게 되면,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때 개인에게도 엄청난 비용이 부과되어 결국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의 통신망 이용 대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이들이 국내 전체 네트워크 자원의 60~70%를 점유하고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어서 나온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미디어 다양성의 훼손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방향 푸쉬(push) 중심의 방송 시대에는 ‘편성’을 통해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에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편성보다는 이용자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콘텐츠의 다양성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제작 분야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흥행실패를 줄이고 투자 회수를 위해 대다수의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에 제작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수의 목소리와 현실을 콘텐츠에 담아내기보다는 가입자 확보와 투자비 회수를 위해 다수가 시청할 만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콘텐츠 제작방식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미디어를 통한 다양성 구현과 민주사회의 다원적 가치구현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클로벌 콘텐츠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국내 콘텐츠 산업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것도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과 다원적 가치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차제에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를 포함한 대규모 콘텐츠기업들에게 콘텐츠 발전기금을 징수하여 국내 중소 콘텐츠사업자의 지원과 국내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한 재원에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당연한 조치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위해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에게도 미디어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한 책무를 제도적으로 부여할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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