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벌 안 이뤄진 자금세탁 범죄가 대상
인도허가 결정나면 7월 말 이전 미국 호송
탄원서, 셀프 고소... 법조계 "유리할 것 없다"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송환 여부를 가를 법원 심문이 19일 열린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이날 오전 10시 손씨에 대한 인도심사청구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범죄인인도법은 법무부가 검찰을 통해 인도심사를 청구한 경우 법원이 범죄인과 그의 변호인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손씨 측은 전날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이날 심문에 대비해 왔다.
손씨는 2015년 7월~2018년 3월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유통한 혐의로 국내에서 징역 1년 6개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달 27일 형기를 모두 채웠지만, 미국 연방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한국 법무부가 이중처벌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국제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원이 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손씨는 이달 초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손씨가 전세계에서 가상통화로 거둬들인 범죄수익은 알려진 것만 37만 달러 규모다.
인도심사 청구 자체가 부적법한 경우가 아닌 이상, 법원은 인도 구속 2개월 내 인도거절 또는 인도허가 둘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인도허가 결정 후 법무부가 인도명령을 내리면 미국 집행기관이 인도기한(30일) 내 국내로 들어와 지체 없이 호송해가야 한다.
강제송환 대상의 불복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04년 이래 국내 법원에서 이뤄진 인도심사 53건 중 한국인을 상대로 한 인도 청구가 거절된 건 단 세 건이다. 2009년 호주 정부가 상해범 3명을 보내달라고 한 것인데,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모두 거절됐다. 이들은 공범이어서 사실상 한 사건이다.
인도 대상 범죄인이 한국인이거나 인도범죄 외의 범죄로 국내에서 재판이나 형 집행 중에 있는 경우 이를 사유로 인도거절 결정을 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다만 손씨가 스스로 미국행에 동의하면, 위 사유로는 법원이 인도거절 결정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손씨 부친이 인도심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검찰에 스스로 추가 수사를 요청한 점 등을 볼 때 미국행을 자원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손씨 부친은 지난 6일 A4 3장 분량 자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탄원서에서 "아들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사지(死地)인 미국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며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청와대 게시판에도 같은 취지의 국민청원글이 게시됐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곧 삭제됐다.
손씨 부친은 지난 11일에는 아들 손씨를 검찰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가상통화 계좌 개설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는 등, 아들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범죄인인도법은 인도범죄에 관해 국내 법원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이를 '절대적 거절 사유'로 규정하고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또 불법 자금세탁 관련 손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한국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인 반면 미국은 범죄금액에 따라 징역 20년도 가능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차라리 한국 검찰이 기소해주면 미국행도 피하고 형량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으로, 범죄인인 아들을 위해 사실상 '청부수사'를 해달라는 것인데 말이 되겠느냐"며 "인도심사는 불복 절차가 없는 만큼 법원 결정이 중요하겠지만, 앞선 공개 탄원 문제도 그렇고 손씨 측이 자꾸 자충수를 두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