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重 노조, 진짜 현안을 바라봐야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5.18 14:29

    "현안 문제가 뭔데요? 사람 뚜까(마구) 패서 잘린 사람 복직문제요?"

    56번. 지난해 5월부터 올해까지 현대중공업 노사(勞使)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위해 모인 횟수다. 벌써 1년이 지났고, 노조원들마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지난 12일 노조 게시판에 "왜 노조원이 당연히 받아야 할 성과금을 볼모로 잡고 폭행범을 ‘현안 문제’ 운운하며 복직에 목숨을 겁니까? 양심이 있습니까? 잠이 잘 와요? 예?"라는 글을 올렸다.

    도대체 노조 집행부가 계속 이야기하는 ‘현안 문제’가 무엇이길래 1년째 현대중공업 임단협 타결의 발목을 잡고 있을까. 여기서 ‘현안’은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당시 주총장소였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폭력 행위를 저질러 해고당한 조합원 4명을 일컫는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당시 해고된 4명은 동료 조합원을 집단으로 구타하거나 상급자를 빈 병과 쇠파이프로 위협했다. 피해자들은 짧게는 전치 6주에서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의 쟁의 행위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들을 해고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년간 노조가 작성한 임단협 교섭 대화록을 보면 노조는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임금 협상과 현안을 분리해서 논의할 수도 없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키면 물적분할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는 내용의 ‘특별제안’을 사측에 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는 지난해 한마음회관에서 벌어졌던 일을 돌이켜보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취재했던 기자도 한마음회관 사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노조는 주총을 막겠다며 닷새간 점거한 한마음회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회관 1층의 극장 좌석 수백개가 파손됐고, 천장의 조명과 스피커는 산산조각났다. 노조가 울산 본사 본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유리문을 깨, 경비원 2명이 유리 파편에 눈을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은 경찰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런 사달을 겪은 회사 입장에서 불법 행위를 주도한 조합원을 1년 만에 복직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칫 회사의 기강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다.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노조가 다 막아준다’는 잘못된 인식까지 생길 수 있다. ‘노조의 압박에 못 이겨 불법 행위자를 복직시켰다’는 내부 비판도 감당해야 한다. 애초에 해고자 복직 문제는 임단협에서 논의할 내용이 아니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원 중에도 노조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노조 게시판에는 "잘못했으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왜 임금 교섭에 현안 문제를 끼워서 나머지 조합원들이 피해를 봐야하느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조선 업계 전망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이게 지금 회사의 현안이다. 업계에선 자칫 수주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71.2% 급감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번엔 아예 파업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노사가 오늘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소모적인 대립부터 줄여야 한다. 지난 12일 55차 교섭에서 노조는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했다. 진정 회사의 주인이라면 조선 업계가 처한 진짜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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