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기업이 식품, 화장품 사업도 잘 하네?”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20.05.17 08:00

    LF, M&A 후 기업 경쟁력 강화…코로나로 가정간편식 사업 호조
    신세계인터내셔날, 럭셔리 화장품 수입 판매…자체 브랜드 개발도
    한섬, 미백 등 고기능성 화장품 업체 인수…33년만에 사업 다각화

    국내 대표 패션기업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사업 다각화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33년 패션 외길을 걸었던 한섬이 화장품 시장 진출을 밝히면서 더 그렇다. 그동안 패션기업들은 ‘패션 하나만으로 지속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채 꾸준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LF는 식품 시장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F의 가정간편식(HMR) 배송 전문 온라인몰 ‘모노키친’ 인터넷 사이트 캡처.
    LF(093050)가 식품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수합병(M&A)에 있다. LF는 최근 5년간 식품 관련 기업을 꾸준히 인수했다. 2015년부터 계열사인 LF푸드를 통해 전문 베이커리업체 ‘퍼블리크’, B2B(기업간 거래) 식자재 유통기업 ‘모노링크’, 수입 맥주 유통기업 ‘인덜지’, 유럽 식자재 유통기업 ‘구르메F&B코리아’, 육가공 제조업체 ‘엘티엠푸드’ 등을 사들였다.

    LF는 단순히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운 것이 아닌, 인수 후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갔다.

    2017년 인수한 모노링크는 B2B가 주요 사업이었지만 LF 인수 후 소비자 대상(B2C)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식료품 매장 ‘모노마트’ 사업을 강화했고, 올해 1월에는 자체 가정간편식(HMR) 배송 전문 온라인몰 ‘모노키친’을 선보였다. B2B에서 B2C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유통·식품 시장 변화에 맞춰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수입 주류 유통기업 인덜지는 LF 인수 후 수제 맥주 사업을 시작했고, 육가공 제조업체 엘티엠푸드는 모노링크와 협력하며 족발·탕수육·스테이크·미역국·육개장 등 다양한 HMR 상품을 모노키친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LF푸드를 포함한 LF의 식품 관련 매출은 지난해 약 2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특히 모노키친은 코로나19로 집밥족이 늘면서 월 평균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수입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 럭셔리 향수 ‘딥티크’.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2012년 국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수 당시 19억원에 불과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368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8년 만에 매출 규모가 194배 성장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화장품, 자체 브랜드 등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성장해 나갔다. 해외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판권 확보를 이어 가는 동시에 자체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특히 수입 화장품은 럭셔리 브랜드에 초점을 맞췄다.

    2014년 럭셔리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국내 판권을 확보했고, 20여개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 ‘라 페르바’를 론칭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향수·스킨케어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2017년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 2018년 세계적인 색조 화장품 ‘아워글래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약국 화장품이라 불리는 프랑스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가란시아’를 국내에 선보였다. 더마 코스메틱이란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의미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로, 의약품의 기능성을 담은 화장품을 뜻한다.

    수입 화장품 부문에서 스킨케어, 색조 화장품, 향수 등은 물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더마 코스메틱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자체 화장품 사업도 강화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8년 10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출시했다. 연작은 향, 끈적임 같은 한방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한방 화장품을 선호하던 고령층부터 젊은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작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한섬 여성 의류 브랜드 ‘타임’. /한섬 제공
    한섬(020000)은 최근 기능성 화장품 제조업체 클린젤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섬이 패션 이외 다른 사업에 진출한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신성장동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섬은 올해 1분기 매출 2715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1%, 11.5% 감소했다.

    타임·마인 등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은 화장품 시장에서도 고급 브랜드 전략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한섬은 클린젤코스메슈티칼이 보유한 약학 물질 ‘Super EGF’ 기술을 화장품 제조에 활용한다. EGF는 피부 재생 효과가 탁월한 단백질 물질이고, Super EGF는 이보다 피부 흡수성을 개선한 물질이다. 한섬은 이 기술을 활용해 미백, 피부재생, 노화방지 등의 기능을 갖춘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한섬의 화장품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로 자금력은 물론 유통망도 갖췄기 때문이다. 한섬은 내년 초 첫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후 그룹 면세점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후 3~4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 것 처럼 한섬도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섬이 이 위기를 이겨내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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