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통합당, 이번에는 '위장 반성쇼'조차 없었다

입력 2020.05.16 04:00

2018년 6.23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들은 선거 다음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크게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 반성문을 낭독했다.

반성문을 대표로 낭독한 신보라 의원은 "앞으로 처절한 진정성으로 당의 쇄신과 변화, 혁신을 이끌고 '경제중심정당'으로서 거듭 태어나겠다. 사회적 약자들의 민생 현장을 더욱 소중히 하고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쳐지는 부분을 일대 혁신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 모습을 본 여당은 ‘위장 반성쇼’라고 비아냥거렸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한국당이 나름대로 선거 패배에 대해 정확한 원인 분석을 했고,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결과는 여당이 말한 대로였다. 위장 반성쇼였고, 2년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4.15총선에서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에는 위장 반성쇼조차 없었다. 선거 참패 이후 통합당 모습은 ‘지리멸렬한 야당’의 전형이다.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한선교 전 대표가 물러나며 일갈했던 ‘한줌도 안되는 야당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 양상만 보인다.

위장 반성쇼는 없어졌지만 ‘위장 비대위쇼’와 ‘위장 통합쇼’가 새로 만들어졌다. 통합당은 총선이 끝난지 한달이 넘도록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임기를 보장받은 힘있는 비대위원장보다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선호하는 중진의원들의 비토 움직임 때문이다. 이미 일부 중진들은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지지세력 규합에 분주하다. 결국 2016년 김희옥·인명진 비대위, 2018년 김병준 비대위처럼 아무 권한 없는 ‘위장 비대위’가 다시 탄생해 변화와 혁신은 커녕 시간만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한국당과 통합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한때 통합당의 자회사라 불렸던 한국당은 스스로 ‘비례1등정당’이라며, 합당 이후 지도부 구성 등 지분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합당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배치와 당직 등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위장 통합쇼’에 불과하다.

지금 돌아가는 판을 보면 21대 국회가 개원해도 통합당이 제1야당에 걸맞은 역할을 할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불통 국정운영은 가려진지 오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올해 경제 불황이 오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통합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론도 힘이 빠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강력한 의석수를 무기로 검경 수사권 조정, 친노동,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 추진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짐을 넘기는 퍼주기식 포퓰리즘 경제 정책 기조 유지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오거돈 성추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당선자들의 갖가지 의혹과 해명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한 모습이 벌써부터 드러난다. 2주 뒤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부터는 이런식의 이중잣대와 불통 국정운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장 비대위쇼와 위장 통합쇼나 하는 ‘지리멸렬한 야당’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걱정이 앞선다. 진중권 전 교수는 "대한민국 주류가 바뀐 모양"이라고 했다. 진보 기득권을 인정할 때가 온 것일까. 진짜로 대한민국 주류가 바뀌었다면, 이정도로 무능력한 야당은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 게 맞다. 지킬 기득권조차 없다면 이제 바뀐 시대에 맞춰 과감하게 갈아엎고 재탄생하는 게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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