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제출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두산건설이 분양 예정 사업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건설은 3년여 뒤 기대할 수 있는 수익보다 당장의 현금을 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난 15일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를 분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천안성성4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사업장이다. 시행사 코업씨씨가 2018년 10월 약 1058억원에 사업부지를 확보했다. 코업씨씨는 2019년 5월 두산건설과 2586억원 규모 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두산건설이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라는 단지명으로 분양을 추진해 왔다.
두산건설은 인근에 모델하우스를 열고 ‘기관추천 중소기업 특별공급’ 공고까지 냈다가 지난 3월 갑자기 특공을 취소하고 분양을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른 건설사의 여러 사업장에서도 분양 연기가 이뤄질 때여서 단순히 코로나로 인한 분양 연기인지, 두산중공업 위기의 여파인지에 대해 해석이 분분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다.
두산건설의 철수 이유는 유동성 확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건설은 이 사업장에 시공권뿐 아니라 토지 담보 우선수익권과 대위변제 채권 등을 갖고 있다. 과거 사업 지연으로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주며 설정한 채권으로, 코업씨씨 공시에 따르면 금액은 약 1157억원이다.
아파트 준공을 완료한 뒤 채권을 거둬들이고 공사비도 받으면 수익이 크겠지만, 두산건설은 당장의 현금을 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당초 계약에 따르면 이들 채권은 사업이 끝나는 시점인 약 3년 후 회수되는데, 그룹사 내부 사정과 코로나 리스크, 3년간의 기회비용과 이자 등을 고려했을 때 채권을 빨리 현금화하는게 낫다고 판단해 사업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모델하우스까지 열고 일부 분양 공고까지 냈던 사업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팔 수 있는 건 다 팔겠다"는 두산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뿐 아니라 전자·바이오소재 사업체 두산솔루스, (주)두산의 주력 사업부인 모트롤BG(사업부문) 등도 매각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도 매물로 내놨다.
한편, 두산건설이 떠난 시공사 자리는 동원개발이 차지할 전망이다. 동원개발은 부산 향토 건설사로 ‘동원로얄듀크’, ‘비스타’ 등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개발은 지난 6일 코업씨씨에 시공권 확보 목적으로 1544억원 규모 금전 대여를 한다는 공시를 냈다. 코업씨씨는 이 부지를 아시아신탁에 부동산담보신탁으로 맡겼는데, 해당 토지 신탁원부엔 최근 우선수익자 명단에서 두산건설이 빠지고 동원개발이 새로 들어왔다. 동원개발의 수주공시가 사실상 임박했다는 얘기다.
시공사가 바뀌는 영향으로 천안 성성4지구의 분양은 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원개발이 설계변경을 새로 하는 기간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