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담받는 자산가들 요즘은… “다주택자는 고민 끝, 건물주는 진퇴양난"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5.15 16:00

    "열에 아홉은 보유 아파트 처분에 대한 고민을 끝냈습니다. 이제는 자녀의 ‘똘똘한 한 채’ 마련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요."

    조선일보DB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받기 위해 팔려는 급매물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팔려는 급매물이 속속 나온다는데 막상 집값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아 혼란스러운 시기, 상당수 자산가는 이제 마음의 결정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등에 투자한 다주택자는 매도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증여 등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반면 주택이 아닌 상업용 건물을 가진 사람들은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15일 조선비즈가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요즘 자산가들의 상담 내용들을 취재한 결과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후 다주택자들은 매도와 증여 및 보유 사이에서 마지막 행동만 남겨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의 투자자문을 맡는 전문가들은 6월 이후엔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아파트 매물도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또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에 따른 집값 하락 효과가 정부의 기대치보다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 "2주택보다 자녀 강남 입성이 고민"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집을 팔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이다. 정부는 지난해 10년 이상 장기보유주택에 한해 오는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 기간 내 매각할 경우 42%의 일반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다. 이후엔 세율이 최대 62%까지 늘어난다. 이에 일부 다주택자는 6월 30일까지 소유권 이전을 마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집을 팔려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최근 시세보다 가격을 낮추더라도 서둘러 처분하려는 급매 물건이 시중에 나오기도 했으나, 이런 흐름도 끝나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부장은 "작년 연말부터 매도와 증여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았고, 이제는 대부분 방향을 결정한 상황"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보유 주택을 매도를 하려면 서둘러야 하지만, 증여는 신고만 하면되니 아직 시간이 있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남은 다주택자들이 5월 말까지 급매보다는 증여를 통해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자산가들이 주택 처분보다 자녀의 주택 마련 전략을 더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보는 자산가들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자녀들의 똘똘한 한 채 마련을 돕는 전략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고 했다. 기존에 자녀가 거주 중이거나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비(非)강남권 주택을 처분하고 자녀가 강남권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을 도울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조선DB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보유 매물이 정부의 기대치만큼 시중에 나오지 않으면서 향후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거래절벽이 오는 한편, 주택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주는 대상을 ‘보유기간 10년’으로 한정하지 않았을 경우 시중에 매물이 훨씬 많이 나오고 집값도 더 내렸을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집을 팔고 싶은데 혜택을 못 받는 다주택자가 꽤 많았다는 것이 이들의 경험이다.

    ◇ "갓물주도 골치…시중 갈피 잃은 돈 더 늘 것"

    반면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이들의 고민은 커졌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상가 건물에 투자한 사람들도 최근 걱정이 많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들고오는 세입자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 프랜차이즈 커피빈 등 소위 우량임차인을 둔 건물주들이 느끼는 고충은 더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출금 상환 및 세금에 대한 부담이 그대로인데 별다른 인센티브없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도 이들의 고민을 더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자들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 지점장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공실 증가 및 임대 수익률 불안 등으로 수익성부동산 시장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수익형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돈이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시중에 대기하는 유동성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도 "부동산에 주로 투자해온 사람들은 주식 및 리츠 등 대체·간접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면서 "당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리 변화를 지켜보면서 매수 타이밍과 투자 속도를 늦추려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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