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군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국내 방산업체들은 해외 수주에서 큰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비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이 꼭 무기 및 장비 구매가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이 무기 구입비인 만큼 한국이 방산 특수를 누리지 못한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169개국의 군사비용 지출은 1조9000억달러로 추산된다. 군사비용은 급상여, 작전비용, 무기·장비 구매 비용, 연구 개발 비용 등을 합친 정부 지출을 뜻한다.
지난해 전세계 군비 지출은 SIPRI가 데이터를 집계한 1988년 이래 3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증가율(3.6%)로는 2010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난 티안 스톡홀름 평화연구소 연구원은 "전세계 군비 지출은 2015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내 방산업체들의 해외 수주 성과는 오히려 전년 대비 부진했다. LIG넥스원(079550)의 지난해 수주잔고 증가 규모는 5000억원으로 전년도 증가규모(1조8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항공우주(047810)는 수주잔고 자체가 18조5000억원에서 16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군사비와 해외수주 괴리는 국가별 군사비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인 탓이다. 지난해 미국과 서유럽 지역의 군사비는 4.8% 증가했으나, 두 지역을 제외한 국가들의 군사비는 2.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중동 지역의 군사비는 평균 7.5% 줄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출은 16% 감소했다.
국내 방산기업은 기술력이 우위에 있는 미국·유럽시장보다는 중동(UAE·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및 동남아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남미(페루·콜롬비아·브라질) 시장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올해 군비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서 국방 예산 삭감부터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군사정보업체 IHS제인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이 평균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올해 해외 무기 수입 예산 집행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중국 당국도 위축된 경제를 살리고자 국방비 삭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시장국, 중동지역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저유가 영향까지 받아 해외 무기 수입 예산 감축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업체가 주력 시장으로 하는 신흥국들은 재정상 여유가 없고 원자재 수출국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유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3월 이후 방산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고객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도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