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알짜자산 다 팔게 하는 정부 구조조정, 미래사업 잃는 기업들

조선비즈
  • 안재만 재계팀장
    입력 2020.05.14 07:00

    지난 2015년 경영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현대증권(현 KB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택배), 벌크선 사업부, LNG선 사업부, 부산신항 터미널 지분, 미국 LA와 타코마 터미널 지분, 갖가지 터미널 장비 등을 매각했다. 회사채 이자와 용선료 부담을 낮추라는 요구를 추가로 받아 사채권자집회와 용선료 재협상을 통해 매해 수천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

    그럼에도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잃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됐고, 현대상선 사명은 HMM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HMM은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산 매각 당시 잃었던 사업망과 신뢰를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업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놓친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3조원을 다시 수혈한 현대상선은 가장 먼저 팔았던 알짜 장비부터 되사들여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신항 터미널 지분이다. 터미널 지분이 없다 보니 남들보다 수출입화물, 환적화물 하역료를 20~35% 비싸게 내야 했다. 물량을 많이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이다 보니 정부 또한 마지못해 비싼 값에 터미널 지분을 되사들이도록 승인했다.

    기업이 부실화됐다면, 기업과 오너 일가의 고통 분담은 당연하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정부가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자구안에 찍혀 있는 ‘숫자(금액)’보다 중요한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다. 알짜 자산 다 팔고 껍데기가 되어 버리면 설령 당장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위기가 온다. 구조조정 우등생이라는 두산이 10년 가까이 자구안 마련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각 그룹의 자구안은 대체로 통과됐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약속 이행이기 때문에 앞으로 동시다발적인 자산 매각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곧 공표할 방침이고, 한진그룹은 13일 대한항공 이사회를 시작으로 자산 매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코스를 밟지 않을지 걱정된다. 두산이 자구안 금액을 맞추려고 알짜 계열사를 다 팔아버리면 석탄 사업과 건설 등만 남게 된다. 대한항공 또한 기내식 사업부, 항공기정비(MRO) 사업부 매각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 팔면 무엇으로 흑자를 낼지 걱정된다.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올스톱돼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그동안 사건사고가 많았던 기내식사업부부터 재매입할 계획이었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팔았다가 나중에 되사는 코미디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기업은 1~2년 경영하고 끝이 아니다. 오래 존속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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