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마케팅 자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20.05.12 04:00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재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비판이 있어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최대한 조용히, 작은 규모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듯싶어요."

    전국민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온라인 신청이 시작되기 며칠 전,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카드사들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때만 해도 연회비 환급, 캐시백, 커피 쿠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때는 ‘마케팅 자제’ 압박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는 카드사와 지급 과정을 협의하면서 지속적으로 마케팅 경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세금으로 신용카드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한 푼이라도 더 가게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까지 나서 마케팅에 제동을 걸자 카드사들은 준비해뒀던 마케팅을 전면 철회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자제는 결국 소비자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때만 해도 소비자들은 가장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사를 골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아무런 혜택도 없다. 정부가 카드사에 마케팅 자제를 요청한 것은 ‘카드사가 재난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싫어서일 것이다.

    카드사 마케팅 자제 요청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와도 맞지 않다. 카드사 마케팅은 대부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해 사용할 경우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카드사 혜택을 보려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도하는 소비 진작 효과도 조기에 달성 가능한 셈이다. 카드사의 마케팅이 단순히 재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에 도움이 되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현금 살포 정책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정 풀기에 나선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은 이제 막 시작돼 신청 종료일도 정해지지 않았다.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 맞게 지금이라도 카드사 마케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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