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8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 대부분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계약금만 넣고 전매를 통해 단기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가 억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8월 이전 입주자 공고와 계약을 마친 단지 분양권의 경우 오히려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청약 과열 잠재울듯… "줍줍도 어려워"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인천시 송도와 경기도 시흥시 같은 곳의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는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이 과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4월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의 분양 현장이 대표적이다. 이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쟁률은 72.17대 1로 치솟았다. 계약 시점 6개월 이후부터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7억원선이라 계약금 7000만원만 내면 분양권을 소유할 수 있고, 오는 10월부터 전매가 가능하다.
송도 인근 A 공인중개사는 "10월 이후부터 전매가 가능하지만 분양권 매도자와 매수자간에 계약이 이미 완료된 건도 있다"면서 "매도자는 계약포기각서를 써서 부동산에 맡겨놓았고, 매수자 자금도 내가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엄 호가는 5000만~1억원 선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 분양 사업장 당첨자 중 25%가량이 전매제한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분양권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비규제 지역의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비규제지역의 청약은 세대주 여부나 주택 유무와 관계없이 청약 통장 가입 후 12개월만 지나고 지역별 예치금만 충족하면 가능했다. 또 재당첨 제한이 없고 전매까지 가능해 투자자들이 주로 청약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날 대책으로 상황이 바뀔 수 밖에 없게 됐다. 더 이상 계약금만 치루고 6개월 뒤에 분양권 전매로 단기차익을 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잔금까지 치뤄 최소 2~3년은 투자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계약 분양권에 투자하는 이른바 ‘줍줍’ 투자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한 분양권 투자자는 "대부분 지역의 전매가 가로막혔기 때문에 ‘줍줍’을 할 경우 잔금을 치룰 때까지 주택을 끌고 간다는 계산으로 임해야 한다"면서 "예전과 같이 단기로 치고 빠지는 것이 불가능해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비규제지역의 투자는 2~3년 뒤의 방향까지 보기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지금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 치고 빠지기 좋아 했던 것이지, 잔금까지 치뤄가며 분양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소급 적용 않는다면 8월까진 분양권 몸값 뜰 것"
하지만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8월 이전까지는 분양권에 수요가 몰릴 수 있어 프리미엄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월 이전 분양권이 ‘한정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분양권 투자자는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는 얘기만 없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분양권 프리미엄은 더 오를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신축 아파트는 누구나 살고 싶어해서 신축 아파트 값이 금값 아니냐"고 했다.
이 때문에 오전 한 때 송도가 전매제한 지역에 포함됐는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날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의 미계약 건에 대한 접수가 진행됐다. 분양권 투자자는 "송도는 성장관리권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매 제한구역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8월 이전 건이기 때문에 주택법 개정에 따른 소급 적용 등의 이야기가 따로 나오지 않는 한 전매 제한에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8월 이전 분양권은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이후 분양권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수 있는 정책이 나왔다"면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면, 수도권 전역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