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라리 불이라도 났으면"…고사 위기 몰린 재활용품 업계

조선비즈
  • 권오은 기자
    입력 2020.05.11 10:00

    "차라리 우리도 불이나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지난 8일 경기 화성시에서 플라스틱 재활용품 선별업체를 운영하는 50대 사장 송모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전 경기 김포의 한 재활용품 수거업체에서 작업 중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토로한 하소연이었다.

    연신 괴로운 한숨을 토해내는 김씨의 뒤로 쉴 새 없이 쌓여가는 폐플라스틱들이 보였다. 들어오는 쓰레기는 계속 늘고 있지만,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져 유통되는 물량이 줄다보니 이 업체의 앞 마당은 채 소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폐기물만 쌓이는 상황이었다.

    송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저유가가 몇 달간 지속되면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까지 몰렸다고 했다. 최근 배달 판매 증가로 폐플라스틱의 양은 급증하는데 유가 하락으로 재활용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어 도저히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야 하는 부지의 임대료나 인건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활용품 수거업체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정부는 뒤늦게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재활용품 업계는 "현장을 모르는 ‘임시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예로 환경부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면서 재활용품의 매각단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에 불과해 실제 재활용품의 판매단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러 재활용품 수거업계에서는 각 주거단지나 지자체가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비용을 수거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차라리 대출 상환이라도 유예해 주는 대책이 그나마 실효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활용품 업계의 하소연이 커지자, 환경부는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재활용품목의 원활한 수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13일까지 지자체와 공동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또 ‘재활용시장 코로나 대응 콜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한 이번 대책이 이미 고사(枯死) 위기까지 내몰린 재활용품 업계를 되살리기에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일지 의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폐기물 처리비용이 줄고, 보험금과 국가지원금도 받지 않나?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마냥 기다리면서 빚만 쌓여가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은데…"

    환경부의 추가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건 전화에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간 송씨의 잠긴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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