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전속고발권 폐지, 코로나 극복에 도움될까

조선비즈
  • 정원석 정책팀장
    입력 2020.05.11 04:00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경제 정책 삼두마차로 내세웠다. 소득주도성장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대란, 자영업 침체 등 부작용을 일으켰고, 혁신성장은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타다 금지법’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재벌 총수의 사익편취 근절, 대기업 불공정행위 엄단을 위한 공정경제는 주요 입법(立法) 과제가 21대 국회로 넘어간다.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해 정부 발의로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법안 심사도 받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면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 고발을 공정위가 결정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제가 정부 계획대로 폐지될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재인 정부의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이 많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속고발권제가 대기업 봐주기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4·15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 갑(甲)질을 엄단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아니라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가 핵심인데, 전속고발권 폐지와 상반된 지점을 향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들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한이 강화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합이나 경영상 판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열사 지원 등에 혐의점을 두고 검찰이 기업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빈번해 질 수 있다. 검찰의 힘을 키워주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업 사건으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했던 검찰의 숙원이었다. 2018년 8월에 불거진 공정위 퇴직자 취업 특혜 사건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미온적이었던 공정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검찰에 고발 요청권을 부여한 199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검찰이 공정위 국장 2명을 뇌물혐의로 구속한 과거 역사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완전 폐지에 미온적이었던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법무부의 ‘전속고발권 개편 방향’에 합의한 것도 검찰 압박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형 비리사건은 고위 공직자수사처에 넘기고, 일반 형사 사건은 경찰 수사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해 기업 사건에 대해서만 검찰 수사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은 균형감을 상실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의 위법성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경쟁제한성 입증에는 전문적인 경제 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다. 경제계에서는 등 전문성이 부족한 검찰에 기업 수사 전권(全權)을 부여하는 것에 우려가 상당하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높아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기업 수사에서는 인권보호 가치가 느슨해져도 상관없다는 얘기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속고발권 폐지 유보는 재계의 21대 국회 건의사항 중 하나다.

    정부는 코로나 피해에도 일자리를 지키는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 온 나라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는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앞에서는 고용 유지를 부탁하고, 뒤에서는 채찍을 때리는 이중적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정부가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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