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퓰리즘의 득세

조선비즈
  • 전재호 경제부장
    입력 2020.05.09 04:00

    ‘버블시기에 벌어진 빈부 격차는 불황기에 힘들어하는 소외 계층의 분노를 일으키기 쉽다. 부자와 빈자가 정부 예산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경기를 맞게 되면 경제적·정치적으로 갈등이 빚어진다. 이러한 시기에는 좌우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 회장이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원인을 분석한 책 ‘금융 위기 템플릿(BIG DEBT CRISES)’에서 한 말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상위 0.1%의 순자산 합계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하위 90% 순자산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봤을 때 양극화가 심해져 두 곡선이 가까워지거나 상위 0.1%의 곡선이 위에 있을 때(상위 0.1%의 순자산이 하위 90%의 순자산보다 많을 때) 포퓰리즘(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이 힘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 상황을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얘기라고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빈부 격차는 큰 편이고 불경기에 경제적, 정치적 갈등도 미국 못지 않다. ‘이러한 시기에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한국 상황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고 자영업자들이 반발하자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자영업자를 의식해 수수료와 광고비가 없는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공공배달앱이 활성화되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이익이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들은 이들의 표를 얻게 돼 이익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사업자의 노력과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꽤 많은 사람이 쓴다는 한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을 보니 첫 화면부터 메뉴 구성, 주문하는 방식, 결제 방법 등 거의 모든 것이 배달의 민족과 유사했다.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배달의 민족이 지난 10년간 수많은 자금을 투입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든 결과물을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비슷하게 내놓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싶다.

    사업기회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편함에서 나온다. 배달의 민족에 대한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이용률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이를 개선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면서 이런 기회가 사라졌다. 배달의 민족이 사실상 배달 시장을 독점해 수수료 인상 등의 폐해가 예상되면 다른 방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

    또 최근 일부 정치인은 나랏돈을 자기돈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특정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주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레이 달리오는 ‘국가 경제와 사회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려면 국민과 정치체계가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포퓰리즘이 득세한 나라의 앞날이 어떤지는 남미 국가들이 잘 보여줬다. 정치체계가 포퓰리즘에 잘 대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국민이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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