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본 공공배달앱...“점유율 0% 제로페이처럼 될 것”

입력 2020.05.17 06:10

[이코노미조선]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본 공공배달앱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이 4월 9일 경기도청에서 ‘군산시 배달의 명수-공공 배달 앱 기술 자문 및 상표 무상 사용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플랫폼 사업이라는 게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베껴서 내놓는다고 성공하는 것이라면 경쟁이 왜 그렇게 치열하겠습니까. ‘공공배달앱’도 결국 제로페이와 마찬가지로 혈세만 낭비하고 성과는 미미한 헛손질에 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배달의민족이 독과점과 수수료 인상 논란에 휩싸이자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사이에서 공공배달앱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군산시가 3월 13일 출시한 ‘배달의 명수’를 벤치마킹 삼아 경기도, 인천시 서구, 진주시, 제천시, 춘천시 등이 공공배달앱 개발을 선언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공공배달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의 서비스를 베껴 경쟁자로 나서는 것이 적절한가’ 여부를 떠나 경쟁력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공공배달앱 열풍이 시작된 것은 배달의민족이 4월 1일 새 요금제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오픈 서비스는 배달의민족이 주문 금액의 5.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 요금제다. 매달 8만8000원 광고료를 부과하는 ‘울트라콜’ 중심의 정액 요금제와 비교해 과도한 수수료 인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주의 배달 주문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이슈까지 겹쳐 배달의민족에 ‘독과점 횡포’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며 공공배달앱 개발을 선언했다.

배달의민족은 4월 6일 요금제 개편 전면 철회를 발표했지만, 이미 쏘아진 화살을 돌이킬 수 없었다. 이후 이 지사는 플랫폼 배달 노동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먼저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출시한 군산을 방문해 업무협약을 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우아한 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기업결합에 대한 엄중한 심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4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상인이 제로페이와 지역 상품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외주 개발 한계 뚜렷해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공공배달앱이 가진 태생적 한계다. 공공기관에서 내놓는 앱 대부분은 시스템 통합(SI)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여러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도 아람솔루션이라는 SI 업체가 1억3000여만원을 받고 개발했다. 앞으로 1년간 앱 유지·보수를 포함해 고객센터 등 실질적인 운영도 이 회사가 맡는다. 운영비 예산으로 1억5000만원이 책정됐다.

5년 차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외주 개발의 단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디버깅(오류 수정)이 어려워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당장이야 불편 감수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공공배달앱을 사용해 준다지만, 원래 소비자는 조금만 불편함을 느껴도 이탈한다"고 했다. A씨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말 최소한의 유지·보수만 가능한 것이 외주 개발 앱의 숙명"이라며 "자체 개발팀을 운영하며 수백, 수천억원을 관리·개선에 쏟아붓는 민간 배달앱과 비교하면 ‘경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공공배달앱이 배달의민족의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따라 할 수 있을진 몰라도 고객 응대, 간편결제, 리뷰 빅데이터, 배달 기사 연동망, 이용 편의성 등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며 "이제까지 공공기관에서 수많은 앱을 출시했지만, 그중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람솔루션 관계자는 "배달의 명수 앱을 개발하고 1년간 운영을 책임지며, 서비스 장애 등 하자에 대해 유지·보수하는 것이 군산시와 한 계약 내용"이라며 "군산시에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그에 대한 계약은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시가 3월 13일 출시한 ‘배달의 명수’ 애플리케이션 화면. / 군산시
◇"제로페이처럼 실패할 것"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도하는 공공배달앱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로페이가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시장의 역점 사업인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제로 페이’를 표방하며 2018년 출시됐다. ‘공무원을 동원해 가맹점 수를 늘린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31만여 가맹점을 유치했지만, 이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출시 1년 2개월 만인 2020년 2월에야 누적 결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서울시가 세운 2019년 제로페이 결제액 목표치는 8조5300억원이었다. 신용·체크·직불카드 등 119조1120억원에 달하는 전체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그쳤다. ‘수수료 제로’ 페이를 목표로 했지만 ‘점유율 제로’ 페이가 된 셈이다.

7년 차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제로페이의 실패 원인에는 한국 시장에 생소한 QR코드 방식 결제와 잦은 오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소비자에게 명확한 효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가 소비자 측면에서 내세우는 혜택은 결제 금액의 3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올해 결제액에 대한 혜택이 다음 해 3월에야 돌아오는 셈이다. B씨는 "소비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은 어떤 비즈니스에서나 통하는 상식"이라며 "할인 혜택이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민간 간편결제와 달리 제로페이의 혜택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시 서구는 공공배달앱 ‘서로e음 배달서구’를 5월 1일 출시했다. 춘천시는 사업비 1억5000만원을 들여 소상공인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했고, 경기도와 제천시도 지역형 공공배달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마다 각기 다른 공공배달앱이 난립할 전망이라는 점도 제로페이와 상당 부분 겹치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로페이를 내놓은 이후 인천 e음카드, 강릉페이 등 지역 간편결제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됐다.

6년 차 스타트업 대표 C씨는 "정말 배달의민족에 제대로 대항하려는 목적이라면 전국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공공배달앱만 출시하고, 운영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결국 지역 페이와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의 실적 채우기로 활용될 뿐, 실상은 공공(空空)배달앱으로 귀결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C씨는 "특정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이 ‘가맹점 몇 곳을 유치했다’며 홍보하고 있는 것까지 제로페이 당시와 똑같은 것 같다"며 "솔직히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믿기 때문에 내 사업 영역에 공공 플랫폼이 들어온다고 해도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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