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개발 지원 정책,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가요

조선비즈
  • 김민정 기자
    입력 2020.05.08 16:03

    "임대 주택을 채우면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해준다고요? 이미 HUG 분양가 통제도 받는 마당에 공공임대까지 늘리면 사업성은 더 떨어지죠. 웬만한 재개발 조합들은 어림없다며 콧방귀를 뀔 겁니다."

    정부가 서울 재개발 사업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제외,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7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지난 6일.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조합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사실 이 조합은 사업이 많이 진척돼 있어 굳이 임대 물량을 내놓으면서 정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정부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도심 재개발 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면 용도지역 상향 또는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물량의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하고 전체 물량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제공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재개발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실제로 재개발 구역이 지정되고 10년이 넘도록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곳은 이렇게라도 시도해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상당수 시장 참여자가 기대할 게 없다고 하는 이유는 얼핏 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는 큰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우선 공공 기여가 조합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아 인센티브로 얻은 이득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또 그 고비를 넘어 사업성 있게 구성을 해도 어차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있다. 지지부진하던 조합에게 사업을 다시 시작할 동력이 될지는 몰라도 끝까지 밀고 갈 동력은 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사업이 잘 진행되던 구역이 느끼는 ‘역차별’이다. 속도가 나 있는 곳일수록 정부가 바라는 공급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큰데 이런 곳을 독려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고 그들은 느낀다. 또 다른 재개발 조합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투기’라는 이유로 규제만 강화해 갈 길 가려는 조합은 발목을 잡아놓고 뒤처진 사업만 챙기는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투기를 막겠다며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책을 줄줄이 내놨다. 이번 대책으로 정책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듯하지만, 현장을 잘 모르고 내놓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지지부진한 조합은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잘 되는 조합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짓도록 돕는 것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효율성 측면에서 거꾸로 가는 정책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공급을 늘리는 효과보다는 노력을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목적 아니겠느냐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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