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의견은 됐고 데이터로 말하라" 구글 최고 혁신가 전격 인터뷰

입력 2020.05.09 07:00 | 수정 2020.05.13 18:16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사보이아 전격 인터뷰
"신제품, 신사업 80%가 실패… 전문가 믿으면 안돼"
"누구의 의견도 묻지 말고, 나의 데이터를 수집하라"
"코로나 시대는 창업 적기… 처음부터 ‘될 놈’ 찾아야"
"에어비앤비처럼… 생각은 글로벌, 실행은 로컬하게"
"언론사 방향? 속보보다 슬로우뉴스에 투자할 시점"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명예 혁신 전문가 알베르트 사보이아./ⓒPatrick Beaudouin, Stanford University Innovation Fellows.
데이터는 21세기 원유다. 데이터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대중의 욕구를 읽고 시장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비자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원하지 않는 것을 안 주면, 시장의 에러가 줄어든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IT 사업가, 골목 식당을 개업하려는 소상공인에게도 데이터는 절실하다. 실패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으려면 생각은 접어두고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요는 하나.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하려는 신사업이, 내가 오픈하려는 공간이, 내가 만들려는 이 제품이 ‘될 놈'인가? ‘안 될 놈'인가?

그런데 평범한 우리가 그토록 ‘미묘하고 위대한’ 데이터의 우주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우리가 원하는 건 페타급 빅데이터도 아니고 내 사업을 위한 특수 데이터가 아닌가? 구글과 스탠퍼드 대학의 혁신 마이스터인 알베르트 사보이아가 창업 세계의 데이터 문맹자들을 위해 ‘될 놈'을 테스트하는 시장조사법을 쉽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이름하여 ‘프리토타입(Pretotype)' 기법.

프리토타입은 당신이 머릿속에서 구상한 그 아이디어를 값싸고 빠르게 검증하는 일종의 속성 테스트. 짧게는 2시간, 길어도 일주일 안에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기적의 소비자 조사법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시제품이 없이 머릿속의 아이디어만으로 시장 조사를 하다니. 문을 열지 않은 서점에 손님이 얼마나 올지, 개발되지 않은 PDA를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 어떻게 예측한단 말인가?

상상력을 발동하자면 프리토타입은 일종의 ‘페이크 테스트’다.

행동경제학자들의 가설 입증 모형처럼, 제품이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살짝 속여서 나만의 데이터를 얻는 실험. 알베르트 사보이아는 신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몇 가지 프리토타입 기법을 소개했다.

이를테면 IBM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하는 음성인식 컴퓨터를 개발하기 전에 실험을 했다. 속기사를 옆방에 몰래 숨겨 두고 실험자들이 말하는 대로 언어가 화면에 자동 입력되도록 한 것. 사용자들은 처음엔 음성인식 컴퓨터를 신기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이 상하고 기밀 유지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거부했다.

알베르트 사보이아는 당장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어서 투자자를 모으고 제품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이런 식의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원하는 건 ‘복잡하고 완성도 높고 독창적인’ 제품이 아니다. ‘될 놈'은 그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몸에 맞고 쓰기 쉽고 가깝고 재미있는 것이다.

구글과 스탠퍼드공과대학에서 혁신 워크숍을 이끄는 알베르트 사보이아(‘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의 저자)를 이메일로 전격 인터뷰했다. 스티브 잡스를 닮은 이 실리콘밸리의 사업 구루는 "코로나 시대는 창업의 적기이니, 전문가를 믿지 말고 오직 데이터로 검증하라"고 조언했다. 정성스럽고 충실한 답변에서 한국 독자들을 위한 자상함이 느껴졌다.

쉽고 간편한 ‘사업 검증법’으로 전세계 스타트업 CEO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실리콘 밸리 구루./사진=인플루엔셜
-지난 10년간 당신의 충고가 PDF파일 형태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경전처럼 읽혔습니다.

"그 문서의 제목은 ‘프리토타이핑 하라(Pretotype It)였어요. 72페이지의 소책자로, 구글에서 일하면서 일주일 만에 뚝딱 쓴 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왜 실패하는지를 분석했어요. 그저 다른 혁신가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전 세계 창업가들이 그걸 읽고 공부하고, 번역해서 퍼 나르고 있었어요. 이번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The Right It)’이라는 책으로 다듬어서 내놓았죠. "

-의도하진 않았지만, 출간 전에 시장 반응을 확인한 셈이군요.

"그렇죠. 그사이 저는 수백 개의 조직과 수천 명의 학생과 함께 ‘될 놈'을 찾아내는 ‘사업 감별법'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파고든 계기가 있나요?

"저는 지금은 업계의 거인이 된 두 스타트업(선마이크로시스템스과 구글)을 연이어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자만했죠. 나는 시장이 원하는 것을 안다고. 결과적으로 아니었어요(웃음). 5년 동안 무려 2,500만 달러를 투입해서 창업한 회사가 망했거든요. 당시 ‘표적’ 시장이 우리에게 들려줬던 말은 "만들기만 하면 우리가 사줄게"였죠.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제품은 훌륭하지만 시장 반응이 싸늘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일명 ‘저주 받은 걸작'은 시대를 앞서 태어난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왜 당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지요?

"중요한 건 우리가 표적 시장이 원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 제품’을 만들어 내놓았다는 거예요. 제품이 너무 완벽해서 더 충격이었죠. 훌륭한 투자자들을 확보했고 노련한 엔지니어와 제품 관리자, 마케팅팀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어찌 된 영문이었을까. 샅샅이 살펴보니 원인은 하나로 모였어요. "우리가 원하는 제품은 만들었지만 시장이 원하는 ‘될 놈(the right product)’을 만들진 못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30년간의 혁신 사업 노하우 ‘프리토타입'을 집대성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왜 그런 불일치가 일어나는 걸까요?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조사를 하는 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고 거기에서 도출된 결과는 믿을 수 없으며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달간의 시장조사, 수십 명의 잠재고객과의 대화… 모든 게 오류였어요. 시장 데이터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입니다."

-‘프리토타이핑’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주시지요.

"프리토타이핑은 특정 서비스나 제품, 공간을 만들기 전에 ‘이것이 시장에서 원하는 게 맞나?’를 확인하는 소비자 테스트예요. 그러니까 프리토타이핑은 ‘우리가 정말 이것을 만들어야 하나?'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프로토타입(prototype시제품)은 ‘우리가 이걸 만들 수 있나’를 시험해보는 물건이지요. 프리토타이핑을 거친다면, ‘저주받은 걸작'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일이 없겠지요."

-IBM의 음성인식 컴퓨터 실험 사례는 프리토타입이 복잡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뜨려줬어요. 음성을 타이핑하는 사람을 몰래 숨겨놓고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다니! 왜 이런 실험을 할 생각을 못 했던 걸까요?

"생각의 함정이죠(웃음). 타이피스트(속기사)를 숨겨놓고 음성인식 컴퓨터의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봤던 IBM의 실험 덕분에 나는 프리토타이핑이라는 핵심 기법을 개발했어요.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꼭 완벽한 시제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코인 세탁소에서 옷을 개어주는 기계도 마찬가지죠. 개발자와 투자자는 옷 개는 사람을 기계 안에 숨겨놓고 고객 반응을 살폈어요. 옷 개는 로봇 시제품을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 고객들이 그 서비스를 원하는지부터 알아낸 거죠. "세탁과 건조에 2달러를 지불하는 이용객들이 옷 개 주는 데 1달러를 지불할 것인가?"

아이디어가 먹히면 먹히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나만의 데이터(옷 개기에 1달러를 지불한 고객 수)’는 유용한 정보가 돼요. 그렇게 얻은 나만의 데이터 1g은 모두의 데이터 1t보다 가치 있습니다."

18세기 말 전 세계를 돌며 체스를 두었던 유명한 ‘미캐니컬 터크’ 체스 기계. 기계 장치가 아니라 작은 체스 선수가 숨어서 뒀다.
-여러 가지 프리토타이핑 기법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캐니컬 터크’입니다. 요즘엔 머신 러닝, 인공지능, 로봇 공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이 구상되고 있어요. ‘미캐니컬 터크' 기법은 기술에 대한 인간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구상 중인 기계 대신 사람을 활용합니다. 왜냐? 소비자(표적 시장)가 그 기계와 상호작용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죠.

‘자율주행(즉 운전기사가 없는) 버스’를 개발하려면 수년간 몇백만 달러가 투입되어야 하지만,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은 단 며칠 만에 개발할 수 있죠. 버스가 스스로 움직인다고 ‘믿도록’ 일반 버스를 개조해 노련한 운전기사가 숨을 공간을 만들고, 승객이 그 버스에 선뜻 타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또 하나 제가 좋아하는 테스트 기법은 ‘유튜브 프리토타입’이에요. 영상 기술로 마치 그 제품이 진짜 만들어진 것처럼 표적 시장에 영상을 공유하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거죠.

드롭박스는 신생 스타트업이었을 때, 자신들의 제품이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했어요. 마지막에 원한다면 제품의 대기명단에 올릴 이메일을 보내 달라는 자막을 넣었죠. 하룻밤 사이 대기명단은 7만 5,000명이 넘었어요. 이게 바로 의견이 아닌 데이터입니다. 시장의 실제 목소리죠."

-작은 나무 토막에 그린 가짜 PDA를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스스로 관찰해나간 ‘피노키오 프리토타입’이나, 빈 건물에 서점 출입구를 그려넣고 방문자들을 조사한 ‘가짜 문 프리토타입’도 흥미롭더군요. 사업가에게 공감각적인 상상력은 필수일까요?

"기업가들은 이미 수많은 상상을 해요. 그들의 상상 속에서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현실은 아닙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감각입니다. 나는 이것을 ‘불변의 사실(hard facts)’이라고 불러요. 내가 제시한 ‘피노키오 프리토타입’과 ‘가짜 문 프리토타입’ 같은 기법들은 ‘내가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내가 그곳에 실제로 가본다면'이라는 가정법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구글의 실패작으로 이야기되는 구글 글래스. 증강 현실을 실현한 복잡한 제품이다.
-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제품의 80%가 실패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한술 더 떠서 당신은 신제품 아이디어의 90%가 실패할 거라고 가정하라고 했습니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실패를 가정하는 태도가 열정에 김을 빼진 않을까요?

"거의 모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실패합니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통계치가 그 말을 하고 있어도, 저 역시 성공만을 가정했어요. 결과는 참혹했죠. 해당 아이디어에 너무 일찍 너무 많은 투자를 했고, 그 실패로 더 큰 비용과 고통을 치렀어요.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받아들이면 신중하게 일을 진행할 것이고, 시장이 그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져도 다른 대안을 생각할 시간과 자원이 남아있을 겁니다."

다른 기업들도 구글 묘지만큼의 실패 목록이 나온다. 코카콜라의 영안실에는 뉴코크가 있다.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죠?

"계획했던 걸 만들지 못해서 실패한 적은 없습니다. 수백만 개의 실패 제품, 서비스, 기업을 조사해본 결론은 일관되게 하나였어요. 시장이 그 제품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 제품이 얼마나 잘 디자인되었든 가성비가 좋든, 상관없이요."

-코카콜라, 디즈니, 구글, 맥도널드 같은 최고의 기업도 시장에서 예외 없이 헛다리를 짚는다는 게 놀랍습니다. 여러 사례 중 당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실패는 무엇이지요?

"구글을 방문한 타사 직원들에게 강연할 때, 저는 그들에게 ‘구글의 실패작(Google failures)’을 검색해 보라고 해요. 그리고 알고 있는 구글 제품을 말해보라고 하죠. 검색, 광고, 유튜브, 크롬, 안드로이드 등. 성공작 하나당 실패작을 족히 다섯 개는 꼽을 수 있어요. 다들 그 사실에 놀랍니다.

거대 기업이 저지른 가장 교훈적인 실패는 코카콜라의 뉴코크(New Coke)예요. 1980년대 중반 뉴코크를 출시하기 전에 그 회사는 시장조사와 홍보에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모든 준비에도 불구하고 뉴코크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못해 적대적이었죠. 거대한 실패였어요. 펩시콜라도 만만치 않은 실패를 저질렀죠. 무색의 카페인 없는 크리스털 펩시를 출시했으니까요.

핵심 교훈은 명백해요. 전통적인 시장조사를 너무 믿지 마세요. 과거에 대단한 성공을 거뒀더라도 신제품 아이디어가 성공할 거라는 가정은 금물이에요."

또 하나의 대대적인 실패작. 무색의 카페인 없는 크리스털 펩시.
-특히 확증편향을 경계하라는 말이 깊게 다가왔어요. ‘생각랜드’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요.

"‘생각랜드(Thoughtland)’는 추상적 공간입니다. 생각만으로는 성패를 판단할 수 없어요. 자기 생각은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을 통해서도 판단은 불가합니다. 생각과 의견은 데이터가 아니에요. ‘생각랜드’ 바깥으로 아이디어를 꺼내와야 합니다. 현실 시나리오 속에 놓고 진짜 테스트를 해야죠."

-지금 전 세계 언론은 심각한 플랫폼 위기를 겪고 있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어디에 무게를 둘지, 속보와 질 높은 기사 사이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산해야 할지 ‘생각랜드’에서 갈팡질팡합니다. 현명한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내가 온라인 언론사 소유주라고 가정해보지요. ‘생각랜드’속에서 나는 많은 독자들이 질 좋고 정확한 정보를 위해 속도를 포기하리라 믿습니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거북이뉴스(TurtleNews)’예요. 사건 발생 즉시 뉴스를 보도하지 않고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검증을 마친 뒤에만 뉴스를 내보내는 웹사이트죠.

거북이뉴스의 슬로건은 ‘느리지만 정확한’ 정도가 되겠죠. 일부는 이걸 훌륭한 아이디어라 하고 몇몇은 실패가 확실하다고 합니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많은 의견은 필요치 않아요. 필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지요?

"우선 거북이뉴스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가설로 표현해보지요. "온라인 뉴스 독자 중 최소 10%는 며칠 늦더라도 통찰력 있는 기사를 위해 거북이뉴스를 구독할 것이다." 그런 다음, 이 콘셉트를 알리는 단순한(고작 몇 페이지짜리)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웹페이지를 방문한 이들에게 거북이뉴스가 출시될 때 알림을 받고자 한다면 이메일로 회신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신생 뉴스 서비스를 온라인에 광고한 후 몇 퍼센트가 웹사이트에 방문하고 이메일로 관심을 표명하는지 확인하는 거죠. 몇몇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대신, 나는 그 서비스에 실제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이메일 데이터를 수집한 겁니다. 만약 온라인 광고에 1,000달러를 들였는데 겨우 세 명만 응답했다면 애초의 가설을 폐기하는 게 좋겠죠.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가는 거북이뉴스 아이디어에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실제 검증은 뒤로하고 일단 완벽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기자와 애널리스트를 고용하는 데 몇 달을 보낼 테지요."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모든 반대론자를 물리치고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이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나만의 데이터’를 모았다
-일단 간단한 웹사이트부터 만들고 시장 반응부터 확보한 대표적인 기업이 에어비앤비와 우버였죠. 그런데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예요.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서양인들이 어떻게 사적 공간을 함께 쓰는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요?

"우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 생각도 당신과 같았어요. "미쳤군. 누가 타겠어. 자녀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낯선 사람의 자동차에 타지 말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수백만의 사람들이 매일 낯선 사람의 자동차에 타고 있어요.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생각랜드는 왜 아이디어를 평가하기에 위험한 공간인가"를 설명할 때 내가 자주 활용하는 사례예요.

우버는 내 생각랜드에서 형편없는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성공작이었죠. 나도 우버를 애용하고 있으니까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했던 일이, 바로 모든 반대론자를 물리치고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이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나만의 데이터’를 모은 겁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두려움보다 실리를 선택했군요. 그 신뢰 자본이 사적인 공간을 함께 쓰는 ‘공유 비즈니스’를 만들어냈겠지요. 문득 신뢰는 선악이 아닌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거라는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티노의 말이 생각납니다. 결국 누군가가 먼저 소비자의 행동을 테스트했기에, 이런 잠재 욕구가 시장으로 폭발한 셈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에어비앤비 설립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기네 아파트 게스트룸을 이용해 그들의 아이디어를 처음 시험했어요. 방에 있던 빈 에어 메트리스 3개를 빌려주는 조건에, 불편한 잠자리에 대한 보상으로 아침 식사를 포함했죠.

두 사람은 도메인을 하나 사서 본인들의 아파트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들어간 웹사이트를 만들고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냈죠. 몇 시간 뒤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1인당 80달러 가격에 하룻밤 숙박과 아침 식사를 예약했습니다. 공포 영화 플롯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난 거예요."

-당신은 이제 사업가들의 아이디어를 조금만 들어도 ‘될 놈’이 가늠될 것 같은데요.

"정반대예요.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무지의 知)"는 명언으로 현자가 됐어요. 혁신가들이 아이디어 성공 여부를 물으면 내 답변은 항상 같아요.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조언하죠. "다른 누구의 의견도 구하지 말라"고.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말지는 아무도 몰라요.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싶지 않다면 역시 답은 의견이 아니라 시장 데이터예요. 직접 프리토타이핑 하라는 거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열강 중인 알베르트 사보이아./ⓒPatrick Beaudouin, Stanford University Innovation Fellows.
-데이터를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구글의 일상적 표어가 있습니다. ‘의견은 접어두고 데이터로 말하라'. 게다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싱싱한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데이터전문가가 아니라도 나만의 데이터를 얻는 게 정말 어렵지 않은가요?

"물론이죠. 일반적인 가설을 아주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게 첫 단계에요.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의하는 동안 나는 ‘XYZ가설’이라는 툴을 개발했어요.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 Y는 표적 시장이고 X는 성공하기 위한 최소 퍼센티지, Z는 소비자의 기대 행동입니다.

가령 우버의 XYZ가설은 이렇습니다. ‘대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 중 적어도 30%는 우버에 회원가입을 하고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우버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XYZ가설은 ‘여행자와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 중 적어도 10%는 호텔 방을 예약하는 대신 에어비앤비를 임대할 것이다’예요.

일반적인 XYZ가설을 만들고 나면, 그보다 더 작고 구체적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합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창업자는 모든 도시가 아닌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들로 테스트 범위를 좁혔죠."

-‘생각은 글로벌하게, 테스트는 로컬하게’하라는 조언이 생각나는군요. ‘테스트는 로컬하게’를 강조한 건 행동력을 높이기 위해서인가요?

"범위를 넓힐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더 커져요. 사람들이 넥스트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가 되겠다고 하면, 나는 그들의 목표는 처음엔 다 쉽게 닿을 수 있는 로컬 시장이었다고 말해주죠. 구글은 스탠퍼드대학 인트라넷 문서의 목록화 작업에서 시작됐어요.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스탠퍼드대학에 재학 중일 때 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하버드대학 재학 중에 페이스북을 창업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설립자는 방 하나에 에어 매트리스를 임대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들이 살고 있던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서요. 이미 살고 있는 곳,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에서 테스트하면 적은 비용으로 소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로컬한 동네나 맘카페에서 당신의 아이디어가 먹히는지 던져보세요. 그다음에 글로벌 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아요."

-때론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이 과정을 거친다는 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테스트가 필요해요. 더구나 프리토타이핑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요. 스탠퍼드의 혁신 워크숍에서는 학생들에게 단 2시간을 주고 아이디어를 프리토타이핑하고 시장 데이터를 모아오라고 합니다. 복잡한 테스트라도 길어야 며칠이에요. 프리토타이핑은 시장이 ‘바로 그 시점에’ 해당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내 조언은 이렇습니다. 신중하게 테스트하고, 빠르게 행동하세요."

코로나 시대는 사업의 적기. 사보이아는 마스크보다 덜 거슬리는 무언가를 구상중이다.
-아이디어, 데이터 수집, 실행력과 함께 창업가들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소양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기 확신? 실패에 대한 내성?

"자기 확신과 의심 사이의 ‘좋은 균형감각(good balance)’입니다. 문제 해결의 기회를 다루는 ‘일반적’ 능력에는 확신을 하되, 실제적인 ‘특정’ 솔루션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왜냐?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제가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문제와 사랑에 빠지되, 아이디어와는 밀당을 즐겨라.’ "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까?

"몇몇 카테고리의 전문가 의견은 ‘항상’ 위험해요. 특히 미래 기술 트렌드나 소비자 행동 예측 등에 대한 주제는 더욱더 그렇죠. 배관공, 전기 기술자, 의사 등의 전문적 의견은 믿어도 됩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다룹니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 인간 행동은 매우 빠르게 움직여서 이제 전문가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어떤 복잡한 주제를 집어 들고 그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10개의 다른 의견을 얻을 겁니다."

-전 세계 혁신가를 이끄는 창업 리더로서 코로나 이후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예견합니까?

"말했듯이 나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전례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전문가가 없죠. 모든 건 최선의 추측과 의견일 뿐이고, 나는 그런 식의 추측을 자제하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 대해 개별적인 우리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어요.

다만 우리 아이디어로 지역적인(local) 변화는 분명히 도모할 수 있어요. 그런 지역 단위의 혁신이 세계적 영향력을 지니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모든 실물 경제가 위축된 지금 같은 시기에도 창업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코로나로 직업을 잃었다면, 자기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면, 지금은 그 일을 시도할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니즈와 문제라는 전례 없는 파도를 맞이했어요. 일례로, 얼마 전 지인이 좋은 사업 계획을 귀띔해주더군요. 식료품을 집으로 가져오기 전에 소독하는 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였죠. 그런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여러분은 기업가적 경험은 물론 인류를 도울 기회도 함께 얻게 된 거죠."

숫자로 좁혀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라고 말하는 알베르트 사보이아./ⓒPatrick Beaudouin, Stanford University Innovation Fellows.
-요즘 당신은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나요?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해요. 지금은 코로나19에 집중해서 기침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보다 덜 거슬리는 무언가를 구상 중이죠(웃음)."

-마지막으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독자와 기업가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실패는 특정 국가와 문화를 가리지 않습니다. 조언은 하나입니다. 반드시 확인하세요. 내가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을 만들고 있는지를.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의견이 아닌 실제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세요.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예상 소비자에게 당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세요. 지금 전 세계의 지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여러분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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