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석가탄신일부터 시작한 '4말5초' 황금연휴를 맞아 모처럼 쇼핑몰과 백화점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유통가에 훈풍이 불었다.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만큼 소비 심리가 완연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한참 웅크렸던 상황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온다.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 움츠렸던 소비심리 기지개 켜나…강남·잠실 백화점 '북적'

일요일을 맞은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은 연휴 막바지 쇼핑을 즐기기 고객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부, 20대 커플, 함께 쇼핑을 나온 모녀들로 북적이며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롯데월드몰은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발길이 뚝 끊기면서 인파가 없는 거대 전시장마냥 스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가 한자리로 줄어들면서 쇼핑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롯데월드몰 내 한 편의점 직원은 "일주일 전부터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다"며 "아직 코로나 사태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봄맞이 할인에 나선 한 의류매장엔 쇼핑객들이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있기도 했다. 이 매장의 직원은 "황금연휴를 맞아 쇼핑하러 온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도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건물을 함께 사용하는 강남 신세계백화점은 지방으로 떠나거나 서울로 돌아온 행락객들도 많이 찾는 듯 했다. 1층에 마련된 선글라스 특별 판매 매대에선 여름을 앞두고 '신상 선글라스'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말을 맞은 3일 소비자들이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 1층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하 식품매장과 선물 코너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선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예년만큼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매장 직원은 "코로나19 여파인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많이 구매하는 것 같다. 불황이라 올해는 선물을 건너 띄려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고 했다.

명품 매장은 예전 만큼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매장마다 1팀에서 2팀 가량의 손님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황금 연휴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해 생긴 지출 여력을 명품 구입에 쓰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황금 연휴를 앞둔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백화점 카테고리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명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1% 증가했다.

8층 이벤트홀에서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바디프렌드·헬스기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안마의자 전문 회사인 '바디프렌드'와 '오심', 의료기기전문회사인 '세라젬' 등이 참여해 체험 및 할인 판촉 행사를 진행한 것. 소비자들은 기기 체험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취재하는 동안 보지 못했다.

삼성동 코엑스몰은 롯데월드몰이나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비하면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족 단위 쇼핑객보다는 2030 젊은 세대가 친구들과 놀면서 쇼핑을 하는 코엑스몰의 특수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엑스몰 내 메가박스는 텅텅 비었다. 코엑스몰 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최근 일주일 사이 방문객이 다소 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안늘었다"면서 "체감상으론 1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7층 아동매장. 어린이날을 앞둔 주말 오후이지만 손님이 없어 한적한 분위기다.

◇ 관광객 끊기니 '손님 뚝'…여전히 한산한 명동 백화점

강남 지역 백화점들은 소비 심리 회복세가 나타난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 고객인 서울 명동의 백화점들은 여전히 한적했다. 이날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주차장부터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예전이었으면 입차하는 데만 10분은 대기를 해야 했지만 이날은 바로 입차가 가능했다. 주차도 일반고객이 사용하는 주차장 중 가장 윗층인 지하 3층에 할 수 있었다.

백화점 안에선 주말 오후임에도 평일 오후처럼 한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한 남성복 매장 직원은 "명동 매장은 위치 특성 상 외국인 관광객이나 도심 지역으로 놀러오는 사람이 많아야 고객이 많다"며 "연휴이고 날씨가 좋다 보니 야외로 많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아동 매장에선 어린이날을 앞두고 선물을 구입하려는 쇼핑객들이 종종 있었지만 붐비진 않았다. 한 유아복 매장 직원은 "이번 황금 연휴 보다는 오히려 지난주가 고객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면서 "연휴가 길다보니 쇼핑을 나오기보다는 지방 등으로 여행을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매장마다 삼삼오오 손님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한산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코로나 사태로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이 입국하지 않으면서 방문 고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 전경.

◇ "코로나로 멈춘 소비, 5월이 전환점"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황금 연휴를 계기로 코로나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현상) 형태로 발현되면서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의 4월 매출은 전달 대비 13.7%에서 최대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가정의 달 프로모션이 몰린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가 몰리는 5월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4월 매출 신장세는 3월에 바닥을 친 기저 효과 때문이며, 정상 시기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는 현실적인 분석도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쇼핑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만큼,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황금 연휴, 국내여행이 각광을 받으면서 아웃도어 등 근교 나들이 관련 상품과 명품·집콕 관련 상품들이 호조를 보였다"면서 "5~6월에도 이러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아웃도어 및 캠핑용품 기획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도 코로나 사태에 지친 고객들에게 휴식을 선사하기 위한 '향기·아로마테라피' 전문 매장 '숲, 포레스트(For,rest)를 오픈하는 등 색다른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만큼 고객을 다시 모으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컨셉으로 고객이 가보고 싶은 매장을 조성하고 각종 프로모션으로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