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깔고 시작한 모바일 전용 OTT ‘퀴비’의 고전... "소비자 본능과 반대"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20.05.01 09:00

    다운로드 디즈니의 7.5%… 주요 임원 회사 떠나기도
    콘텐츠 타이틀 50여 개 불과… ‘턴스타일’도 기대 못 미쳐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과 경쟁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숏폼(short form, 짧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퀴비(Quibi)’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월 6일(미국 시각)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론칭한 지 2주만에 미국 애플 앱스토어 ‘톱 50’ 차트 밖으로 밀려났고, 브랜드 및 마케팅 총책임자는 회사를 떠났다.

    사용자들의 초기 평가도 냉랭하다. 볼만한 콘텐츠가 적고, 경쟁 OTT와 비교할 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료 서비스 기간(90일)이 종료되는 7월 초가 퀴비 성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 휘트먼 퀴비 CEO가 지난 1월 8일(현지 시각) ‘CES 2020’ 기조연설에서 ‘퀴비’를 소개하고 있다. /EPA 연합
    첫날 다운로드 디즈니의 7.5% 불과… 주요 임원 회사 떠나기도

    퀴비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등장, 큰 주목을 받았다. HP·이베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맥 휘트먼이 기조연설을 맡아 퀴비를 소개했다. 맥 휘트먼은 드림웍스 공동창업자이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을 지낸 제프리 카젠버그와 함께 2018년 8월 퀴비를 설립했다. 제대로된 숏폼 OTT를 만들어 Z세대를 열광케 한다는 목표였다. 모바일 전용인 것도 특징이다.

    전설적인 경영자들이 뭉쳐 만든 회사인만큼 모든 것이 화제가 됐다.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전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을 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등 유명 제작자를 파트너로 영입해 기대를 모았다. CES에서 처음 공개한 ‘턴스타일(영상 재생 시 스마트폰을 가로에서 세로로 돌려도 영상이 잘리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방식)’은 사용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선보인 첫날 앱 다운로드 건수가 30만건으로 6개월 전 론칭한 디즈니 플러스(400만건)의 7.5%에 그쳤다. 론칭 1주일 기준으로도 다운로드 횟수가 170만건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주 후엔 애플 앱스토어 ‘톱 50’ 차트 밖으로 밀려났다.

    퀴비의 가장 큰 특징은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턴스타일(Turnstyle)’ 방식으로 재생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가로 방향(왼쪽 사진)에서 세로 방향(오른쪽 사진)로 돌려도 영상이 잘리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운다. /퀴비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쟁 서비스인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가 승승장구한 것과 배치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4월 들어 유료 구독자수가 500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2월 실적 발표 때 밝힌 유료 가입자수(2650만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의 브랜드와 마케팅을 총괄했던 주요 임원 메건 임브레스(Megan Imbres)도 회사를 떠났다. 그는 퀴비 CEO인 맥 휘트먼에게 직접 보고하는 최고위 임원 중 한 명이었다. 일레인 무어 파이낸셜타임스(FT) 렉스(Lex) 칼럼 에디터는 "퀴비는 영국 애플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차트에서 188위를 기록 중"이라며 "지인 중 퀴비를 보는 사람은 내가 유일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콘텐츠 적고 비싸… "턴스타일 목적 모르겠다" 평가

    퀴비의 가장 큰 문제는 킬러 콘텐츠 부족이다. 마블, 픽사, 스타워즈, 디즈니 등 쟁쟁한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나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와 비교할 때 초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퀴비는 총 50여 개 타이틀(작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7500편 이상의 TV시리즈와 500편 이상의 영화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는 물론 애플TV 플러스와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콘텐츠 대비 이용 가격도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 퀴비 구독 요금은 월 4.99달러(광고 있음), 월 7.99달러(광고 없음) 두 가지인데, 애플TV 플러스가 현재 월 4.99달러에 광고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고 없이 퀴비를 즐기려면 디즈니 플러스(월 6.99달러)보다 매달 1달러를 더 내야 한다.

    퀴비는 현재 90일 무료 이벤트 중인데, 애플TV 플러스의 경우 아이폰 등 신형 애플 제품을 사면 1년이 무료다. 디즈니 플러스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무제한 요금제 사용 고객에게 1년 무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퀴비 소개 영상. /유튜브 퀴비 공식 계정
    퀴비 소개 영상. /유튜브 퀴비 공식 계정

    가장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였던 ‘턴스타일'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김성영 촬영감독은 "시청 중 스마트폰을 가로 방향에서 세로 방향으로 돌리면 캐릭터가 클로즈업돼 화면이 채워지는데, 계속하긴 귀찮고 불편해 결국 그냥 보게 된다. (화면을 돌려가며 시청하는 건 편하게 콘텐츠를 감상하려는) 소비자 본능과 반대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세로로 스마트폰을 돌렸을 때 화면이 만화책처럼 위아래로 분할돼 영상 연출가로서 흥미로웠던 콘텐츠도 있지만, 90%는 단순 클로즈업이었다는 것이다. 클로즈업된 세로 화면에선 가로 화면에서 읽을 수 있는 캐릭터 주변 상황도 볼 수 없다.

    그는 "턴스타일이라는 시청 방식을 완전히 포기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턴스타일을 도입한) 명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퀴비에 영상을 제공하려면 영상 편집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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