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25) “맥주, 와인 같기도 한 막걸리, 한번 맛보세요"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4.29 16:28 | 수정 2020.04.29 16:32

    디오케이브루어리 이규민 대표, 수제맥주 제조법을 막걸리에 접목
    ‘걍즐겨’ 막걸리는 석류즙 넣어 핑크빛 로제와인 닮아
    걍즐겨, 2020년 대한민국주류대상 막걸리 부문 대상 받아
    ‘뉴트로’는 쌉싸름한 맛 내기 위해 홍차 넣고, 꽃향 내려고 레몬, 라임도 넣어
    "요리사 출신이라 가격보다는 품질을 먼저 생각해...실험적인 막걸리 계속 만들 터"

    DOK는 ‘디오케이’라고 읽을 수도 있고, ‘독’이라고 읽을 수 있다. 독은 ‘술독’에서 따왔다. 작년에 생긴 신생 양조장인 디오케이브루어리(대표 이규민)는 맥주 제조기법을 막걸리 양조에 접목시켜 신개념 막걸리들을 만드는 이색 양조장이다. 막걸리를 수제맥주, 와인처럼 만든다. 회사명 디오케이는 술독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회사 막걸리들은 정말 독특하다. 석류즙을 넣어 핑크빛 로제와인 색깔의 막걸리가 있는가 하면, 홍차를 넣어 쌉싸름한 맛을 낸 막걸리도 있다. 스위트 와인의 대표주자인 이탈리아 모스카토 와인 맛이 느껴지는 막걸리는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맥주의 주된 원료인 몰트를 첨가한 것도 모자라, 핸드 드립 스타일, 더치 스타일 커피까지 넣은 흑막걸리도 개발 중이다. 이쯤 되면 이 술이 막걸리인지, 맥주인지, 와인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나, 막걸리인 것은 맞다. 막걸리의 주 원료인 쌀과 누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맥주나 와인 느낌이 나는 것은 다양한 부재료을 넣었기 때문이다.

    디오케이브루어리 이규민 대표는 덴마크 브루펍에서 접한 수제맥주 제조기법을 막걸리 양조에 적용했다. /박순욱 기자
    지난 4월27일 서울 북한산 동쪽 자락인 삼양동에 있는 양조장을 찾아갔다. 우이신설구간 중 가오리역에서 가깝다. 술을 만드는 양조장은 여느 양조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술을 판매하고 고객이 자리에 앉아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카페처럼 꾸며놓았다. 이 곳은 판매(테이크아웃)전문 매장이다. 이규민 대표를 보자마자 "막걸리 시음부터 하자"고 했더니, 생맥주 탭을 눌러 핑크빛 술을 맥주잔에 따라주는게 아닌가? 디오케이브루어리의 간판상품인 ‘걍즐겨’ 막걸리다. 색상부터 너무 예뻤다. 한 모금 마셔보니, ‘이게 막걸리 맞나?’ 싶었다. 한 모금 더 마셔보니, 비로소 쌀의 달착지근한 맛과 누룩 향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디오케이브루어리 이규민 대표는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한 요리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과 덴마크에서 요리사 경력도 쌓았다. 그는, 보조요리사로 일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브루펍(맥주를 직접 양조해서 파는 식당)에서 신개념 막걸리 ‘영감’을 얻었다. 그 곳은 30여개의 수제맥주를 만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수제맥주회사였다.

    "브루펍에서 일하기 전만 해도 맥주 하면 라거, 페일에일, 스타우트 흑맥주 정도 알았죠. 제가 일한 브루펍은 맥주의 신세계였어요. 오이, 고수를 넣은 여름 맥주도 만들고, 애플사이다 맛이 나는 맥주도 있었어요. 막걸리도 기본 재료인 쌀, 누룩 외에 다양한 부재료로 종류를 천양지차로 늘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요리사 출신답게 그는 막걸리도 요리처럼 만든다. 가격은 생각하지도 않고, 우선은 최고의 재료로, 기발하고 실험적인 막걸리를 만든다. 요리사 출신인 그가 인터뷰 도중 가장 즐겨 쓴 단어는 ‘재미'였다. "재미있는 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사람들이 편안하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선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얼마에 팔 것인가는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품질과 가격, 둘 다 적정선에 일치시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고, 저희 목표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초기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작년 9월 첫번째 막걸리, 걍즐겨(병당 5000~6000원)를 출시했다. 사람들은 냉담했다. "막걸리 같지도 않은 것이 가격은 왜 또 이리 비싼가?" 이런 반응이 대세였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시장은 다소 달라졌다. 걍즐겨는 조선비즈가 올해 주최한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막걸리 부문 대상을 받았고, 수십 곳의 전통주점에서 걍즐겨를 취급하고 있다.

    신개념 막걸리 제조업체인 디오케이브루어리는 현재 걍즐겨 외에 뉴트로, 두유노 등 세가지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꽃향기가 도드라지는 ‘북한산 피크닉' 신제품 막걸리를 새로 출시했다. 오는 겨울에는 몰트와 커피를 넣은 흑막걸리도 선보인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디오케이브루어리 매장 내부. 이곳에서는 생맥주처럼 막걸리를 따라서 마실 수도 있고 병 형태로 사갈 수도 있다. /박순욱 기자
    이색 막걸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한식을 전공하고, 요리사 경력을 더 쌓기 위해 덴마크에서 일한 식당이 브루펍이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접하고 ‘막걸리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수제맥주처럼 만들어보자'고 생각, 귀국해 막걸리 양조에 뛰어들었다.

    우송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학과를 졸업했다. 장 담그는 법 , 고추장 만드는 법. 장아찌 발효, 술 양조 등등 전통 한식을 주로 배웠다. 그리고 요리사 경력을 쌓기 위해 미국과 덴마크 식당에서 일했다. 미국 뉴욕에서 3개월 식당에서 일을 했고, 그 다음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건너갔다. 코펜하겐에선 처음엔 미슐랭 투 스타 식당에서 보조요리사로 일을 했다. 그 담엔 코펜하겐의 브루펍(맥주를 직접 생산해서 파는 펍)에서 일했다.

    브루펍에서 일하기 전만 해도 맥주는 라거, 페일에일, IPA, 스타우트 정도만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일한 그곳은 일반 맥주를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맥주를 계속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반은 애플사이다 같은 느낌, 또 반은 페일에일 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트리플 IPA처럼, 홉을 왕창 넣은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이, 고수 같은 채소를 넣은 여름용 맥주도 있었다. 30여종의 맥주를 직접 양조했다. 그곳이 알고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제맥주 회사였다. 그런 데서 많이 영감을 받았다.

    자기들만의 실험적인 스타일의 맥주를 만드는 것을 인상 깊게 느꼈다. 창의적인 맥주 양조의 선두주자였다. 물론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나뉘긴 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써서 맥주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디오케이브루어리 양조장 모습. 여느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과 비슷하다. /박순욱 기자
    이런 방식으로 막걸리를 만들면 막걸리도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걸리도 맥주처럼 라거 스타일, 페일에일 스타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들었다. 재료를 차별화한다든지, 제조법을 혁신한다든지 해서 얼마든지 다양한 스타일의 막걸리를 구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막걸리를 만들면 사람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졌다."

    유럽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접했는데, 수제맥주 대신 막걸리 양조에 도전한 이유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내가 한식을 전공했다. 막걸리 양조도 대학에서 배워 익숙하다. 그리고 대학 은사 중 한 분이 삼해약주(삼양주로 빚은 서울의 유명약주) 전수자이신데, 이분으로부터 전통술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래서 우리 전통술과 창의적인 맥주 제조기법을 접목시켜보고 싶었다.

    둘째 이유는 이미 한국의 수제맥주 시장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재료로 실험적인 스타일의 맥주를 많이 만들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내가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면 한참 뒤쳐진 후발주자 신세를 면치 못하겠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막걸리 양조를 택한 이유가 됐다. 막걸리 업계는 실험적인 스타일의 술 제조를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하면 선두주자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디오케이브루어리 막걸리들이 맥주 제조기법 중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수제맥주 업계가 즐겨 쓰는 드라이호핑(dry hopping) 기법이다. 막걸리 발효가 거의 끝났을 때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다양한 부재료를 넣는다. 그러나, 수제맥주에 넣는 홉을 넣지는 않는다.

    디오케이 제품에 많이 활용한 드라이호핑의 장점은?

    "디오케이 막걸리들은 발효가 마무리 될 즈음에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맥주 제조기법의 일종인 드라이호핑처럼 다양한 부재료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드라이호핑 방식을 사용하지만, 직접 홉을 넣는 것은 아니다. 우리 옛 문헌에도 덧술할 때(2차 발효) 여러가지 재료를 같이 넣기도 한다는 기록이 있다. 일종의 드라이호핑법이라고 볼 수 있다. 걍즐겨(세번 담그는 삼양주)의 경우, 세번째 담금(3차 발효)까지 마무리됐을 때 ,허브 꽃차의 일종인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었다. 그리고 조금 더 저온발효를 거쳤다. 부재료를 미리 넣으면 발효 도중에 생기는 고온으로 인해서 향이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이호핑과 마찬가지로 발효 마지막 단계쯤에 원하는 향을 입힌다.

    걍즐겨는 삼양주 스타일로 만들되, 향을 내기 위해 드라이호핑기법을 도입, 발효 마지막 즈음에 부재료를 넣었다. 다시 말해, 걍즐겨의 경우, 절반은 전통적인 제조기법을 사용했고, 또 나머지 절반은 맥주 제조기법을 써서 만든 신개념 막걸리다."

    걍즐겨는 어떤 제품인가?

    "우선 술 색상이 핑크빛인 것은 꽃차의 일종인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었기 때문이다. 산미(신맛)가 있고, 시트러스한 향(자몽 향 같은 열대과일 향)이 나는 것도 이 두가지 부재료 때문이다. 발효와 숙성 포함해 2~3주 정도 걸린다. 대기온도와 습도에 따라 약간 기간이 달라진다.

    걍즐겨는 맥주 스타일을 많이 차용한 막걸리다. 요즘 트렌디한 맥주 중에 막걸리 만드는 누룩을 써서 만드는 것이 있는데, 로컬 재료(술 양조장 인근의 재료)를 쓰는 트렌드에 따른 것이다. 맥주 효모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우리는 역발상으로 토종 막걸리인 걍즐겨에 수입산 효모를 첨가했다. 걍즐겨는 누룩을 사용했는데, 그 외에 맥주 효모인 프렌치 세종(벨기에산 효모로 강한 과일향을 낸다)를 일부 사용했다. 세종 효모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약간 콤콤한 느낌(청국장, 누룩에서 나는 향의 일종), 살짝 거친 향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약간 내추럴와인 느낌이 난다. 깔끔하기보다는 약간 거친 느낌, 누룩과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 밑술 만들 때 전통 밀누룩과 함께 세종 효모를 같이 넣는다."

    디오케이브루어리 직원들이 제품 소개 책자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연(영업, 마케팅 담당), 이규민 대표, 김홍민(양조). /디오케이브루어리 제공
    걍즐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작년 9월에 나왔다. 처음 반응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이걸 막걸리라고 할 수 있나?’ 생뚱맞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색깔부터가 장미빛 로제인데다, 마시는 잔(맥주잔)도 투박한 막걸리 잔과 너무 달랐고, 향과 맛 모두 기존 막걸리와는 너무 다르다는 반응이었다.

    걍즐겨와 비슷한 막걸리가 없다보니, 소비자들이 알밤막걸리, 잣막걸리, 고구마막걸리, 토마토막걸리처럼, 부재료가 다소 두드러지는 막걸리와 비교하더라. 그리고 망고를 넣은 수제맥주처럼 걍즐겨 역시, 일종의 수제맥주 같다는 반응도 많았다.

    기존 막걸리에는 쓰지 않았던 고급 부재료를 써서 만들었지만, 초기 시장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아 사실 당황스러웠다. 이제 6개월쯤 지나니까 반응이 다소 달라졌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디오케이 브루어리는 막걸리를 좀 독특하게, 재미있게 만든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수제맥주업계도 관심이 많아 일부 수제맥주 매장에서 걍즐겨를 수제맥주와 나란히 취급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뭐 이런 막걸리가 다 있어’ 외면하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독특한 막걸리, 이색 재료로 만든 신개념 막걸리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뉴트로는 어떤 제품?

    "맛은 쌉싸름하다. 홍차를 마시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홍차를 넣었다. 시트러스 계열의 산미와 블랙티의 잔잔한 향이 특징이다. 가라앉아 있는 고형물을 섞지 않았을 경우, 색상은 화이트와인과 비슷하다. 뉴트로 컨셉을 정할 때, 페일에일, IPA 계열의 맥주를 벤치마킹했다. 페일에일 맥주는 약간 꽃향이 나고 쌉싸름한 잔향이 남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직접 홉을 쓰지 않고도 페일에일 맥주 스타일을 구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비터(bitter)한 느낌의 홉을 넣지 않고, 블랙티(홍차)에서 느낄 수 있는 비터한 느낌을 주면 어떨까? 그래서 홉 대신 홍차를 넣었다. 그리고 꽃향 느낌을 주기 위해 라임과 레몬도 넣었다. 그러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대신 드라이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쌀은 걍즐겨보다 조금 덜 넣었다. 단 맛이 적어 남성들이 더 좋아한다."



    세번째 제품인 두유노 특징은?

    "두유노는 제조법 영감을 옛 우리 문헌에서 받았다. 옛날 문헌에 보면, 전통술을 만들면서 쌀, 누룩, 물 외에 밀가루를 넣는 경우가 있다. 밀가루를 넣는 것은 술에 시큼털털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이것을 좀 현대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밀가루를 대체할 재료가 없을까? 생각했다. 빵(반죽) 중에 사워도우(Sourdough)란 게 있다. 이 빵은 직접 키운 효모인 천연발효종을 넣어 만든다. 이런 빵 반죽은 약간 시큼한 맛이 난다. 그래서 밀가루를 넣는 대신에 천연발효종 효모를 넣었다. 약간 단맛도 있어, 이탈리아산 모스카토 스위트와인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디오케이브루어리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두유노, 걍즐겨, 뉴트로. /디오케이브루어리 제공
    천연발효종을 넣었기 때문에 두유노에는 산미가 있다. 걍즐겨의 산미와는 또 다르다. 걍즐겨의 산미는 화이트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다소 묵직한 산미라면, 두유노의 산미는 이탈리아 모스카토 포도품종에서 느끼는 가볍고, 탄산도 살짝 있는 산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단맛이 다소 도드라진다. 여성들이 좋아한다. 알코올 도수도 2도 낮다."

    디오케이브루어리의 제품을 제대로 즐기는 음용방법이 있나?

    "병으로 구매했을 경우, 처음부터 흔들어 섞지 말고, 맑은 술 윗부분을 먼저 맛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는 섞어 마시라고 한다. 처음과 두번째 느낌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맑은 부분만 마실 경우,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느낌과 비슷하다. 우리 술들은 제조기법으로 보면 맥주에 더 가까운데, 실제 맛을 보면 맥주보다는 와인 맛에 더 가깝다. 섞어 마시면 막걸리 특유의 밀키한(걸쭉한 단맛)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한병으로 두가지 맛을 다 즐기라고 권한다."


    새로 나올 막걸리는?

    "네번째 술, 북한산 피크닉이 곧 나온다. 꽃술이라고 보면 된다. 막걸리 색깔은 주황색이다. 패션 후르츠(산미가 있는 열대과일의 일종으로 맥주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국화, 우롱차, 그리고 북유럽산 꽃인 엘더 플라워(탄산수에 레몬, 라임 대신 많이 쓰는 재료)를 넣었다. 고급 재료를 많이 넣었다. 전체적으로 꽃향도 나면서 약간 산미가 있다. 상큼하다고 할까,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보면 된다.

    올 겨울에는 흑막걸리를 내놓을 예정이다. 몰트 세 가지와 커피를 넣은 막걸리다. 몰트로는 블랙 프린츠, 초콜릿 몰트, 카라멜 몰트를 썼다. 흑맥주 느낌을 주기 위해 몰트는 다 로스팅 과정을 거쳤다. 커피는 핸드 드립과 더치 스타일의 커피를 반씩 섞어 넣었다. 물론 막걸리의 기본 재료인 쌀과 누룩은 들어간다.

    흑막걸리에 넣은 세 가지 몰트의 공통점 중 하나가 커피향과 유사한 향을 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예 커피를 첨가하면 더 재미있는 제품이 되겠다 싶었다. 제조원가는 엄청 비싼 제품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제맥주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원가도 중요한데, 일단은 퀄리티(품질)을 우선시하고 있다. 퀄리티에 집중하다 보니, 제조원가가 조금씩 오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우리의 난관은 시장(소비자) 부분이다. 퀄리티 높은 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소비자 가격이 좀 비싼 편인데, 가격 저항이 꽤 있다. 초기 수제맥주 업계가 똑같이 겪은 문제다. 주류 대기업이 내놓는 맥주는 캔당 1000원대인데, 페일에일 계열의 수제맥주는 한 캔에 4000원이 넘다보니,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카스맥주가 2000원이 안되는데 새로 나온 맥주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초기엔 지배적이었다. 수제맥주 술 자체가 낯선데다 가격도 착하지 않으니, 초기 소비자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그렇다. 1000원대 막걸리 맛과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실험적인 우리 제품 자체가 생뚱 맞을 것이고, 가격도 몇배 비싸니 곱게 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600ml 한병에 5000~6000원대이다. 장수막걸리에 비해서는 다섯 배 이상 비싸다.

    그렇다고 우리 제품이 병당 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 상품군은 아니다. 프리미엄 막걸리 소비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타겟층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가급적 일반 소비자들이 보다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대신에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맛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 나오는 ‘북한산 피크닉’은 아직 가격을 정하지 못했다. 원가가 꽤 비싼데, 원가를 고스란히 다 반영하면 만원이 넘을 텐데, 그럴 경우 가격 저항이라는 소비자반응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걍즐겨 같은 다른 제품에 비해 원가가 두 세배나 된다. 가격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 대개는 합리적인 소비자가격을 먼저 생각하고, 그 선에서 재료를 선택하는 게 맞는데, 품질을 높이겠다는 욕심이 앞서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다보니, 비즈니스(합리적인 가격과 그에 맞춘 제품)쪽 생각보다는, 품질 욕심만 앞섰다. 그런데, 원가를 지나치게 고려하면 요리가 맛이 없다. 요리사는 가격(재료값)이 아무리 비싸든 상관없이 최고의 요리(품질)를 만들겠다고 먼저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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