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목소리 커지나... 환경운동가는 국회 입성, 원전 전문가는 탈락

조선비즈
  • 안소영 기자
    입력 2020.04.29 13:45

    4·15 총선으로 환경단체 출신 여당 후보자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야당에서는 에너지 전문가 의원을 배출하지 못해 발언권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통합당은 내부 갈등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를 제대로 공천하지도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가운데), 더불어시민당 양이원영(오른쪽), 정우식(왼쪽) 당선자가 총선 전인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그린뉴딜 관련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공동 정책 공약 발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가운데, 특히 환경단체 출신 당선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단체 출신 후보들은 앞서 탈원전, 탈석탄을 외쳐왔던 인물들이다.

    먼저 의왕·과천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소영 환경전문 변호사가 당선됐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나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해 부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 영입인재 8호로 영입됐을 당시 "원전은 우리가 가야할 미래가 아니다"라며 "원전은 위험하고 오래가는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비싸고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더불어시민당에는 20여년간 탈핵(脫核)운동을 해온 양이원영 전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있다.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된 그는 환경운동연합 처장,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양 당선자는 총선 전 언론 인터뷰에서 "탈원전, 재생에너지 그룹의 목소리가 국회로, 정치권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교두가 되는 활동가형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1호 공약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웠으나, 원자력계 전문 인사는 공천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순번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16번을 받았던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지도부 갈등 속에 24번으로 밀려나면서 당선자 순위권(19명)에 들지 못하고 낙선했다.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중앙위원장, 박상덕 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설영주 전 한전원자력연료 상임감사, 황주호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지도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부산 남갑 공천에서 낙마하면서 아예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을 지냈던 김영섭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경남 진주을에 출마하려 했으나 공천 심사과정에서 컷오프됐다.

    상황이 이렇자 당장 감사원이 발표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타당성 감사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사안은 지난해 말까지 결과가 나왔어야 하지만, 감사원은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2개월을 연장하고도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감사원은 지난 9일부터 10일, 13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트릭스리서치가 총선 투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총선 사후(事後) 조사'에서는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33%)에 비해 '변화가 필요하다'(59%)는 응답자 비율이 훨씬 높았다.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창원 지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창원지역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 세계 탈석탄화로 타격을 입은 두산중공업과 협력사가 있는 곳으로 지역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앞선 총선에서 창원지역의 미래통합당 의석수는 5석 중 3석이었으나, 이번에는 5곳 모두 미래통합당이 차지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인 이해가 관련된 탈원전 등의 정책을 유리한 환경 속에서 마구 밀어붙일 수 있어 우려된다"며 "우리나라는 환경 문제에 이념적 편향성이 크고 정책 입안자 자리에 전문가들이 배제된 상황인데,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런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이 탈원전보다 심각한 문제"라며 "일단 코로나 위기부터 해결한 뒤, 다시 탈원전 정책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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