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규제 완화 후 각종 사태 터지자 다시 강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시장이 결국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위험 부담이 커진 판매사가 사모펀드를 덜 취급하면 시장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에 따르면 앞으로 판매사가 적격 일반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할 때 감시·견제 책임이 커진다. 기존에는 판매사가 적격 일반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투자설명자료만 교부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판매사가 직접 운용사가 제공한 펀드 자료가 규약상 내용과 일치하는지, 투자위험 설명이 적정한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후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할 때 검증된 자료를 충실히 설명해야 하며, 판매 후에는 펀드가 투자설명자료에 나온대로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23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안을 내놓으며 "모험자본 공급 등 순기능을 위해 운용의 자율성은 계속 보장하되 ‘투자자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사모펀드 판매가 위축돼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설계한 사모펀드의 적정성을 판매사가 검증하고 운용 현황을 일일이 감시하려면 관리비용이 늘어나게 돼 결국 단순한 구조의 안전한 상품만 팔고 복잡한 상품은 판매하지 않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판매사가 펀드의 적정성과 운용 현황을 점검하려면 전문 인력을 새로 채용하거나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관리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판매사의 관리비용이 높아지면 이는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사모펀드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사들도 앞으로는 안전한 자산으로 구성된 상품만 판매사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어느 정도 위험이 있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게 특징인데, 안전자산으로만 구성하면 공모펀드와 다를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인가제’였던 전문 사모 운용사 허가를 ‘등록제’로 바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당시 사모펀드에 대한 설립뿐만 아니라 운용·판매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 특히 판매 규정에서 사모펀드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면제하고 투자광고를 허용했다.

당국은 규제 완화 이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다시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