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은 벤츠 가문의 막내 격인 차다. 먼저 가격 측면에서 엔트리(입문) 모델이며, 덩치도 가장 작다. A클래스는 원래 앞바퀴굴림(전륜구동) 방식의 소형 해치백 모델로 1997년 첫선을 보였다. 세단은 2019년 처음 출시됐다.

A220에 대해 "스포티하면서 지위를 강조하는 분을 위한 엔트리 세단 모델"이라는 게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품·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의 설명이다.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 브랜드의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운전하는 맛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돈을 내서 살만한 차량이라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를 출발해 인천 중구 영종도의 을왕리해수욕장과 연수구 송도컨벤시아를 거쳐 오는 구간을 시승했다. 총 주행거리는 138km였으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을 평탄한 길 위주였다. 영종도를 한 바퀴 쭉 도는 구간에서는 차량이 한산한 편이었다.

A220의 앞모습은 꽤 전형적인 벤츠의 모습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의 삼각형 별 모양의 벤츠 엠블럼을 중심으로 단순한 형태로 직선 위주 디자인이다. 벤츠 특유의 디뒤집어지고 가로로 긴 ‘ㄴ’자형 DRL(주간점등용램프) 등 익숙한 디자인 요소가 쓰이면서도 좀 더 간결해진 인상이다. 옆모습에서도 단순한 조형미는 느껴진다. 헤드 램프 끝 부분에서 시작해 트렁크부분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직선은 큰 굴곡이 없이 완만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

이 차의 특징은 바퀴 중심에서 앞뒤 양 끝부분까지 거리인 오버행이 짦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준중형 세단인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비교해 전장(4550mm)은 100mm 짧고, 전폭(1825mm)은 30mm 작다. 그런데 앞뒤 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인 축거(휠베이스)는 10mm 더 길다. 차체 전면부와 트렁크 부분의 길이가 그만큼 짧다는 의미다. 아반떼와 거의 비슷한 길이인 축거 덕분에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내부 공간은 넉넉하다.

차량 내부는 벤츠의 다른 세단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운전석의 디지털 클러스터 및 클러스터에 바로 연결된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동일하게 들어가있다. 항공기 엔진 모양의 송풍구, 운전대 등 벤츠 내장의 특징적인 요소들은 한 단계 윗 모델인 중형 세단 C클래스와 거의 같다. 소재도 거의 같기 때문에, 벤츠를 몬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운전석 왼쪽 팔받침 앞에 있는 터치패드, 운전대 양쪽에 작은 단추처럼 부착된 패드를 통해서 작동할 수 있다. 상위 체급 차량과 동일한 방식이다.

차량 내부 공간이 넉넉하긴 하지만, 다른 준중형 차량과 비교해서 넓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운전석에 앉았을 때 머리 부분 공간이 넉넉하지 못해 의자 높이를 최대한 낮춰야했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과 앞 좌석 사이에 주먹 하나 반 정도가 공간이 났지만,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뒷좌석에서 편히 퍼져앉을 수는 없는 형태다. 앞좌석의 경우 운전석은 좌석 등받이, 발받침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조수석은 손으로 핸들을 조작해야만한다.

엔트리 모델이라지만, 벤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행성능은 우수했다. 이번에 출시된 A클래스 세단에는 새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은 190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다.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DCT)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

저속에서 속도를 높였을 때 매끄럽게 변속이 되었으며, 시속 90~100km까지 안정적으로 속도도 높아졌다. 이후 고속도로를 빠르게 움직이니 땅에 착 달라붙어서 달리는 느낌이었다. 다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방향을 전환했을 때에도 부드럽게 차량이 움직였다. 굳이 224마력에 4륜 구동인 A250 모델을 살 필요가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속 주행에서도 소음 수준이 크지 않았다. 다만 풍절음이나 저속 주행 시 엔진음이 다소 있었는데, 귀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연비는 16.4km/L였다. 2시간 30분동안 평균 시속 53km로 달린 결과다. 12.7km/L인 복합연비나 15.2km/L인 고속도로 연비보다 높게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세단 A220.

주행 중 안전에 관한 기능은 대부분 탑재되어있다. 하지만 벤츠의 운전자 안전 및 반자율 주행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300만원정도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를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닐 때 유용한 어라운드뷰 기능은 없지만 저속 주행시 차량에 탑재된 센서로 근접한 물체가 어디에 있는 지 알려주었다. 굳이 카메라를 켜고 볼 필요 없이 장애물과 부딪쳐 차를 긁을 위험을 주기에 충분하다.

A220의 단점이 있다면, 덩치 큰 성인 남성이 타기에 약간 불편할 수 있는 공간 구조였다. 좌석 높이를 낮춰서 타다 보니 사이드미러를 보거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는 게 어려웠다. 또 운전대가 디지털 클러스터를 바로 가리기 때문에 속도와 RPM 등의 주행 정보를 원활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컴팩트한 차체는 매력적이었다. A220과 상위 모델인 A250이 각각 2월 730대, 3월 560대 판매되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격은 38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