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연결하라, 서로의 감정에… 감정 모르면 공부 잘해도 불행"

입력 2020.04.18 07:00 | 수정 2020.05.13 18:17

"연결하라, 감정에… 한번도 끊어지지 않은 것처럼"
"감정 조절 못하면 ‘왕따’… 불안은 ‘파충류 뇌'만들어"
"정서안정 돼야 집중력 높아져… ‘왜?’ 말고 ‘어떻게?’"
"좌충우돌 10대는 전두엽 리모델링 중… 공사 잘해야 뇌 평수 확장"
"사랑하면 방법 배워야… 아이가 못느끼면 사랑아냐"

지난 10년간 사랑을 받은 세계적인 자녀 교육 바이블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의 저자 최성애 박사. 미시간 공과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를 역임했다./사진=장련성 기자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가요? 아이가 잘 컸으면 싶은가요?" 자식 농사, 손주 농사까지 잘 지어 3대가 한 집에 사는 원로 정신의학자 이근후 선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 자신, 질서정연하게 살아오지 않은 터라 ‘아이 인생에 민폐나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노학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잘 키우고 싶은 건 엄마죠. 잘 컸으면 싶은 건 주체가 아이예요. 그런데 취학 전엔 아이를 주체로 키우던 부모도 학교 보내면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더군요. 사회 전체가 스스로 잘 크는 아이를 용납 못 하니 안타까워요."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 질문이 더욱 선명하게 머리에 맴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가? 아이가 잘 컸으면 싶은가?"

코로나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아이들은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당장의 ‘진도 빼기'보다 어떤 식으로든 학교 공동체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했다. 화상으로라도 눈빛을 주고받자 아이들과 선생님의 목소리에도 활기가 돌았다. "어서 학교 가고 싶어요." "하루라도 빨리 교실에서 아이들 얼굴 보고 싶어요."

비대면이 가능해질수록 대면의 욕구는 커졌다. 교육은 기능이나 효용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적 정보가 오가는 상호작용이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 교사보다 또래 집단에서 더 많은 질서와 규칙을 배운다. 싸우거나 협력하고 거절당하고 받아들여진다. 교실에선 수많은 날 것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연주된다.

부모는 시시때때로 감정의 부상을 입은 아이와 마주한다. 스스로 잘 컸으면 싶은 마음, 도와서 잘 키우고 싶고, 두 마음이 현실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개학 시즌을 맞아, 지난 10년간 전 세계 부모들의 양육방식을 바꾼 자녀교육 바이블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의 저자 최성애 소장(HD 행복연구소)을 만났다.

최성애 소장은 컬럼비아 대학, 시카고 대학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BS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 KBS 다큐 ‘위기의 아이들' 등에 참여한 남편 조벽 고려대 석좌 교수와 함께 책을 집필했다. 책에는 감정코칭의 대가이자 이들의 멘토인 워싱턴 대학 심리학 교수 존 가트맨 박사의 40년간 임상 이론과 케이스가 풍부하게 녹아있다.

학교에서 원만한 또래 관계의 핵심은 ‘감정 조절력’이다.
최성애 소장은 진짜 사랑은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며, 감정을 존중해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마음속에 자기가 원하는 바를 찾는 GPS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잘 성장하는지에 대한 지표 또한 IQ나 성적이 아니라 학급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인터뷰 중에 가장 많이 한 말은 ‘연결'과 ‘수용'이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많은 부모가 교육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합니다.

"한국 부모들, 교육열 높죠. 자녀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래서 인지적 능력인 IQ, 남다른 재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반면 행복, 통찰력, 창의력, 집중력, 대인관계 능력, 사회 적응력… 이 모든 걸 통합한 정서지능은 뒷전이니 안타까워요. EQ가 IQ보다 행복과 성공에 더 결정적이라는 건 학계에 이미 검증된 상황인데 말입니다."

-학습보다 정서를 살펴야 한다?

"그럼요. 지난 10년 사이 인공지능이 IQ가 담당했던 산술, 암기를 대체하면서, 과거의 ‘공부 잘한다’는 기준이 무용지물이 됐어요. 반면 사회는 더 많은 맞벌이와 외동이 생기면서, 교실에선 또래 관계와 왕따 문제가 최고 이슈죠. 어떤 인성으로 키우느냐가 정말로 중요해졌어요."

-인성에도 변별력이 있습니까? 인성이란 무엇이죠?

"마냥 착한 것하고는 달라요. 자기감정을 잘 조절해서 관계를 조율해 나가는 능력이에요. 그 힘으로 공익적인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죠. 인성의 기본은 나의 감정을 잘 알고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하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받아줘야 인성의 윤곽이 잡히고 공감력이 높아지는데, 성장할수록 ‘밥 먹어라, 숙제해라, 컴퓨터 꺼라!’만 반복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엔 부모의 양육 환경보다 또래 집단의 상호 작용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미국식 애착 육아냐, 프랑스식 독립 육아냐의 논쟁도 있었고요.

"애착이론은 사회적인 맥락과 경제적인 분위기에 맞물려 갑니다. 인류 75% 이상이 부모와 형제, 가족이 같이 자면서 안도와 소속감을 느꼈어요. 서구에서도 산업화 이후에야 갓난아이를 요람에 독립 시켜 재웠어요. 부모가 일하러 가야 하니까요. ‘애착'은 그동안 사회 분위기에 따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확실한 건 포유류는 연결, 소속, 애착과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겁니다.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바로 그 ‘애착’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만.

"그래서 시간이라는 기준이 들어가요. 생후 2년이라도 애착 안정을 이루자는 거죠. 나무나 식물도 땅에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뱃속 태아의 유전자 최적화를 위해 엄마는 좋은 것 먹고 마음가짐 편안히 하잖아요. 태어난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땅에 뿌리를 잘 내려야 영양분도 잘 흡수하고 잎사귀도 풍성해져요.

아기들은 ‘앙'하는 울음으로, 온몸을 다해 연결을 촉구합니다. 학대나 방치로 충족이 안 되면 그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뇌 속에 그대로 묻혀요.

건물 지을 때 기초공사를 잘해야 하는데, 부실 공사하면 집에 외풍 심하고 물도 새지요. 겉은 문제없이 크는 것 같아도 들여다보면 구멍이 있어요. 자신감 결여, 알 수 없는 허기 때문에 중독이나 우울증에 쉽게 빠지죠. 수학여행도 못 간다거나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크고 작은 문제도 추적해보면 24개월까지 안정 애착이 안 됐다는 공통점이 나와요."

“감정을 알아주는 게 진짜 사랑입니다. 감정을 이해 받은 아이는 벼랑 끝에 몰려도 편안한 기분을 느껴요.”/사진=장련성 기자
이제까지 그렇게 독립 강조하던 서양인들이 다들 포대기로 돌아오는 와중에, 우리는 왜 반대로 비싼 유모차를 사들이는지 모르겠다고 최성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발달 트라우마가 그토록 명확하면 초기 애착에 실패한 부모 자식은 낭패인데요.

"원인을 아니까 치료도 돼요(웃음). 그 전에 부모님들이 더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입니다. 어린 시절, 견디기 힘든 부정적 경험이 많으면 아이 몸에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ADHD, 면역 관련 증상이 나타나요. 성인이 되어서도 중독, 류머티즘, 천식, 암까지 발병하죠. 수명도 10년이 짧아집니다. ACE와 건강은 그 상관계수가 정확히 입증돼 있어요.

가령 부모의 잦은 다툼, 빈번한 이사, 양육자 계속 바뀜, 방치나 학대 등에 따라 1점 씩 추가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예후는 나쁘죠. 학교 중퇴, 자살 충동, 섭식 장애 등등. 많은 질병의 뿌리를 따지고 들어가면 아동기에 부정적인 경험이 관건이에요. 부모가 문제없이 잘 키웠다고 해도 출산 과정에서 의료 트라우마가 나타나기도 하고요."

-가슴 아프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는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와 연결 돼야 해요. 그 기초작업이 바로 감정 연결, 감정 코칭이에요."

최성애 박사는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에서 ‘감정 코칭'에 관한 수많은 성공 사례를 들고 있다. 감정코칭은 말 그대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침착하게 공감하며 읽어주는 것.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 감정을 따뜻하게 물어주고 언어로 정리해주면서, 서서히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는 대화법이다.

"화가 많이 났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니?" "담비가 하빈이의 인형 옷을 찢었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

10년만에 나온 개정판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감정코칭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일상에 적용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인간은 누구나 수영할 수 있어요. 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 하는 거죠. 몇 번만 배우고 노력하면 됩니다. 다만 머리로만 이해하면 안 돼요. 많은 부모가 ‘그랬구나. 그랬구나' 말투만 흉내 내다 실패합니다. 진심으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공감해야죠."

-많은 경우 부모는 자기 감정조차 조절 못하고 벌컥 화내고 죄책감을 느껴요. 지혜와 인내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습니다.

"부모가 꼭 무언가를 해결해줘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혼돈의 늪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할 때, 거울처럼 그 감정을 비춰 말로 전달해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돼요. 우뇌로 느끼는 감정을 좌뇌로 언어화해서 이동시켜주는 거죠. "이러이러해서 화가 났구나." 어떤 감정이라도 판단하거나 비아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그대로 ‘미러링’ 해주는 거죠.

대개 중요한 욕구가 거절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요. 부모가 그 신호를 꺼버리면, 감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위장하고 거짓말을 해요. 감정이 차단되면 자기와 접속이 끊어집니다. 많은 부모가 그걸 모르고, 감정을 가르치려고 끌고 가서 아이를 조정하죠. ‘이해하는 척’ 하면서요."

부모와 자식 간에 ‘감정 연결’이 끊어지면,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 쌓여 우울, 불안, 왕따로 이어진다고 했다.

영화 ‘원더'의 한 장면. 남들과 다르게 생긴 10살 소년 ‘어기'는 왕따를 당하지만 부모와의 건강한 연결로 씩씩하게 이겨낸다.
-주로 어떤 아이가 ‘왕따’가 될 우려가 있나요?

"자기감정 조절이 안 돼서 조금만 놀려도 울거나 반대로 무감각하면 놀림을 당해요. 공격의 표적이 되죠. 흔히 정서 지능이 떨어진다고들 하지요."

-부정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수용'이 우선입니다. 그다음에 행동의 한계를 그어주는 게 순서예요. 감정은 받아주고 행동은 모른 채 내버려 두면, 방임입니다. 아이는 기준을 몰라 제자리에 맴을 돌죠. 요즘엔 ‘그렇게 하면 못쓴다'고 억누르는 억압형 부모보다 축소 전환형 부모가 더 많아요. 자기가 불편해서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재빨리 치워버립니다. 아이스크림 줄까? TV 켜줄까? 관심을 딴 데로 돌려요. 달래주는 것 같지만, 정작 아이는 이해받았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죠."

-‘말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하는 아이도 있을 텐데요.

"기질적으로 체제거부형이 있죠. 그럴 땐 ‘말하고 싶지 않구나!'라고 그 상태를 긍정해주면 돼요. 감정코칭은 말로 전달하는 게 7%예요. 93%가 눈빛, 표정, 음성, 자세, 태도 등이죠. 아이는 금방 알아요. ‘나를 존중하는구나!’ ‘나를 무시하는구나!' ‘바빠서 대충 넘기는구나!' 그건 진정성의 문제죠."

부모와 애착이 형성되지 않아도 ‘거리를 둔다’고 했다.

부모의 의연한 감정 코칭으로 헬멧을 벗고 나선 소년이 관계의 엔진으로 비상한다. 영화 ‘원더'의 한 장면.
"진정성 없는 짝퉁 감정 코칭은 금세 뽀록이 나요. 아이들이 먼저 그런데요. "혹시 감정 코칭 배우셨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으로 덧칠하고, 형식적으로 아이 말을 따라 하면 아이들이 먼저 알아요. ‘감정 코팅’은 금방 벗겨집니다."

더불어 감정을 물을 때 피해야 할 한마디가 있다. ‘왜?’ 단도직입적이고 근본을 파고드는 ‘왜?’는 학자에게 어울리는 질문. 호기심을 파고들 때는 좋지만,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인과관계 파악이 어렵고 신뢰와 공감을 해친다. 대신 ‘무슨 일로' ‘어떻게’ 같은 과정형 질문을 사용해야 한다. "왜 우니?"가 아니라 "무슨 일로 울고 있니?"다.

-문득 궁금하군요. 감정코칭은 기술인가요?

"기술인데 기술만으로는 안 돼요. 사랑하는 방법이 감정코칭이에요. 자신이 존중받고 이해받았다고 느껴야 사랑이에요. 아이가 못 느끼면 방법이 잘못된 거죠."

진짜 사랑은 감정에 공감해주는 거라고 했다. 자주 공감받은 아이는 벼랑 끝에 몰려도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의 실수에 대처하는 방식도 부모마다 다르더군요. 실수에 대한 인식이 아이들의 자존감과 성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부터 많은 정보를 주고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부모도 있고, 정보는 조금만 주고 물러난 뒤 서서히 디딤돌을 놓아주는 부모도 있죠. 초반에 다 알려 주면 오히려 시도를 못 해요. "이것도 못 하냐?" 소리 들을까 봐 불안감만 높아지죠. 덧셈 뺄셈에서 더 안 나가려고 해요. 반면 "멋지네! 잘 배우고 있어!" 단계별로 사다리를 놓아주고 실수했을 때도 환영해주면 배우는 즐거움이 커져요."

초등학교 4~5학년까지 전두엽은 아파트 20평, 어떻게 리모델링하느냐에 따라 60평, 100평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뇌의 3층 구조에 대한 설명도 새로웠어요. 1층은 뇌간(호흡, 혈압) 2층은 변연계(감정 뇌) 3층은 대뇌피질(생각 뇌-충동 조절, 전두엽) 단계로, 감정의 수용 없이는 생각과 판단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뇌과학자인 풀 맥린 박사가 밝혀냈죠. 특히 청소년기는 고도의 정신 기능과 창조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의 전두엽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시기예요. 엄청 부대끼고 힘들죠. 신경 전선이 엉망에 정리정돈도 안 돼서 당장은 합리적 판단이 힘들어요.

그래도 리모델링 공사 중이니 일단 희망이 있어요. 초등 4~5학년, 중학교 1~2학년 무렵 전두엽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어릴 때 미처 해주지 못한 것을 해줄 수 있는 찬스예요. 20평 집도 공사 잘하면 100평으로 확장되잖아요."

-사춘기 때 전두엽 리모델링을 잘하면 20평 뇌가 100평이 된다?

"그렇죠. 뉴런,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자고 일어나면 회백질이 나와요. 잘 사용해야죠. 화장실도 만들고 베란다도 만들고 해야 해요. 이때 학원 보내 암기만 시켜서 대학 올인하면 전두엽은 축소됩니다. 사춘기 때 감정 코칭해주고, 여행, 산책, 연극, 음악, 스포츠 등 긍정 경험으로 타인과 잘 지낼 수 있는 자아상을 만들어줘야 해요."

건전한 청소년기를 보내면,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울림 있게 다가왔다. 우울증,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2박 3일 캠프에서 산책과 요리, 자전거 등 프로그램을 거치면, 놀랍도록 빠르게 자기 조절과 관계 조율을 익힌다고 했다. 정서적 교착상태에 빠졌던 아이들의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모범적이라고.

‘감정의 뇌'가 전두엽 확장 리모델링을 주도한다. 정서가 안정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크게 향상된다.
-정서가 안정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도 사실인가요?

"감정적 상황 이를테면 위협이나 수치감을 자주 느끼면 뇌는 생존을 위해 퇴행합니다. 변연계가 감정에 휩싸이면 전두엽에 가야 할 피가 1층 뇌간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 하는 부분에 내려가요. IQ가 높아도 불안, 걱정, 화가 자주 몰려오면 전두엽이 작동되지 않고, 전두엽의 역할인 집중, 기억, 합리적 사고에 문제가 생기죠."

-앞으로 학교의 커리큘럼도 계속 재조정돼야겠군요.

"맞아요. 지난 50년간 학교는 인지적 정보를 입력하고 암기시켜서 계층 사다리를 만드는 게 주된 목표였어요. 4차 산업 혁명 시대엔 달라져야죠. 과거엔 서당에서 인성 교육을 제일 먼저 했어요. 다행히 많은 학교가 놀이 시간을 늘리고 음악, 체육, 시 등 감성 분야를 넣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더이상 부모의 과거 성공 패턴에, 미래를 살아갈 아이를 대입 시켜 혹사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해요."

-선생은 어떻게 감정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까?

"시카고대학, 버클리대학에서 결혼문화와 심리학을 연구하다 보니 어떤 ‘감’이 왔어요. 앞으로 한국에서 이혼이 급증하겠구나. ‘혼수 전쟁' 이슈가 부각이 됐지요. 1992년 한국의 이혼율이 8% 정도였는데, 곧 40%가 될 거로 내다봤죠. 당시 유교 전공 교수님들은 저더러 "미국 사람 다 됐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제 예언이 맞았어요.

이혼하면 누가 가장 고통을 겪을까요? 아이들이죠. 부부 문제를 연구하다가 존 가트맨 박사(워싱턴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 감정 코칭의 대가)를 알게 됐어요. 부부 관계도 성격 차이가 아니라 싸울 때 감정적으로 격분하는 커플이 이혼으로 이어졌어요. 부부, 부모라는 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임상적으로 오래 봤죠."

요즘은 맞벌이, 핵가족화되면서 아이들이 받아야 할 정서적 돌봄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스웨덴처럼 18개월까지 아이의 애착이 형성될 때까지 부모가 번갈아 일하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는 끝없이 눈을 맞추면서 연결되고자 하는데, 시선을 둘 데가 없으면 그 불안 때문에 자기 신체와도 연결이 안 된다고.

어쩌면 생명 개체의 DNA는 이렇게 간절하게 합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결하라, 감정에… 한 번도 끊어지지 않은 것처럼'.

“다행히 저는 막내가 어릴 때 감정코칭을 배워서 아이가 느긋하고 편안하게 컸어요. 불필요한 시행착오가 없었죠.”/사진=장련성 기자
-아이도 어른도 ‘연결'은 가장 절실한 생존 욕구이자 관계의 욕구로군요.

"맞아요. 혼밥 혼술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연결이 안 되니까 차라리 SNS와 눈 맞추며 혼자 밥 먹는 게 낫다는 거죠. 미국, 영국, 프랑스… 많은 선진국 아이들이 정신질환을 유행병처럼 앓고 있어요. 우리를 향한 경고죠. 한국도 청소년 자살률, 우울증 높은 데 왜 브레이크를 안 겁니까? 원인을 알면 예방을 해야죠."

-해법은 역시 감정을 수용하고 읽어주는 건가요?

"감정을 모르면 나를 모르는 거예요. 자기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을 아이는 거울처럼 보고 있어요. 감정을 읽어주면 존재가 연결돼요. 신비한 회복이 일어나죠."

-마지막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이 땅의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인간관계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해서 선생님, 또래와의 관계로 확장되죠. 장기적으로 오래 살면서 행복감이 높은가의 유일한 지표가 관계예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는데, 유아도 노인도 삶의 만족도는 관계의 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라고 일하고 늙어요. 그것만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

부디 부모가 되기 전에 침대 사고 유모차 사지 말고, 먼저 ‘감정 읽기’를 공부하세요. 존 가트맨 박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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