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국내 의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빅 바이어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며 업계는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15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 콜스(Kohl's)는 지난달 국내 중견 의류기업들에 발주했던 주문을 취소했다. 콜스백화점이 국내 기업 10여곳에 취소한 주문 규모는 약 1억달러(약 12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업체들은 이달 초 콜스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 여파로 콜스를 비롯해 월마트, 타겟 등 미국주요 바이어들도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매장을 닫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의류들을 대상으로 주문 대금 결제 연기나 주문 취소 요청도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바이어의 주문 취소는 국내 의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미 의류제조에 필요한 원단이나 봉제·부자재 비용을 지출한 상태에서 바이어가 주문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또 의류 제조업체가 받는 타격은 부자재 납품사나 원단 제조사 등 관련 업체의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업계의 타격은 가시화됐다. 최근 의류·패션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탑텐과 지오지아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본부 직원 25명 안팎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신성통상 측은 "코로나19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취소되고 지연되어 자금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회사는 전화로 면담을 요청해 얼굴을 보고 회사 사정을 설명한 후 권고사직을 진행했다"고 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 19로 수출사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계약에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는데, 해외 업체들이 코로나 19를 이유로 물량을 전략 취소하거나 기약없이 미루며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의류벤더 빅3 중 하나인 한솔섬유는 이달부터 일부 사업부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기업 신원은 해외사업부를 축소하고 직원 7명을 정리해고 했으며, 학생복 업체 형지엘리트는 본사 정직원 40여명 중 5명을 해고했다.
이에 업계는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 의류벤더 섬유 산업을 살려달라’는 글이 올라와 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미주에 의류 수출을 하는 벤더 업체들은 미국의 코로나 19 확산으로 구매자의 일방적 구매 취소, 선적 취소, 대금지급 거부를 당하고 있고, 구조조정도 시작됐다"며 "저희 회사는 인원 감축, 월급 삭감, 무기한 무급휴직, 육아휴직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류 벤더 업체들은 한국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좋은 성과를 냈고, 많은 종사자가 밤낮으로 피땀을 흘려왔다"며 "실업 위기에 내몰린 의류 벤더 산업 종사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